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후원금 내고 수십억 인류 대상 마케팅… ‘TOP 기업’ 꿈꾸는 TOP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위원회가 프레젠팅 파트너사들과 함께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화 봉송 주자 모집에 나서면서 평창올림픽은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성화 봉송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다. 올림픽 성화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였다. 요즘과 같은 성화 봉송 릴레이가 펼쳐진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슬로건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다. ‘꺼지지 않는 성화의 불꽃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모두의 꿈과 열정을 밝혀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는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101일간 7500명의 국민 주자가 대한민국 17개 지역을 경유하는 긴 일정으로 진행된다. 봉송 주자가 7500명인 것은 남한과 북한의 인구 7500만명을 상징한다.

이번 성화 봉송 참가자 모집에 나선 프레젠팅 파트너사는 삼성전자, KT, 코카콜라 3개사다. 특히 코카콜라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약 25년 동안 올림픽 성화 봉송에 11회나 참여해 온 베테랑 성황 봉송 후원 기업이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7일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을 시작으로 90여년간 올림픽을 후원해온 코카콜라가 특히 성화 봉송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올림픽 행사 중 일반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성화 봉송과 관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50개국에서 150명의 성화 봉송 주자를 선발해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에 주최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까지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적의 벽을 허물었다. 또 성화 봉송을 시민들의 축제로 발전시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코카콜라의 고향인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됐던 1996년 올림픽에서는 성화가 지나가는 마을의 시민들을 위한 축제를 펼쳤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성화가 지나간 이후에도 축하행사를 진행, 성화 봉송을 놓친 사람들도 올림픽 불꽃의 아름다운 마법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선 성화 봉송 지역의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올림픽 성화 봉송을 재해석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성화가 5개 대륙을 방문한 뒤 그리스 전국을 돌았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성화 봉송 길을 따라 주요 도시에서 코카콜라 캐러밴(caravan)을 운영,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림픽 열기를 북돋우는 성화 봉송 마케팅은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의 일부다. 올림픽은 스포츠 교류를 통한 국제평화 증진의 장인 동시에 기업들의 마케팅 현장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은 전 세계 200여개 국가, 수십억명의 인류와 소통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 중 하나”라고 천명하고 있다.

IOC가 올림픽에 스폰서 마케팅을 도입한 것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이 계기였다. LA올림픽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IOC는 올림픽 로고와 휘장 등을 상업화하기로 했고 1985년에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88 서울올림픽은 TOP 프로그램이 처음 적용된 올림픽이다. TOP가 도입되기 전인 1981년까지 IOC 예산의 95%가 방송 중계권 수익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의 중계권료 수입은 7억1800만 달러인 데 비해 TOP에 참여한 기업들이 후원한 금액은 9억5000만 달러나 된다. 주 수입원이었던 중계권료 수입보다 더 많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는 TOP 기업들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계약 기간은 올림픽 개최주기와 같은 4년 단위다. 올림픽 파트너로 계약한 기업은 가장 포괄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받으며 차기 올림픽 후원의 우선권을 갖는다. 예컨대 비(非)알코올 음료 분야의 올림픽 파트너인 코카콜라가 올림픽 파트너를 그만두지 않는 한 경쟁사인 펩시콜라가 올림픽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코카콜라, 비자카드(신용카드), 파나소닉(AV시스템)이 TOP 초기부터 올림픽 파트너로 참여했다. 초창기 멤버였던 코닥(사진 이미지)은 필름이 유용하지 않게 된 2009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파트너 지위를 반납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후원금을 내고 올림픽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참가한 삼성전자는 1997년 IOC와 무선통신 분야 올림픽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올림픽 마케팅 활동이 2011년부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면서 “브랜드 가치도 2000년 52억2000만 달러(43위·인터브랜드)에서 계속 상승해 2016년 518억800만 달러(7위)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올림픽 파트너 아래로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모집하는 로컬 스폰서가 있다. 로컬 스폰서는 올림픽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는 분야의 기업으로, 마케팅 권리는 올림픽 개최국으로 한정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대회 공식파트너·공식스폰서·공식공급사 등이 있다.

IOC는 수익 극대화와 올림픽 이미지 손상 방지를 올림픽 마케팅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올림픽 용어와 관련 이미지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올림픽 경기장 등에 ‘올림픽’이란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지역 행사에 ‘올림픽'이라는 용어는 물론 오륜기와 올림픽을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조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올림픽 용어와 관련 이미지 사용에 대한 제한은 올림픽의 이미지 손상보다는 후원사들의 상업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하지만 후원사들에 대한 IOC의 과보호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 자크 로게 IOC 명예위원장은 2011년 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이렇게 말했다. “스폰서의 기술, 전문가, 인력, 서비스, 제품, 통신 그리고 재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올림픽 대회는 개최될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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