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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 충성을 원해” … 코미 “정직하겠습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재임 중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9차례 대화를 했다. 수사기관 책임자가 개별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게 금기시돼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별 접촉과 직접 대화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해 매번 독대가 이뤄진 뒤 대화록을 남겼다.

1월 6일, 뉴욕 트럼프타워

나(코미 당시 FBI 국장)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뉴욕 트럼프타워 회의실에서 만났다. 브리핑이 끝나고 다른 정보기관 책임자들이 자리를 비운 뒤 민감한 정보를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외설 정보를 언론이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FBI의 방첩조사를 받고 있는 건 아니라고 당선인에게 알려줬다.

대화 내용을 문서화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트럼프타워를 빠져나오자마자 FBI 차량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켰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1대 1 대화는 즉시 문서화했다. 지난 4개월 동안 1대 1 대화를 9차례 했다. 3번은 대면이었고 6번은 전화였다.

1월 27일 백악관 만찬

오후 6시30분 백악관 그린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 둘이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은 내게 FBI 국장으로 남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나는 10년 임기를 마치고 싶다고 대답했다.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로 ‘신뢰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진실을 말할 것으로 믿어도 좋다고 말했다.

잠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충성을 원해”라고 말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만찬이 끝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충성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언제나 정직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사이를 둔 뒤 말했다.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정직한 충성.” 나도 사이를 두고 말했다. “그건 약속드립니다.”

우리는 ‘정직한 충성’을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 그러나 나는 더 나아가지 않는 게 건설적이라고 판단했다.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

트럼프 대통령은 반테러 브리핑을 끝내자면서 나에게 혼자 남으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나가자 “나는 당신이 이 문제를 놔두기 바란다. 플린을 놔줘. 그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 문제를 놔두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3월 30일 통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러시아와 무관하며, 직업여성과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왜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캠프의 관계를 조사하는지 밝혔느냐고 물었다. 나는 양당 지도부에 누구를 조사하고 있는지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사받지 않고 있다고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이 잘못했다면 찾아내는 건 좋으나 자신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으며 조사받지 않고 있다는 걸 외부에 알리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4월 11일 전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조사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도록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나 보엔테 법무부 부장관대행에게 보고한 뒤 아직 지침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장관대행에게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나는 백악관 법률고문이 법무부 지휘부를 접촉하는 게 전통적인 채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에게 매우 충성했기 때문에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을 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뭔지 묻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백악관 법률고문이 부장관대행에게 전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끊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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