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틀림없이 꼭, 기필코 ‘반드시’



‘반드시’. 뭔가를 주관적으로 단정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단어입니다.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이라는 말이지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라는 의미의 ‘꼭’이나 꼭 이루어질 것을 기약한다는 뜻의 ‘기필(期必)하다’에서 온 ‘기필코’와 의미 상통한다 하겠습니다.

必. ‘반드시 필’입니다. 논어에 공자사절(孔子四絶) 얘기가 나옵니다. 공자가 네 가지를 끊었다(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그중에 毋必(무필)이 있는데 평소 무슨 일이든 ‘반드시’라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함부로 장담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겠습니다. 나머지는 毋意(무의,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음) 毋固(무고, 고집 부리지 않음) 毋我(무아,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지 않음)입니다. 毋는 ‘∼지 아니하다’ ‘∼지 마라’의 의미로, 원래 ‘여성(女)을 함부로 하지 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지요.

‘반듯이’는 다른 말입니다. ‘물체나 생각,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굽지 않고 바르게’라는 의미로 ‘반듯이 누워요’처럼 쓰지요.

함부로 호기롭게 장담(壯談)하거나 단정(斷定)하면 안 됩니다.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원칙’이라며 정도 이상의 기준을 세운 뒤 ‘내가 이것만은 반드시…’라고 자꾸 장담하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반드시’, 쉬이 꺼낼 말이 아닙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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