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대충’이 된 손가락 구구셈 주먹구구



‘주먹구구’는 어떤 일이나 계산 같은 것을 어림짐작으로 대충 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원래 뜻은 손가락을 꼽으면서 하는 ‘구구셈(구구단)’이지요.

그런데 웬일인지 ‘장사를 그렇게 주먹구구로 하니까 이문이 날 리 있나’처럼 주먹구구가 별 가치 없는 말이 돼 버렸습니다. 손가락을 접고 펴면서 하는 주먹구구셈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정확하지 않을 듯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해서 본래 뜻이 바뀐 것 같습니다.

주먹구구를 한번 해볼까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주먹을 쥐면 5이고 손가락 하나를 펴면 6, 둘을 펴면 7, … 모두 펴면 10입니다. 두 손의 편 손가락을 더해 10단위로, 두 손의 접은 손가락을 곱해 1단위로 합니다. 양쪽 모두 5 이상의 수에서만 가능한 셈법입니다.

6×7(42)을 예로 들어보지요. 한쪽 손 손가락 한 개를 펴서 6을 만들고, 다른 쪽 손 손가락 두 개를 펴서 7을 만듭니다. 편 손가락이 모두 3개이니 30, 접은 손가락이 4개와 3개이니 곱해서 12. 30+12〓42입니다.

또 주먹을 쥐면 5이니 두 주먹(5×5)을 곱하면 25이고, 두 손을 다 펴면 100(50+50)이 되는 것입니다. 주먹구구가 5 이상만 가능하지만 예를 들어 8×4(32)의 경우 8×8(64)을 해서 둘로 나누면 되겠지요. 신기할 정도로 정확한 주먹구구가 지금 억울하게 됐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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