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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文 대통령 친서 받아든 순간 “뷰티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아든 순간 보인 첫 반응은 “뷰티풀(It is beautiful)”이었다. 봉황 무늬가 새겨진 봉투에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는 A4용지보다 조금 큰 종이 2장에 한글 궁서체로 쓰였으며, 두 번째 장 아래에 문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었다. 문 대통령의 공식적인 친서는 한글로 쓰였지만 영문번역본이 함께 들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으로부터 친서를 건네받은 뒤 “잘 읽어보겠다. 아름다운 친서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사 일행을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Oval Office)에서 맞았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의 특사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환대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 이사장을 맞이할 때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뿐 아니라 당초 예정에 없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배석시켰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다른 일정으로 면담이 끝나기 전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문 대통령의 특사를 맞는 백악관의 태도가 각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정부에서는 안호영 주미대사가 즉석에서 합류해 면담에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취임 직후 나눈 전화통화를 상기시키며 “문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좋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소감으로 “아주 직설적이고 솔직하고, 또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홍 이사장의 면담에서 사드 비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파견된 한국의 새 대통령 특사에게 껄끄러운 이슈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는 홍 이사장이 맥매스터 보좌관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다뤘다. 홍 이사장은 한국 국회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맥매스터 보좌관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한국에서 국회 논의를 거치더라도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후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문 대통령이 상황을 잘 관리하고 주도해나가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홍 이사장에게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날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할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는 후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주말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급하게 백악관 면담을 추진했는데, 백악관은 이날 면담 4시간 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 시간을 확정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코네티컷에서 열린 해안경비대 졸업식에 참석한 뒤 전용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복귀하자마자 오후 3시50분부터 바로 면담이 시작됐다.

홍 이사장은 18일에는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과 벤 카딘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위원장 등 미 의회 지도부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한다. 19일에는 싱크탱크와 학계, 언론계 인사들을 주로 만난 뒤 20일 귀국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홍 이사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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