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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미사일 고도화 마이웨이? 협상력 높이기?



북한이 14일 준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 정세 변화에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햇볕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문재인정부 탄생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잇따른 대화 언급에도 ‘제 갈길’을 가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떠보는 한편 북·미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월 발사된 북극성 2형보다 발사고도와 발사거리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언론은 이나다 도모미 일 방위상을 인용해 최대 발사고도가 2000㎞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의 최고고도(1413㎞)를 넘어서는 것으로 정상 발사 시에는 사거리가 6000㎞ 안팎으로 추산된다. 주일 미군기지는 물론이고 괌 미군기지, 미국 본토까지 공격 범위로 삼겠다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 ICBM 기술 진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18일에는 ICBM 신형 엔진 연소실험에 참석해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지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백두 대업의 승리가 있다’는 기사에서 “강위력한 국방 성새(성과 요새)를 더 억척같이 구축할 것”이라며 “(세계는) 어떻게 백두 대업의 눈부신 승리의 축포를 쏴올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면 기존 미사일을 쏘면 된다”며 “이번 발사 역시 북한의 마이웨이(my way)다. 개발 로드맵대로, 계획대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화 국면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한 방’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13일 ‘1.5트랙(반민반관)’ 대화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여건이 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자가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국면 전환을 앞두고 미국으로 하여금 빨리 대화를 시작하라는 압박이면서 제재·압박에도 핵·미사일 개발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을 앞두고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핵·미사일 개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사거리가 늘어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미국을 겨냥한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미국 반응이 없을 경우 핵실험 같은 전략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을 확인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가 북핵 문제를 비롯한 군사적 문제와 남북 문제를 분리 대응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대응 방향을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얼마나 정책 개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탐색전의 의미다. 대화 국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선제압 성격이라는 관측도 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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