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점점 ‘쎄지는’ 어감에 대한 단상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입니다.

안중근이 순국 전 치욕의 뤼순 감옥에서 남긴 붓글씨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荊과 棘은 가시를 이르는 글자이지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로마 군인들이 예수를 조롱하려고 가시나무로 만들어 머리에 씌운 게 ‘가시면류관’인데, 형관(荊冠)이라고도 합니다.

서울 은평구에 대조동(大棗洞)이 있습니다. 대추말이라고 했는데 가시가 잔뜩 돋친 대추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이지요. 대추인 棗는 棘과 가시가 다닥다닥 붙은 모양이 똑같습니다. 대추말의 ‘말’은 ‘윗말’ ‘아랫말’ 하듯 ‘마을’입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책도 있지요.

물고기나 식물의 가시를 대부분 ‘까시’라고 잘못 말합니다. ‘짜장면’은 기어이 그 이름을 득했지만, ‘씨래기’ ‘꽁짜’ ‘쏘주’ ‘짜르다’ ‘깨구리’ ‘깜방’ 등 사람들은 어휘를 세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지요. 용비어천가 중 ‘곳 됴코 여름 하나니’(꽃 좋고 열매 많으니)의 ‘곳’이 ‘꽃’이 됐고, ‘곳고리’가 ‘꾀꼬리’가 된 것처럼 된소리화, 즉 경음화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굳이 억세고 거칠게 말할 까닭은 없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로 인한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장미의 시인’입니다. 지금, 세상천지에 장미꽃 잔치가 한창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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