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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직원을 빌려드립니다” 中 외국인 임대업 ‘낯 뜨거운’ 호황



3년 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온 케이티(25·가명)는 최근 베이징 한 국영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가량 회사 총경리(사장)가 고객들과 식사할 때 동석하기만 하면 되지만 시간당 1000위안(약 17만원)이라는 고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명함에는 ‘총경리 비서’로 적혀 있지만 케이티는 “회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식사 자리에서 업무 얘기는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왜 내가 필요한지 묻지는 않았지만 ‘국제적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중국 기업들이 대외용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국인, 특히 백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인 임대업도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1만여명에 불과하던 중국 거주 외국인은 지난해 90만명까지 늘어났다. 중국에서 외국인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외국인을 얼굴로 내세우려는 기업들의 수요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안후이성 난링의 자동차 수리 전문기업은 지점 오픈 행사에 정비공 역할을 맡아줄 외국인 채용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국 감독 데이비드 보렌스타인의 다큐 영화 ‘꿈의 제국’에는 외국인 임대업의 실태가 생생히 등장한다. 보렌스타인 감독은 중국 기업 속 외국인에 대해 “중국인들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당신의 피부색을 보고 있다”면서 “일종의 동물원의 원숭이”라고 말했다.

미국 태생의 보렌스타인 자신도 2011부터 3년 동안 쓰촨성 청두에서 외국인 임대업체에 고용돼 중국 50여개 도시를 돌며 일한 경험이 있다. 한 부동산개발 업체에 속해 미국 최고의 컨트리 음악 밴드로 소개된 ‘드래블러’의 클라리넷 주자로 일했다. 그는 “밴드는 녹음된 음악에 흉내만 내는 가짜였다”면서 “건반 주자는 악기도 다룰 줄 몰랐고, 스페인 출신의 여성 가수는 영어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클라리넷이 컨트리 음악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행사 주최자는 알지도 못했다.

중국 기업들이 외국인을 내세우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제적 이미지를 과시하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한 주부는 “외국인 모델을 쓰거나 외국인 총경리가 있는 회사의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문화진흥연구소 리보춘 주임은 “중국 속에 만연한 외국인 숭배 사상의 한 단면”이라면서 “현대 사회에서 중국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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