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대표 가게를 찾아서] 찰떡 양쪽에 고물 듬뿍… 안동 새 대표 먹거리 각광







간고등어와 찜닭, 헛제삿밥 등 경북 안동에는 전국적으로 익히 알려진 먹거리가 즐비하다. 최근 들어 ‘버버리찰떡’(buburi.com)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찰떡이 새로운 대표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경주에 황남빵이 있고 강원도에 안흥찐빵이 있다면 안동엔 버버리찰떡이 있는 것이다.

버버리찰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계기는 2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안동에서 처음으로 찰떡을 만들어 팔았던 김노미 할머니의 아들은 장애를 갖고 있었다. 당시 찰떡에 이름을 붙이려 했던 주민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말(벙어리)의 사투리인 ‘버버리’를 붙여 버버리찰떡이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찰떡이 워낙 크고 맛이 좋아 한입 베어 물면 말을 잘 할 수 없어 ‘벙어리’처럼 된다며 버버리찰떡으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고물이 떡 속에 들어가 있는 보통 떡과 달리 버버리찰떡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떡 양쪽에 콩이나 팥고물을 듬뿍 묻힌 특이한 모양새다. 전국 어디서도 비슷한 모양을 찾기는 쉽지 않다.

김노미 할머니 때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찰떡은 이후 김동순 할머니와 민죽희 할머니로 이어졌다가 2001년 이후 맥이 끊겼다. 먹거리가 많아진 데다 경기 불황이 이어진 탓에 맥이 끊겼던 찰떡이 다시 시민들의 먹거리가 된 것은 신형서(60) 대표의 노력 때문이다. 그는 안동의 자랑인 버버리찰떡이 후대에 전수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권유해 맛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버버리찰떡을 부활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장 상표등록부터 문제였다. 신 대표가 버버리찰떡에 이어 ‘버버리단팥빵’을 만들어 이름을 상표등록하기 위해 특허청에 신청했을 때 처음엔 영국의 패션브랜드인 ‘버버리’와 한글 명칭이 같다는 이유로 이의가 제기돼 상표권 등록이 거절됐다.

그러자 신 대표는 특허심판원에 정식심판을 청구했고 결국 “버버리는 안동의 방언이고 지역 특산품이기 때문에 영국의 버버리와는 다르다”는 답을 받아냈다. 오히려 상표분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버버리찰떡을 만들기 위해선 깨끗한 물에 찹쌀을 10시간 이상 불려야 한다. 불린 찹쌀을 쪄낸 뒤 떡메로 내리치는 작업을 거친다. 이어 먹기 편하게 일반 찹쌀떡보다 약간 크게 일정한 크기로 잘라 준다. 이후 삶아서 으깬 팥고물과 콩고물, 참깨 등을 아래위로 넉넉히 묻히면 완성된다.

원래 안동찰떡의 원형은 찹쌀 위에 거피(去皮·껍질을 벗겨냄) 팥을 사용해 팥고물을 두툼하게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을 거치면서 거피하지 않은 팥을 올린 찰떡도 개발됐다.

만든 즉시 먹는 게 맛이 가장 좋지만 두고 먹을 때는 한 개씩 낱개로 포장해 냉동하거나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고 먹는다. 지금은 고물로 거피한 팥고물(거피팥 찰떡), 거피하지 않은 팥고물(붉은팥 찰떡), 콩고물(콩가루 찰떡), 흑임자(검은깨 찰떡), 참깨(참깨 찰떡) 등 5개 종류의 버버리찰떡 상품이 안동의 명품 찰떡으로 자리잡았다.

찰떡의 개당 무게는 85∼95g이다. 세 번 정도로 베어 먹기 좋도록 만들어낸 것이다. 버버리 찰떡은 떡에다 고물을 얹거나 깔아둔다. 10g의 고물을 밑에 깔고 45∼50g의 찰떡을 올린 뒤 30∼35g의 고물을 찰떡 위에 얹어낸다. 보통 찰떡은 손에 떡이 묻지 않을 만큼 고물을 살짝 묻히지만 버버리찰떡은 고물을 아래위로 떡 두께만큼 두툼하게 바르고 얹어 붙여주는 게 특징이다.

한마디로 떡고물은 꾸밈이라는 의미보다 양을 늘려주는 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세련된 멋은 없어도 푸짐하고 먹음직하도록 만들어 내놓는 셈이다.

현재 떡 제조 방식은 거피와 포장 작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통 방식 그대로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떡메치기와 버무리기, 고물 입히기와 떡 만들기 등 일련의 과정을 옛 그대로 재현해 할머니들의 손맛을 이어가려고 애쓰고 있다.

택배판매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포장박스와 낱개포장을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산업화에도 나섰다. 급랭 기술을 개발하고 유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버버리찰떡은 전국 각지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버버리찰떡의 판매 증대는 지역 농민의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버버리찰떡이 한 해 동안 쓰는 찹쌀 소비량은 80㎏들이 1000여 가마, 팥 80㎏들이 300여 가마에 이른다.

찹쌀은 안동시 서후면의 농가 26가구로 설립한 농업법인에서 생산하는 것만 사용한다. 팥은 강원도 영월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콩가루용 콩은 안동 특산품인 ‘생명의 콩’을 구입해 사용한다. 전통 우리 떡이기에 우리 농산물만 사용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버버리찰떡은 안동에서 갓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금의 맛을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신형서 대표
사업 확장 보다 지금 규모로 전통의 맛 이어가는데 주력… 지역 문화로 보존해 나갈 것


“버버리찰떡을 오로지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게 지역문화의 하나로 보존하고 가꿔 나갈 생각입니다.”

안동 버버리찰떡 신형서(사진)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지금의 규모를 유지하고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데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한때 명맥이 끊겼던 버버리찰떡을 되살려놓은 주인공이다. 그는 옛날 버버리찰떡을 만들어 팔았던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비법을 배우고 제조 과정을 현대화했으며 떡을 신속하게 냉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다른 지역 소비자들도 현지에서와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신 대표는 “떡에 방부제가 사용되지 않아 변질 위험이 있었지만 떡을 영하 30도 이하로 급랭시켰다가 해동하는 방법을 개발해 전국 어디서든 살아있는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급랭 방식을 개발해 전국 어디서든 버버리찰떡을 맛볼 수 있게 했지만 신 대표는 판매 대리점이나 지점망 등 유통망을 확충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는 부정적이다. 제품 품질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같은 이유로 그는 10여명의 직원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이들이 아니면 버버리찰떡의 맛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보다 이른 오전 5시에 출근하는 만큼 오후 7시 전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는 수년 전 대구에 직영점을 냈다가 4년 만에 스스로 문을 닫았다. 안동에서 제조한 떡과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신 대표는 “일본의 나가사키 카스텔라처럼 버버리찰떡을 안동에 와야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떡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동=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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