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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사드 논란’… 한·미정상회담서 거론 가능성 커졌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는 정식 의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것인 만큼 두 정상 간 친분을 다지고 양국 공통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 양국의 실무자들 간 컨센서스였다. 이견이 뚜렷한 사드를 의제에 포함시키는 것은 자칫 회담 분위기를 껄끄럽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사드 논란이 커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불러 사드 이슈를 점검한 것은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의 추가 배치를 연기시켰다는 미 언론보도가 일제히 쏟아졌기 때문이다. 사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이견과 갈등이 노출되는 것은 백악관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예정에 없이 국무·국방 장관들을 백악관으로 부른 것은 현안으로 부상한 사드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양국 간 이견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논란이 커지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 4월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드 비용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한국 정부가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이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용을 미국 정부가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맥매스터 보좌관을 질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곤경에 처하면서 사드를 포함한 한반도 이슈에서 어떤 공격적 발언을 할지 조금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미국 정부는 사드가 정상적으로 배치·운용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련 장관들과 사드 문제를 논의했다는 건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우리 정부에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회담 전에 사드 논란을 매듭지으라는 분명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오는 13일 방한해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정상회담 세부 내용을 협의한다. 섀넌 차관은 정부 고위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어서 사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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