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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고승욱] 해외파병법
국군의 해외파병은 1964년 시작됐으니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첫 파병지는 베트남이었다. 1973년까지 32만명이 투입됐고, 사망·실종자만 약 5000명이었다. 첫 파병의 끔찍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 이후 군대를 외국에 보내자는 말은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4개 부대 1000여명이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개인파병을 포함하면 무려 13개국에 우리 군인이 나가 있다.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상징하는 파란 헬멧을 쓰고 임무를 수행한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는 유엔 ...
입력:2017-11-09 17:40:01
[한마당-라동철] 캠프 험프리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의 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8일 오후 출국했다.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7일 한국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선지는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였다. 이곳은 용산기지 등을 대체하기 위해 조성된, 한·미 안보동맹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주한미군 병력의 70%를 차지하는 미8군의 사령부가 지난 7월 용산에서 이전해 왔고 주한미군사령부, 의정부·동두천의 미 제2보병사단 등도 속속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5.5배다.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단일기지로는 가장 ...
입력:2017-11-08 18:15:01
[한마당-김명호]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일 정상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시대를 천명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미국∼호주∼일본∼인도를 이으면 미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중국을 둘러싸게 된다. 미·중의 세계 전략이 민감하게 충돌하는 해역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확대, 인도를 끌어들이고 중국을 더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인도·태평양 시대라는 개념을 일본이 제공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미·일의 중국에 대한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게다. 중국이 긴장할 만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 변화다....
입력:2017-11-07 17:45:01
[한마당-김준동] 남진과 나훈아
어머니는 가수 남진을 무척 좋아했다. 무엇보다 귀공자 같은 외모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늘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남진의 ‘님과 함께’다. 반면 아버지는 나훈아 팬이다. 남성적인 외모에 애절한 가락이 심금을 울린다고 했다. 어머니가 ‘님과 함께’를 읊조리면 맞대응한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나훈아의 ‘고향역’이다. 남진(71)과 ...
입력:2017-11-06 17:35:01
[한마당-김태현] 여성 감독
29세 여성인 찬유엔팅은 홍콩 프리미어리그 2015∼2016 시즌 중반 이스턴 SC의 사령탑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찬유엔팅은 남성 프로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첫 여성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성 지도자상을 받은 그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여성에 뽑히기도 했다. 해외에선 여성 감독들이 활발하게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여성 지도자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 V-리그에선 이번 시즌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여성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
입력:2017-11-05 17:25:01
[한마당-김준동]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
다산 정약용은 6남3녀를 뒀다. 다산은 유배생활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자녀들에게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는 집을 찾아가 도와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유배지에 보낸 편지’에서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이라며 자녀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베푼 재물은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
입력:2017-10-31 17:20:01
[한마당-고승욱] 유네스코 분담금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1년 정규예산은 4000억원이 조금 못된다. 2015년 말 제3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2016∼2017년 2년간 정규예산으로 6억6700만 달러(약 7500억원)를 결정했다. 정규예산은 유네스코 195개 회원국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된다. 주로 인건비, 시설비, 고정사업비로 사용된다. 반면 비정규예산은 국제기구나 단체, 회원국이 특정 사업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내는 기부금 성격의 돈이다. 2016∼2017년도의 경우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정규예산(46%)보다 약간 많은 47%지만 조직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돈은 모두 정규...
입력:2017-10-30 17:40:01
[한마당-김준동] 성화 봉송
성화(聖火)는 올림픽 정신의 상징이다. 1948년까지만 해도 ‘올림픽의 불(Olympic Fire)’이라 불렸지만 2년 뒤 ‘성스러운 올림픽의 불(Sacred Olympic Fire)’, 즉 성화로 올림픽 헌장에 공식적으로 올려졌다. 성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이었지만 지금처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광선을 이용해 채화를 한 뒤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까지 성화 봉송을 한 첫 대회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열렸던 ‘람파데드로미아’라는 횃불 릴레이 경주를 모티브로 했다. 당시 성화는 3075명의 주자가 1㎞씩 3075...
입력:2017-10-27 18:15:01
[한마당-정진영] 늦가을 책읽기
언제부터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언급한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선선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며 글 읽기에 좋다’는 고사성어처럼 이 시기엔 책을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일제시대부터 이 말이 널리 쓰였다고 추정하는 부류도 있다. 1920년대 중·후반 당시 국내 신문에 ‘가을은 독서주간’이란 기사가 심심찮게 실렸다. 이후 독서의 달이 법으로 규정됐다. 정부는 1994년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등에 따라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했다. &...
입력:2017-10-26 17:20:01
[한마당-이명희] 존엄사
안락사(euthanasia)는 좋은 죽음(good death)을 뜻하는 그리스어 ‘eu thanatos’에서 유래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고통 속에 삶을 연장해야 하는 것은 말기 환자들에게는 죽음보다 못한 일일 수 있다. 가족들에게도 희망고문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는 희귀병에 걸린 한 살배기 찰리 가드를 두고 생명윤리 논쟁이 벌어졌다. 병원 의료진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자 찰리 부모는 미국으로 옮겨 치료를 받겠다고 맞섰다. 3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존엄한 죽음이 찰리에게 최선의 이익’이라며 의료진 손을 들어줬다. 찰리의 생명을 ...
입력:2017-10-23 17:25:01
[한마당-천지우] 기분이 좋아지는 역사
최근 중국 시진핑 정권은 8년으로 명문화돼 있던 항일전쟁 기간을 14년으로 늘렸다. 일본에 맞서 싸운 기점을 1937년 노구교(盧溝橋) 사건에서 1931년 만주사변으로 돌연 바꾼 것이다. 항일전쟁 기간을 6년 더 늘리면 그만큼 오래 피해를 입고 줄기차게 투쟁해 왔음이 강조된다. 과거사 문제로 일본을 공격할 빌미도 더 생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당시 중국은 내전 상태여서 단순한 중·일 갈등 구도가 아니었고 관계 개선을 모색한 시기도 있었다’며 ‘양국 관계를 14년 전쟁으로만 정의하면 전체상을 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입력:2017-10-22 18:05:01
[한마당-김명호] 메멘토 모리
전쟁에서 이기고 로마로 돌아오는 개선장군은 화려한 행진을 한다. 이때 장군 바로 뒤를 따르는 노예는 그가 듣게끔 계속 외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로마 시대 개선식의 전통으로 ‘지금 인간으로서 최고 영예를 누리고 있지만 너 역시 언젠간 죽는다. 교만하지 말라’는 뜻이다. 숙적 안토니우스와의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 내전을 평정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황제)는 BC 29년 로마 시민들의 열광 속에 3일 동안 성대한 개선식을 갖는다. 그도 노예의 그 소리를 끊임없이 들었으리라. ‘옥타비아누...
입력:2017-10-20 17:25:02
[한마당-고승욱] 페어바둑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팬이 크게 늘었다. 그 중에는 잘 두지 못해도 열심히 보는 사람이 많다. 야구 중계방송을 선수들만 보지 않는 것처럼 몇 가지 규칙만 알면 프로기사의 정상급 대국을 즐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숫자가 빽빽한 기보를 보며 수순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TV중계 덕도 봤다. 지금은 전문적 해설을 곁들인 영상을 인터넷에서 언제라도 찾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눈길을 끄는 새로운 대국 방식이 꾸준히 개발된다. 과거에는 제한시간을 이리저리 바꾸는 게 유행이었다. 각각 1분만 주고 초읽기에 들어가는 초단기 대국도 그래서 나왔다. ...
입력:2017-10-17 18:35:01
[한마당-정진영]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일은 하는데 일이 아닌 것이 있다. 분명히 일인데 일로 보이지 않는 ‘감춰진 일자리’다. 노동력은 쓰이는데 유상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다. 칼 마르크스는 부불노동(unpaid labor)으로, 오스트리아의 석학 이반 일리치는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라 일컬었다. ‘시장화 되지 않은 노동’인 셈이다. 경제적 효용을 강조하는 시장경제를 넘어 시장의 논리가 공동체 전 부문에 스며든 시장사회가 된 요즘에도 이런 종류의 노동은 일상적이다. 대표 격은 가사노동이다. 남성의 노동은 가치 있는 경제적 투입요소로 인정받는 반면 여성의 가정 ...
입력:2017-10-16 18:15:01
[한마당-강주화] 인생의 저녁에
지난해 이맘때 미국 닉 카사베츠 감독의 영화 ‘노트북’이 상영됐다.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다. 재개봉임에도 18만명 넘게 관람해 극장가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영화는 석양에 물든 호숫가에서 시작된다. 한 요양원이 배경이다.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에게 노트에 적힌 젊은 남녀의 연애 얘기를 들려준다. 단풍이 들어가는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다정하다. 두 사람은 부부이지만 기억을 잃은 할머니는 그가 남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함께 입원한다. 자식들은 ...
입력:2017-10-15 17:30:01
[한마당-고승욱] 노들섬
서울에 있는 섬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저 한강에 솟은 모래더미에 불과하지만 도도한 물줄기에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무자비한 기계를 상대하면서 아예 지도에서 없어지기도 했다. 중랑천과 만나는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서 한강은 폭이 넓어진다. 그곳에 있던 섬이 저자도다. 중랑천을 타고 내려온 모래가 쌓여 생긴 섬이다. 갈대와 억새가 무성해 조선시대 왕족의 여름 정자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압구정동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모래를 모두 퍼갔다. 한강 수위가 낮아지는 봄철에는 ...
입력:2017-10-13 18:00:01
[한마당-김명호] 넛지 이론과 댓글 공작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음으로써 그의 ‘넛지(nudge) 이론’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이란 뜻으로 사용했는데, 2008년에 쓴 그의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었다. 넛지는 일종의 설득 전략이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설득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연구했다. 홍보와 PR, 정치선전 등에서 효과 극대화를 위한 설득 기술인 셈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설득의 결과 또는 효과로 기존 태도의 변화, 기존 태도의 강화, 새로운 태도...
입력:2017-10-12 18:50:01
[한마당-김영석] 북한판 소녀시대
2012년 7월 6일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 7명의 가수와 10명의 연주자가 등장했다. 가슴 부위가 훤히 파인 튜브톱 미니원피스에 킬힐을 신었다. 영화 ‘록키’의 주제가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를 불렀다. 전자 악기의 경쾌한 음악에 선정적인 춤사위가 이어졌다. 모란봉악단의 첫 시범 공연이다. 북한판 ‘소녀시대’라고 불리는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지시로 창단됐다.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인 부인 이설주가 주도했다고 한다. 165㎝ 이상, 50㎏ 이하 기준에 못 미치면 탈락이다. 연애도 결혼도 금지돼 있다. 모란봉악단과 쌍벽을 이루는 또 하...
입력:2017-10-11 18:10:01
[한마당-모규엽] 카탈루냐
스페인 축구의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가 지난 1일(한국시간) 홈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7∼18 프리메라리가 7라운드 라스팔마스전에서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이 경기를 치렀다. FC바르셀로나가 무관중 경기를 벌인 것은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이날 독립 찬반투표를 했기 때문이었다.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당연히 독립의 진원지. 구단은 투표와 경기 날짜가 겹치자 앞서 안전을 고려해 리그 사무국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관중 하나 없이 텅텅 빈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쳤다. 카탈루냐의 독립 열기는 곳곳...
입력:2017-10-08 17:20:01
[한마당-김준동] 종묘∼창경궁, 88년 만의 재회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한양으로 정한 뒤 제일 먼저 지은 건물은 종묘다. 개국공신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에서 “임금은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열면 반드시 종묘를 세운 다음 조상을 받드는 법”이라고 했다. 그만큼 종묘를 중요시했다는 얘기다. 1394년 10월 공사가 시작돼 이듬해 완공됐다. 12월 착공된 경복궁보다 2개월 빠르다. 완공 시기는 9월 29일로 같다. 종묘는 1995년 우리나라 유산 중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가장 먼저 등록됐다. 제2의 궁궐로 지어졌으나 후기에는 정궁의 역할을 했던 창덕궁은 1404년 태종 때 지어졌다. 조선의 5대 ...
입력:2017-09-28 18:35:01
[한마당-라동철] 태릉선수촌
서울 노원구 공릉동 불암산 남쪽 기슭에 태릉선수촌이 있다. 31만969㎡의 부지에 13개 훈련시설과 숙소 3개 동, 부대시설 등을 갖춘 이곳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종합훈련장이다. 1966년 6월 문을 연 후 51년 동안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메달의 꿈을 키웠다. 개촌 후 우리나라가 딴 올림픽 금메달만 116개나 된다. 태릉선수촌은 스포츠 강국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협소해 제2의 선수촌이 지어졌다. 나중에 해군으로 이관됐지만 1984년 진해선수촌이 문을 열었고, 98년 6월에는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고지대에 태백분촌(현 태백선수촌)...
입력:2017-09-27 19:00:01
[한마당-고승욱] 무티 메르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학창시절 별명은 카지(Kasi)였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결혼하기 전 성이 카스트너였기에 붙은 애칭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이후 그에게는 많은 별명이 따라다녔다. 2005년 최연소 여성 총리로 취임해 12년을 권력의 정점에 있었으니 이름 앞에 온갖 수식어가 붙는 게 당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마라는 뜻의 무티(Mutti)가 유명하지만 독일 언론은 프라우 나인(Frau Nein)을 많이 쓴다. 영어로 하면 미세스 노(Mrs. No), 우리말로는 ‘아니요 여사’다. 2000년대 말 유로존 위기 속에 유로 회원국에 ...
입력:2017-09-26 18:00:01
[한마당-정진영] 가객 김광석
달포 전 전화 한통을 받았다. 대구 중구청 관광개발과장이라고 밝힌 그는 “달라진 김광석길을 보러 꼭 한번 오시라”고 했다. 3년여 전 김광석길이 ‘한국의 대표 관광지 100곳’으로 소개된 것과 달리 볼품이 없다고 지적한 내 칼럼을 잘 봤다며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광석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에는 2010년 그의 이름을 딴 길이 만들어졌다. 3m 정도 너비에 350여m 길이의 골목에는 가수의 얼굴과 노래가사가 적힌 벽화, 통기타 조형물, 작은 공연장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를 제대로 떠올릴 ...
입력:2017-09-25 18:30:01
[한마당-김태현] 평화의 평창을 기대하며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주최 제20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가 지난 21일 평양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엔 1위를 차지한 북한을 비롯해 69개국이 참가했다. 69개국 중 한국은 없었다. 북한 ITF 선수단은 지난 6월 전라북도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옛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시범공연을 했다. 당시 양측은 한국 WTF 시범단이 이번 대회에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태권도는 남북을 잇는 유일한 교류의 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주를 찾아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이용선 ITF 총재 등을 만나 태권도를 매개로 ...
입력:2017-09-24 17:50:01
[한마당-김명호] 서쪽 해돋이를 찾아서
인간은 하루에 약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95%가 어제 했던 생각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것도 그제 했던 생각과 비슷하다. 신경과학에서 신경세포의 뉴런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해본 결과라고 한다(임희택 ‘망각의 즐거움’).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고 비생산적인 생각을 하고 또 하는 것이다. 오후 늦게 자신이 오늘 했던 생각을 복기해보면 결과가 어떨까. 초점 없는 잡동사니는 아니었을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면, 하릴없이 손가락 내키는 대로 서핑한 건 아닌가. 뇌의 용량은 한정돼 있는데 두서없...
입력:2017-09-21 18: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