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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선 朴 전 대통령… 최순실과 나란히 앉아 첫 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을 아꼈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최순실씨는 검찰이 처음부터 대통령을 쫓아내려고 했다며 울부짖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그의 40년 지기 최순실이 23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전직 국가 원수가 형사재판을 받는 부끄러운 역사가 21년 만에 재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나란히 두 사람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가 직업을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주소지는 “서울 삼성동”이라고 했다. 불과 76일 전 최고 권력자였던 그의 맨얼굴은 초췌했다. 큰 핀으로 스스로 머리를 올려붙였지만 예전처럼 단정하지는 못했다. 이경재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은 최씨는 머리를 뒤로 묶었다.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다 잠시 울먹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범죄 혐의를 1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언급했다.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법정에 서는 건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며 “한편으로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대해 사법 절차를 통한 심판이 이뤄지는 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확립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30분 동안 반박했다. 무표정하게 듣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서서 “변호인 의견과 같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죄가 있다면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40년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시게 해서 제가 너무 죄인인 것 같다”며 울먹이더니 표정을 바꿔 “처음부터 검찰이 대통령 축출에 대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허물을 벗는, 나라를 위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시선은 앞을 향해 있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3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완전히 같다”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 뇌물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주 3회 이상, 늦어도 오는 10월까지 한 법정에서 나란히 재판을 받는다. 다음 공판은 25일이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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