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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강주화] ‘미투’ 선언
지난 세기를 강타한 대표적 문서 중 하나는 ‘공산당 선언’이다. 1848년 2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처음 인쇄된 이 선언문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공산당이라는 유령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사회주의 혁명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론적 강령을 제공하기 위해 쓴 것이었다. 초판 23쪽에 불과한 소책자였지만 이 선언이 전파된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쿠바 등 곳곳에서 사회 체제를 뒤흔들었고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도 이념 갈등과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지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불처럼 번지는 &lsquo...
입력:2018-02-18 17:50:01
[한마당-김혜림] 아들에게 앞치마를
1990년대 초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갔었다. 파리 교외에서 열리는 ‘프르미에르 비종’을 취재하기 위해서. 프르미에르 비종은 파리컬렉션에 앞서 열리는 원단전시회로, 다음 시즌에 유행할 소재와 컬러 패턴 등을 가늠할 수 있어 디자이너들이 찾는 전시회다. 볼거리가 가득했던 파리 출장에서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던 두 가지. 미라보 다리와 프랑스빵 바게트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초행인 기자들은 미라보 다리를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이미 한두 번 와 본 선배들은 시큰둥했다. 현장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한강에 익숙한 우리에게 센강은 ...
입력:2018-02-13 17:50:01
[한마당-김준동] HAPPY 평창
평창은 고구려 영토로 처음에는 욱오(郁烏)로 불렸다. 고려 태조 23년(940년) 지금의 지명으로 바뀌었고 조선 태조 1년(1392년) 군으로 승격됐다. 군청 소재지는 평창읍이고 행정구역은 봉평면, 용평면, 진부면, 대관령면 등 1읍7면이다. 태백산맥이 지나는 곳에 있어 대다수 지역이 해발 고도 600∼800m에 달한다. 그래서 지역 브랜드를 ‘HAPPY 700’으로 했다.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높이인 700m를 상징한 것이다. 실제로 해발 고도 700m의 기압은 인체에 가장 적합하다. 이 고도에서는 잠자는 데 도움이 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알맞게 분비돼 피로가 ...
입력:2018-02-08 17:40:01
[한마당-전정희] 평창올림픽, 아들의 평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출신 이우현 선생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남이다. 1937년생으로 지금은 이효석문학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평화기원 문학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1959년 국비장학생에 선발되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미국 굴지기업 CEO까지 지냈다. 그는 어린시절 지금의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정차역인 KTX진부역 인근 면소재지에 살았다. 평양 숭실학교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 살기도 했으나 1940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고향 평창으로 내려와 조부모 손에 컸다. 평...
입력:2018-02-06 18:15:01
[한마당-김태현] 응답하라 88올림픽
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지구촌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펼쳐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대회가 아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경제를 아우르고 성별, 국가,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인류 최대의 제전이다. 올림픽을 치른 도시는 하나같이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역대 가장 위대한 대회로 꼽히는 대회는 서울올림픽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
입력:2018-01-28 18:05:01
[한마당-김명호] 방 안의 코끼리
평범한 방이 있다. 그 방에 코끼리가 들어왔다고 치자. 황당함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겠는가.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는 말이 있다. 명확하게 문제라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을 비유한 표현이다. 보스가 문제 제기를 싫어하거나,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까 봐, 힘을 가진 이들이 손해를 볼까 봐, 반대하지만 그냥 대세라서…. 이유야 어찌 됐든 코끼리가 떡하니 방 안에 버티고 있는데도 오랫동안 존재를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하다 보면 정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lsq...
입력:2018-01-25 17:55:01
[한마당-김준동] 정현의 ‘4강 신화’
테니스는 유럽의 귀족 스포츠였다. 테니스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1세기 무렵 유럽의 성직자와 귀족들이 즐기던 운동 경기 ‘라폼므’가 16세기 이후 지금의 테니스와 비슷한 ‘죄드폼’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죄드폼은 프랑스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사건 중 하나인 ‘테니스 코트의 서약’이 맺어진 곳도 베르사유 궁전 안의 실내 테니스장이었다. 귀족들이 자신들의 클럽이나 사교 집단에서 즐기다보니 테니스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에 전파되지 못했다. ...
입력:2018-01-24 18:40:01
[한마당-전정희] 성급한 여론
“원론적으로 탁치에 반대하지만 아직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문을 읽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와 같이 흥분된 방법으로 회의를 이끌어 가는 것은 미국과 군정을 적으로 몰 수 있으므로 좀 더 냉정하게 사태를 논의하자.” 1945년 12월 28일 서울 경교장에 당대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임정 세력과 국내파 민족진영 그리고 좌익 대표들이 신탁통치에 대한 긴급 현안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중도 온건 노선의 송진우(1890∼1945·독립운동가)가 이같이 말했다. 앞서 모스크바 3상회의(12월 16∼27일)에선 한국에 대해 신탁통치 문제가 논의됐다...
입력:2018-01-23 17:25:01
[한마당-김준동] ‘외로움 장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5단계론을 주장했다.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안전, 귀속과 사랑, 자기존중,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 이론은 그가 활동했던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는 누구나 수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된 듯하다.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여행을 다니는 ‘혼자족’이 늘고 이들을 위한 마케팅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바야...
입력:2018-01-19 17:50:01
[한마당-천지우] 이적의 수
1846년 여름, 일본의 천재 기사 슈사쿠가 당대의 고수 겐낭 인세키와 맞붙었다. 바둑은 백을 쥔 인세키가 유리한 형세로 흘렀다. 그러던 중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대국장에 있던 의사가 방을 나오면서 “겐낭 선생이 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사는 바둑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슈사쿠가 중앙에 127번째 수를 뒀을 때 겐낭의 양쪽 귀가 빨개지자 마음이 크게 동요한 것으로 봤다. 의사의 예측대로 결국 슈사쿠가 이겼다. 겐낭의 귀가 빨개진 수, 즉 ‘이적(耳赤)의 수’는 이후 바둑사에서 묘수 중의 묘수,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결정적인 수를 일컫는 말이 ...
입력:2018-01-14 18:00:01
[한마당-이명희] 1987년의 기억
그해 봄 교정은 유난히 붉었다. 백양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만개한 철쭉 때문이었을 거다. ‘이단아’ 마광수 교수는 대형 강의실 탁자에 턱 걸터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이상의 ‘오감도’와 김유정의 ‘봄봄’을 얘기했다. 13인의 아해들이 왜 도로를 질주하는지, 점순이가 데릴사위 노릇을 하는 주인공에게 왜 닭싸움을 거는지 그만의 독특한 성(性) 담론을 풀어냈다. 그것도 잠시, 대학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직선제 개헌 논의를 뒤집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 이후 수업을 거부하고 집회와 시위에 나섰다. 중...
입력:2018-01-08 17:35:01
[한마당-서윤경] 모카포트
잿빛 옷을 입은 재소자들이 자신의 감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모카포트에 원두 가루를 넣고 물을 넣어 추출한 커피를 마신다. 2012년 개봉한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Caesar Must Die)’ 속 모습이다. 영화 소재는 교도소 재소자들의 교화 프로그램이다. 재소자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면서 이들의 모습도 달라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건 스토리도, 출연자들이 실제 수감자란 사실도 아니었다. 수감실에 있던 모카포트였다. 영화는 이탈...
입력:2017-12-24 17:50:01
[한마당-김준동] 한국 아이스하키의 기적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 15개 종목 중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1875년 캐나다 맥길대학 학생들이 얼어붙은 강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시합을 벌인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아이스하키는 캐나다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이스하키가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이다. 용산철도국 초청으로 경성에 온 도쿄대학 아이스하키팀이 시범경기를 펼친 것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1960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가입했지만 국제무대에 나서기까지는 그로부터 19년이란 긴 세...
입력:2017-12-20 17:10:01
[한마당-김명호] 예루살렘
평온함을 간직한 세 종교의 성지 예루살렘. 도시 곳곳을, 마을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하기에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로를 증오하고 살육을 자행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원전 587년 바벨로니아의 공격을 받아 허물어졌던 예루살렘은 기원후 70년 티투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에게 아예 초토화된다.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누가복음 21:6)는 예수의 예언처럼 예루살렘은 흔적마저 지워질 정도로 파괴됐다. 1차 십자군 원정대는 1099년 6월 예루살렘성 안으로 진입, 이틀 동...
입력:2017-12-14 18:45:01
[한마당-김영석] 분발유위 <奮發有爲>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평화회의. 첫 비(非)백인 국가 회의다. 공산주의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일부 국가의 주장에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때 저우언라이 총리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주창했다.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서경(書經)의 구대동존소이(求大同存小異)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결국 공동선언문인 ‘반둥 10원칙’을 도출해냈다. 중국이 제3세계 국가의 맹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중국 수뇌부가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은 변했지만 구동존이 정신만큼은 교과서처럼 사용되고 있다. ...
입력:2017-12-13 17:55:02
[한마당-정진영]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은 유품관리사다. 죽은 이가 남긴 것을 정리하는 낯선 일이 직업이다. 그가 찾는 곳은 음습한 분위기에 악취가 풍기는 현장이다. 숨진 지 한참 지나 타인에 의해 발견된 죽음은 대개 지울 흔적조차 없을 만큼 쓸쓸하다고 한다. 그는 2015년 펴낸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독사의 뒷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를 확인한다고 썼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맞는 죽음인 고립사와는 다르다. 고독한 죽음 앞에는 외로운 삶이 있다.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는 생이 죽음으로 이어지면 고독사가 되는 것이다. 고독사 자료로 활용되는 무연고 사망 실태는 20...
입력:2017-12-05 18:15:01
[한마당-천지우] 인도의 ‘소 바로세우기’
인도는 힌두교 전통에 따라 소를 신성시해 ‘소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 국민이 힌두교도인 것은 아니며 소고기를 먹는 이슬람교도가 2억명에 달한다. 이슬람 인구를 중심으로 소 사육과 도축, 소고기 수출이 활발히 이뤄져 인도는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이 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소의 처우가 달라졌다. 훨씬 더 귀한 몸이 됐다. 이슬람을 적대시하고 힌두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인도인민당(BJP)이 집권하면서 강력한 소 보호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BJP를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선거 유세 때 “소를 도살하는 이들은 우리나라 ...
입력:2017-12-05 14:25:01
[한마당-이명희] 老여배우의 위엄
영국 출신의 여배우 제시카 탠디는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1990년 토니상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50년대 미국 애틀랜타를 무대로 고집 센 70대 백인 할머니와 60대 흑인 운전기사(모건 프리먼 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그때 그의 나이 81세. 여우주연상 최고령 수상이다. 91년에는 ‘프라이드 그린 포테이토’로 다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94년 난소암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촬영에 열중해 두 편의 유작을 남겼다. 캐서린 헵번은 81년 74세에 ‘황금연못’으로 네 번째 아카데미 여우...
입력:2017-11-29 17:25:01
[한마당-김영석] 또 하나의 한글
세 살 때 송곳을 가지고 놀다 왼쪽 눈이 찔려 시력을 잃었다. 다섯 살 때 오른쪽 눈마저 감염으로 실명했다. 아버지가 가죽 세공인으로 유복했기에 파리 국립맹아학교를 다녔다. 열한 살 무렵 육군 장교가 학교를 찾아왔다.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어둠 속에서 읽을 수 있도록 작은 요철로 암호가 새겨진 작전명령문이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스무 살이던 1829년 6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새 글자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점자(點字)다. 그의 이름은 루이 브라유다. 자신의 눈을 앗아갔던 송곳으로 다른 이들의 세상을 밝혔다. 한글 점자는 1898년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
입력:2017-11-28 17:30:02
[한마당-고승욱] 굴비가 무슨 죄
한국인이 좋아하는 생선을 꼽으라면 단연 조기다. 지역과 동네에 따라 평가가 다르지만 서울을 포함한 서해 쪽에서는 그렇다. 얕은맛이 우리 입맛에 딱 맞는데다 많이 잡히는 만큼 값도 싸 두루두루 사랑을 받았다. 옛 선비들은 조기에는 때가 되면 제자리를 찾아오는 예(禮), 소금에 절여도 모양이 구부러지지 않는 의(義), 속이 깨끗해 부끄러움을 아는 염(廉), 더러운 무리에 끼지 않는 치(恥)가 있다고 칭송했다. 조선시대에는 벼슬아치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예의염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니 조기는 바닷속에서 성리학을 공부한 유학자 물고기였던 셈이다. 조...
입력:2017-11-27 17:35:01
[한마당-정진영] 동대구역
기차역은 한때 지역의 상징이었다. 교통과 물산의 중심이자 만남과 소통의 거점이었다. 그 지방의 번영과 쇠퇴를 목격한 역사의 현장이었으며 주민들에게 추억 한두 개쯤은 거뜬히 품게 해 준 곳이다. 2003년 서울역을 필두로 상업시설 위주의 민자복합역사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면서 역의 모습과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동대구역은 한강 이남 육상교통 허브다. 1905년 문을 연 대구역의 기능이 크게 준 반면 동대구역은 전국의 역 중 열차정차 1위, 이용승객 2위로 성장했다. 이 역은 1971년 준공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례적으로 건물이 철로 위에 들어선 선상 역...
입력:2017-11-21 17:50:01
[한마당-김명호] 망궐례
고려·조선시대에 멀리 있어 왕을 직접 배알하지 못하는 관리들이 궐패(闕牌·임금을 상징하는 궐자를 새긴 위패 모양의 나무 패)를 모신 관사 등에서 설날, 보름날, 추석 등 명절에 궁궐을 향해 인사하는 예를 망궐례라고 한다. 충성심을 표하는 행위다. 수군들이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궁궐을 향해 예를 올리거나,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낙방하고 돌아가는 길에 궁궐을 향해 하직 인사를 드리는 것도 그리 불렀다. 차원이 다른 망궐례도 있다. 설날이나 동짓날, 중국 황제 생일에 왕과 문무관원들이 중국 궁궐을 향해 드리는 것이다. 치...
입력:2017-11-20 17:40:01
[한마당-라동철] 공동경비구역 JSA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에 위치한 판문점은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남과 북의 경계인 군사분계선(MDL)이 가로지르는 동서 800m, 남북 400m 장방형의 이곳은 6·25전쟁 정전(停戰)으로 탄생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조인한 후 당사자인 유엔군과 북한·중공군이 정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회담 장소에서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 조성했다.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시위원회 등이 자리 잡고 있는 판문점의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다. MDL을 따라 양측 2㎞ 구간에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는 공식적으로 무장...
입력:2017-11-15 17:45:01
[한마당-이명희] 미국 부자들의 ‘클라스’
초기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로마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솔선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재산을 군자금으로 기부했다. 로마는 자신의 재산을 들여 공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한 귀족들의 이름을 따서 ‘○○○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귀족들은 이를 최고의 영광으로 알았다. 로마가 1000년 번영을 누리며 고대 사회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입력:2017-11-14 18:05:01
[한마당-서윤경] 외계어
전 세계로 날아든 12개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보내는 의문의 신호. 언어학자 루이스는 외계인의 독특한 문자 체계를 해석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눠 의도를 파악하라는 정부 지시를 받는다. 올 2월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콘택트’는 기존 SF물과 달리 대화와 소통을 소재로 했다. 예전부터 대화와 소통은 영화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다. 대화의 단절이나 소통의 오류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소재로 ‘딱’이었다. 오죽하면 외계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까. 2006년 한국은 외계어도 아닌 외국어 해석차로 시끄러웠...
입력:2017-11-12 17:4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