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문재인정부 지지율 이어가려면



문재인정부가 곧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 그를 지지하지 않던 정치권 인사들까지도 만족감과 기대감을 보인다.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잘하고 있다’고 했고, ‘앞으로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다’는 응답은 88%나 됐다.

전임 대통령들이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역대급 지지율이자 기대감이다. 지지율의 고공행진 배경에는 일차적으로 공감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인간적 호감이 큰 듯하다. 물론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직후라는 점에서 전임자와의 비교우위도 적잖이 작용했을 터다.

심지어 문재인정부가 인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높은 지지율은 여전하다. 소득주도형 성장, 일자리 해결 등과 같은 경제사회정책 슬로건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시대적 요청과 꼭 들어맞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표방하는 바가 간단명료한 것도 강점이다.

사실 전임 박근혜정부가 앞세운 ‘창조경제’는 뭘 말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2013년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창조경제를 ‘두뇌를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융합형·선도형 경제’라고 설명했다. 해석은 주저리주저리 막연했고, 결국 정책은 겉돌았다.

정부 실무자들조차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하는 정책으로는 경제주체인 국민의 기대감을 자극하지 못한다. 반면 그 즈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세운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를 통한 금융·재정·성장정책’이라는 단순명쾌한 주장으로 일본의 재활을 이끌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책 슬로건의 실천경로가 정상적으로 예측 가능성을 갖춘 채 진행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비정규직 해소, 원전 철폐, 최저임금 인상, 사드 등 대외관계 조정을 비롯해 헌법 개정까지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달렸다.

차라리 인사 갈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아무리 인사청문회가 강공 일색이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와 설득 노력만 있다면 무한정 새 정부의 출범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갈등 지속은 새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실망감만 떠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까지라는 시한을 못 박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간다면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외의 사안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안이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본질과 실체가 다를 수 있음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비정규직은 종종 천형(天刑)처럼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문제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처지와 상황적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을 원하는 근로자도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괴리에 있기에 그 시정에 초점을 맞춰야 옳다.

소득주도형 성장의 경우도 등장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만으로는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 소득불평등 심화,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등을 해소할 수 없으리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먼저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는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대처하는 일이 먼저라야 한다.

원전 폐기, 최저임금 인상 등도 그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럼에도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예측 가능한 작용·반작용 이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제3의 사태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때론 속도 조절도 필요하고, 대응체계의 정비를 우선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책의 성공을 홍보하는 것보다 실패에 대한 해명과 향후 대처방안을 거론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을 때는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 국민 앞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함께 다음 대응 절차를 공론화해야 한다. 그게 바로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다. 그래야 지지율도 이어질 테고.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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