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책을 받쳐줄 수 있을까?… ‘북테인먼트’ 다양한 실험





TV 책 프로그램이 예능과 결합된 ‘북테인먼트(Booktainment)’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북테인먼트란 책(Book)과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다. 재미있게 지식을 얻기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책이라는 교양을 포기할 수 없는 방송사의 노력이 북테인먼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KBS 2TV 예능 ‘냄비받침’(연출 최승희)은 6일 밤 첫 방송을 했다. 개그맨 이경규, 배우 안재욱, 가수 김희철, 걸그룹 트와이스,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가 자기 관심 분야를 주제로 책을 내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경규는 심상정 유승민 등을 대상으로 ‘대선 낙선자 인터뷰 대담집’을 펴낸다. 안재욱과 김희철은 각각 ‘팔도 건배사 모음집’과 ‘걸그룹 첫걸음’을 준비한다. 이용대는 육아서 ‘내 생애 마지막 연애’, 트와이스는 취미와 관심사를 담아 ‘트와이스 깔 거야’를 각각 출간한다. 책과 연예의 결합이다. 연예인이 책을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와 구성이다. 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책이라는 형식을 단순 차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1TV 교양 ‘서가식당’(연출 이은미)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 ‘먹방’을 도입한 경우다. 책 속에 나온 음식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전개가 신선하다. 3일 방송된 첫 책은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싸움을 그린 역사소설 ‘초한지’(북팜)였다. “번쾌는 칼을 뽑아 돼지다리를 빼어들더니 다 깨물어 먹었다. 항우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홍문연회 장면이다. 여기 나온 고기는 염장한 돼지 넓적다리로 ‘훠투이’(火腿)라 불린다.

전문 요리사가 비슷한 맛을 낸 음식을 권해효 한은정 등 출연진에게 나눠주고 함께 얘기를 나눈다. 왜 항우가 번쾌에게 탄복했는가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항우의 패인, 유방의 리더십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방송을 보기 전 야식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 머리뿐만 아니라 배도 채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이런 책 프로그램 연성화는 환영받는 분위기지만 우려도 있다. 김교석 TV평론가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시도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만 재미 위주의 피상적인 접근으론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그동안 방송가에는 수많은 책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2000년대 초반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MBC)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대다수 프로그램은 부진을 거듭하다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지식에 대한 갈증을 재미있게 해소해줄 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2015년부터 시즌제로 방송 중인 OtvN의 ‘비밀독서단’(연출 김도형)이 눈길을 끈다. 책과 토크쇼가 만난 사례다. 출연자들이 주제에 따라 각자 고른 책을 읽은 뒤 수다를 떨며 소개한다. ‘청춘에 공감하기’ ‘피할 수 없는 경제불황’ ‘백석의 여자들’ 등 다양한 주제를 종횡무진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 발달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무엇이 양질의 정보인지 선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사람들은 필요한 지식을 즐겁게 얻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책 프로그램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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