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해외 오케스트라서 왜 잇따라 악장 될까?



Q. 최근 클래식계에 낭보가 잇따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이지윤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각각 임명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해외 오케스트라의 핵심인 악장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A. 오케스트라에서 악장(concertmaster)은 지휘자의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왼쪽에 앉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오케스트라의 심장으로 불리는 ‘제1 바이올린’의 리더로서 현악 파트는 물론 전체 단원을 대표한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단원들 가운데 가장 나중에 입장하며, 연주 전후에 지휘자 및 협연자와 인사를 나눈다. 한마디로 악장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인물로서 지휘자와 협연자를 중재하며 연주를 완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2017∼2018시즌이 시작되는 9월부터 활동하는 김수연과 이지윤뿐 아니라 이미 여러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해외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자리 잡았다. 박지윤이 2011년 프랑스 루아르 국립 오케스트라, 윤소영이 2012년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지혜는 2015년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악장으로 임명됐다. 부악장도 다수여서 오스트리아 빈 국립 폭스오퍼 심포니의 유희승, 미국 뉴욕필의 권수현, 영국 런던필의 김정민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실력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기악 분야에서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많지만 바이올린 분야는 독보적이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우승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국제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솔리스트 활동은 연주력 이외에 상품성, 네트워크 등 다양한 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 가운데 세계적인 소속사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의 후원을 받는 최예원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 연주자들이 솔리스트로 생활하기엔 너무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에서 음대 교수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갖추기도 어려워진데다 솔리스트를 최고로 여기던 분위기가 바뀐 것도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해외 오케스트라를 선택하는 이유다. 여기에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의 경우 악장이 3∼4명 체제로 돌아가는 곳이 많기 때문에 악장과 솔리스트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실제로 박지윤과 윤소영이 솔리스트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김수연과 이지윤 역시 솔리스트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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