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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J D 밴스의 ‘힐빌리 엘러지’



가난과 이혼, 약물중독이 집안 전통이라는 32세 백인 청년의 회고록이 43주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키고 있다.

‘산골뜨기의 슬픈 노래’라는 뜻의 ‘힐빌리 엘러지’(Hillbilly Elegy)는 가난한 집안에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는 저자의 인생을 담은 자서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수성가한 개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대)에 갇힌 백인 노동자 계층의 가난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의 역할을 한다. 지난해 대선 때 백인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에게 열광하면서 이 책이 크게 주목받았다.

저자는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지역으로 꼽히는 오하이오에서 나고 자랐다.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는 19살 때 저자를 낳았지만 그녀의 남자는 수시로 바뀌었다.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경제적 낙후 지역에서 패배주의와 ‘남탓’ 심리가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 팽배했다. 저자는 할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오하이오 주립대에 입학했다. 집안에서 유일한 대학 진학자였다. 저자는 비록 자신은 아이비리그를 거쳐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지만, 고향에 남은 자신의 가족과 친척들은 왜 가난과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이자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는 ‘올 여름에 읽어야 할 책’ 5권 중 하나로 이 책을 선정했고, 할리우드는 이 책을 영화화하기로 했다. 이 책의 인기가 높아지자 책을 쓴 JD 밴스에게 고향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라는 권유가 밀려들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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