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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유리천장’ 속속 뚫은 경험… 첫 女보훈처장 탄생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신임 국가보훈처장으로 피우진(61·여) 예비역 육군 중령을 임명했다. 피 처장은 특전사 중대장, 여성 헬기조종사 등을 거치며 군 내부의 ‘유리천장’에 도전해온 인물이다. 첫 여성 보훈처장인 데다 전임 박승춘 처장이 육군 중장 출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피 처장은 당장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시작으로 보훈처 업무에 나설 예정이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17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문 대통령은 신임 보훈처장에 피 예비역 중령을 내정했다”며 “피 처장은 1979년 소위로 임관한 뒤 육군 205대대 헬기조종사 등 남성 군인도 감당하기 힘든 곳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이 처음 가는 길을 개척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2006년 유방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 조치에 맞서 싸워 군에 복귀함으로써 여성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은 또 “그간 보훈처는 국민의 마음을 모으지 못했다”며 “신임 보훈처장 임명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보훈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피 처장은 취임 일성으로 “보훈은 안보의 과거이자 미래”라며 “지금 보훈 가족들이 다소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보훈 정책은 보훈 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며 “내각 여성 비율을 30%로 하겠다는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발탁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 처장은 군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유리천장에 도전해 왔던 것은 물론, 부당한 군 당국의 전역 조치를 거부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여성 헬기조종사로 근무하던 2002년 유방암에 걸려 두 가슴을 모두 절제했다. 그 뒤 무리 없이 헬기 조종을 해왔으나 양쪽 가슴 절제는 심신장애 2급이라는 이유로 2006년 전역 통보를 받았다. 현직 군인이 질병이나 사고로 심신장애 1∼7급을 받으면 무조건 전역해야 하는 게 당시 국방부 규정이었다. 피 처장은 국방부를 상대로 퇴역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심까지 승소한 이후인 2008년 5월 복직 결정을 받고 군으로 복귀했다. 군은 상고를 포기했다. 피 처장은 복직 후 정년을 채우고 2009년 중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이후 2008년 진보신당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경험이 있으며 이번 대선에선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문 대통령의 보훈처장 인선은 5·18 기념식을 고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1일 황교안 전 대통령 직무대행과 함께 박승춘 전 처장의 사표를 가장 먼저 수리했다. 12일에는 ‘제2호 업무지시’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처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6년간 재임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로 당시 야권과 논란을 빚어왔던 것이 사표 수리의 배경이었다.

피 처장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며 “저는 애국가도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박 전 처장이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다. 당시 박 전 처장은 기념식장에 앉기도 전에 유가족들에게 쫓겨났다.

△충북 충주(61) △청주여상, 청주대 △여군훈련소 중대장 △특전사 중대장 △202항공대대 헬기조종사 △육군본부 중령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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