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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베르베르의 잠 못드는 이야기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책 들머리에 적힌 저 문장이 이 소설의 골격을 짐작케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상상력 하나는 대단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5·사진)가 펴낸 잠에 관한 소설이다. 작가는 ‘제3인류’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을 통해 잠과 꿈의 실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주인공 자크 클라인의 어머니이자 신경 생리학자인 카롤린은 아들의 여자친구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얘기 들어 봐요.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잠은 일반적으로 총 5단계로 나뉜다.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단계에 접어들면 인간은 두뇌운동이 빨라지면서 선명한 꿈을 꿀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6단계를 거론한다. 심장박동은 느려지고 두뇌활동은 더 활발해지는 단계다. 그런데 6단계 수면과 관련, 실험을 벌이던 도중 피실험자가 숨지고 다음날 카롤린은 실종된다. 자크 클라인은 꿈에서 20년 뒤의 자신을 만나 어머니의 행방을 알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80년대 한 매체에서 과학기자로 일하며 썼던 자각몽(自覺夢)에 관한 기사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는 당시 취재를 하다가 자각몽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2014년부터 그를 괴롭히는 불면증도 작품을 쓴 계기가 됐다.

알려졌다시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 한 명이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3월 내놓은 최근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 순위에서 그는 1위에 랭크됐다. 한국인이 그를 편애하는 건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미를 배가시키는 작가 특유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총 2권으로 이뤄진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소설에는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지 묻고 답하는 대화가 등장하는데 이런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조금 읽어 봐요. 흥미로운 소설만 한 수면제가 없죠.” 과연 그럴까. 재미있는 소설은 때론 잠을 설치게 만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이 그런 책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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