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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전성기 인기 지나가… 절박함만 남았죠” [인터뷰]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모두 선한 분들이셨거든요. 마찰 한 번 없이 감사하게 촬영을 마쳤죠.”

KBS 2TV ‘추리의 여왕’을 통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권상우(41)는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주변 체감 반응도 달라졌다”며 “예전엔 어딜 돌아다녀도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요즘은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해주신다”고 웃었다.

지난 25일 종영한 ‘추리의 여왕’은 강력계 형사 하완승(권상우)이 주부 추리광(狂) 유설옥(최강희)과 함께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이야기다. “완벽한 사람보다 부족한 사람에게 더 눈이 간다”는 권상우는 “형사가 수사를 하면서 동네 아줌마에게 의지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완승 캐릭터도 좋았다”고 얘기했다.

수목극 1위를 지키던 ‘추리의 여왕’은 후반부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 밀리며 시청률 9.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스코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물음에 권상우는 “우린 되게 긍정적인 편이다. 16회 중 10회 1등 했으면 된 거 아닌가”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다만 시청자들의 기대처럼 시즌2가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권상우는 “마지막 회 끝나고 인터넷 댓글을 살펴봤는데 다들 시즌2를 원하는 분위기여서 신기하더라”며 “생활 밀착형 추리라는 소재가 재미있지 않나.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1년에 드라마 한 편씩은 하자는 마음이에요. 근데 해외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공백이 생겼네요. 이번 ‘추리의 여왕’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대박난 작품은 아니지만, 저의 존재감을 상기시켜 드린 것 같아서요.”

권상우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통해 2000년대 초중반 한류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줄곧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에 시달렸다.

“당시 인기요? 진짜 엄청 났죠. 사실 (요즘 인기 있는) 다른 배우들을 봐도 부러운 건 없어요. 저도 해볼 거 다 해봤으니까. 근데 지나간 일이잖아요.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이죠. ‘난 권상우니까 잘 되겠지’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제는 절박해요.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2008년 동료배우 손태영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권상우는 “유부남이 되면서부터 주인공에서 내려오는 준비를 했다”며 “예전엔 시나리오가 수북이 들어오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더라. (캐스팅 제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어른이 돼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지언정 집에만 들어가면 싹 풀린다는 그다. “결혼했다고 연기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제 인생이 좋아진 건 사실인 것 같아요(웃음). 결혼하길 잘했죠. 평생 내 편들이 생겼으니까요. 아이들이 커가는 걸 지켜보는 일상의 행복도 크고요.”

“여전히 꿈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그 꿈이 무엇이냐 물었다. “롱런(long-run)하는 거요. 계속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롱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장난기어린 얼굴로 발끈했다. “더 해야 되지 않아요? 이순재 선생님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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