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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유쾌하게 풀어낸 심각한 사회이슈 62세 철부지-15세 애어른의 우정




‘펭귄이라고 하자. 있는 그대로 함부로 부르면 욕처럼 들리니까, 펭귄이라고 하자. 가끔 입에 좆을 물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부드럽게, “오늘 기분 참 펭귄 같네”라고 하자.’(‘굿 이브닝, 펭귄’ 중)

“사람의 나이라는 건 신체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야. 정신적인 게 더 크다고. 사람 마음 속에는 여러 가지 나이 대의 사람이 살고 있어. 왜 너 가끔 다섯 살 애처럼 징징 거릴 때 있어, 없어? 그리고 일흔 살 노인처럼 행동할 때는?”(‘오늘의 민수’ 중)

1983년생 남녀 작가의 신간 장편이 최근 동시에 배달됐다. ‘풀빵이 어때서?’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김학찬(34)의 ‘굿이브닝, 펭귄’(다산책방)과 ‘하이킹 걸’로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김혜정(34)의 ‘오늘의 민수’(문학과지성사)가 그것이다. ‘굿 이브닝, 펭귄’이 사이다 맛이라면 ‘오늘의 민수’는 따뜻한 수프 같다. 각기 다른 맛으로 삶에 에너지를 준다.

‘굿 이브닝, 펭귄’은 남자의 성기에 ‘펭귄’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한 발상이 재치있다. 13세, 사춘기를 맞은 ‘나’의 남자로서의 첫 경험을 시작으로 고교, 대학을 거쳐 마침내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까지를 다룬다. ‘펭귄’의 욕구를 어쩌지 못해 고교 때 야동에 빠지는 등 남성들만의 성의 세계가 코믹하게 펼쳐지지만 주제는 점점 심각해진다.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최저시급 알바,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를 건드리지만 그 방식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심각하지 않고도 사회 문제에 대해 할 말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늘의 민수’는 청소년 대상 소설. 62세 철부지 노인 김민수와 일찍 철든 애어른 15세 주민수의 세대와 나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을 그린다. ‘독신 할아버지’인 김민수는 고집불통, 안하무인이지만 일에서만은 프로인 애니메이션 감독. 주민수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가 힘들까봐 철이 빨리 든 중2 남학생이다. 미국에 사는 김 감독은 1년에 한번 정도 누나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 한 대학의 특강을 맡게 됐다. 김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무심코 다운 받았다가 저작권법에 걸려 많은 액수의 벌금을 내야 될 처지에 놓인 어린 민수는 고소 취하를 사정하려고 무조건 김 감독을 만나러 가는데…. 반전의 구조를 통해 스토리를 읽어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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