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상·라이브 결합, 클래식 확장에 도움 될까



Q.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가 최근 국내 공연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필름 콘서트가 초보자들을 클래식에 입문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A.
영화 ‘라라랜드’의 필름 콘서트인 ‘라라랜드 인 콘서트’는 지난 3월 티켓 예매가 시작된 후 논란에 휩싸였다.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를 필두로 오케스트라가 직접 내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위한 오리지널 악보, 전문장비, 지휘자만 내한하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라랜드 인 콘서트’ 주최측은 티켓이 암거래 될 만큼 인기를 끌자 지난 3∼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3회에서 4회로 늘렸다. ‘라라랜드 인 콘서트’만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영화 ‘아마데우스’의 필름 콘서트인 ‘아마데우스 라이브’, 지난달 픽사 애니메이션 14편을 가지고 만든 ‘픽사(Pixar) 인 콘서트’도 모두 매진됐다. 이외에 서울시향이 오는 9월 정기공연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상영과 함께 삽입곡을 연주하는 등 여러 필름 콘서트가 대기중이다. 워너 브라더스의 ‘해리 포터’ 필름콘서트를 놓고는 국내 여러 기획사가 판권 경쟁을 벌인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사실 영상과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공연은 예전부터 있었다.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1980년대 다큐멘터리 감독인 갓프리 레지오와 만든 ‘캇씨’ 시리즈나 1990년대 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등으로 만든 필름 오페라는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공연은 애호가를 대상으로 한 실험적 작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필름 콘서트가 대중적으로 부각된 것은 2003년 영국 런던 페스티벌홀에서 열린 찰리 채플린 축제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당시 작곡가 겸 지휘자 칼 데이비스는 채플린의 영화 8편 상영과 함께 새로 편곡한 영화음악을 런던필과 협연해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8년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와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합작 25주년 기념 콘서트 역시 3일 내내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 들어 필름 콘서트는 클래식계에서 대중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줄어드는 클래식 관객을 잡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가 아예 새로운 장르로 구축이 된 모양새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필름 콘서트는 대중음악과 클래식 사이의 새로운 시장으로 크로스오버와도 다르다”면서 “앞으로 다양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필름 콘서트는 처음 기대했던 클래식 관객 확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필름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이 진지한 클래식 콘서트로 유입되는 경우가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유명 영화일수록 이런 콘서트가 흥행하는 게 그 증거다.

유명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다수 보유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필름 콘서트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디즈니, 픽사, 워너 브라더스가 필름 콘서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데우스 라이브’ ‘픽사 콘서트’ 등을 기획한 세나의 서유진 이사는 “한국에서는 요즘 필름 콘서트가 붐을 이루지만 유럽에서는 연간 300회가 필름 콘서트가 열려 포화 상태라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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