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기축통화 美 달러 지위 흔드나



‘가상통화’ 비트코인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일본 등 주요국이 비트코인을 잇달아 공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던 금융기관 인식도 바뀌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고공비행을 계속하는 사이 비트코인 가격도 연일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월 1일 개당 997.69달러(약 111만원)였던 비트코인은 지난 6월 4일 2552.81달러(약 285만원)를 기록했다. 약 150% 상승했다. 배경은 비트코인의 ‘영토 확장’이다. 일본은 지난 4월 1일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초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한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의 미래에 낙관적 전망도 쏟아진다. 미국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 애비게일 존슨은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코인데스크 주최 콘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이 조만간 피델리티에서도 비트코인 자산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형 금융기관 수장이 비트코인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덴마크 삭소뱅크 케이 반-피터슨 애널리스트는 최근 10년 안에 가상화폐 거래가 전체 외환 거래의 10%를 차지하고 가격은 개당 1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화 지위를 흔들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실제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는 확대되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는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비트코인의 화폐성을 인정한 것이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5일 낸 보고서에서 “일본에 이어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합법 거래수단으로 인정되면 가치가 한 단계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로 인정될 경우 ‘달러화 헤게모니’도 약화될 수 있다”며 “최근 미국이 달러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부상한 건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금처럼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이용자들이 공유해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다만 비트코인 거래소 해킹 우려는 여전하다. 비트코인 가격에 변동성이 심해 통화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금융 당국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금처럼 실물이 없고, 주식처럼 실제 회사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화폐 발행에 따른 수익을 중앙은행이 아닌 개인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며 “비트코인의 화폐적 성격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국대 오정근 특임교수는 “비트코인의 높은 보안성 등을 고려하면 5∼10년 이후 기축통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 영란은행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 당국 등이 세계적 흐름을 뒤따라가기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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