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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깊어지는 사드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사드가 야전 배치된 만큼 이를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정부는 사드 운용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도 신경 써야 한다. 중국의 반발을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결국 사드 배치에 대한 여러 상황 변수를 미국 신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하는 숙제가 정부에 주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도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지지율 1위인 대선 주자로서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상황은 주한미군의 사드 장비 기습 반입,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10억 달러 한국 부담” 발언 이후 달라졌다. 미국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 탓에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배치 찬반이 아닌 배치 결정 과정의 정당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이런 입장은 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는 민주적 절차가 결여돼 있다”면서 “많은 국민이 이 문제에 공감을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문재인정부의 요구를 받아줄지 불투명하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지난 16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청와대에서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포틴저 보좌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는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고 대응했다. 그동안 사드와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으면서도 배치 결정 자체를 뒤집을 생각만큼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내부에서도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중국의 반응 역시 미지수다. 중국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일대일로 포럼’ 초청장을 보내는 등 한·중 관계 회복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다분히 사드 배치 철회를 기대한 행보다. 철회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동의를 거쳐 배치를 결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 중국은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든 우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 상황을 설명할 뿐”이라면서 “그동안 강조했듯 사드는 주권사항으로서 전체 국익과 안보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중국에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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