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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목구멍
냉면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집에 가곤 한다. 평양 옥류관에서 먹어본 적도 있다. 솔직히 밍밍한 맛이어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냉면 붐이 일었을 때는 일행들과 함께 냉면집 앞에 덩달아 줄을 서서 기다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졌다. 가을로 계절이 바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목구멍’ 발언이 사실이라면 상대가 대기업 오너들이어서가 아니라 ...
입력:2018-11-03 04:05:01
[한마당-배병우] 메르켈 시대의 종언
“나는 총리로 태어난 게 아니며 이 사실을 잊어본 적이 없다. 총리였다는 것은 영광이었다. 이토록 오랫동안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데 매우 감사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지켜본 뉴욕타임스 기자는 사실상 고별사로 들렸다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표 요지는 이랬다.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에서 사퇴할 것이며 2021년 총리 임기가 끝나면 공직에서 물러나겠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번 네 번째 총리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기민당과 사회민주당 등 대연정 참여 정당들의 잇단 ...
입력:2018-11-02 04:10:01
[한마당-김명호] 모든 외교는 국내정치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모든 걸 피해갈 수 있는 단어인 ‘미묘하다’라는 말로도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냥 정서가 그렇다는 말밖에.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원래 전력이 약하다느니, 부상 선수가 많아서 그랬다느니 하는 변명은 통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겐 어쩔 수 없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게 일본이다. 물론 그런 감정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누르는 게 정상적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는 부적격하다고 하겠다. 그런 배타적 감정은 종종, 아니 자주 각자의 국내정치에 활용된다. 2...
입력:2018-11-01 04:05:01
[한마당-라동철] 65년 만의 JSA 비무장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런 JSA가 최근 비무장화됐다.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 당국이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른 첫 결과물이다. 남북은 10월 1일부터 각자 지뢰제거 작업을 했고 초소를 폐쇄했다. 권총, 소총 등 화기와 탄약을 JSA 밖으로 옮기고 경비 병력은 각각 35명으로 조정했다. 남북과 유엔군사령부는 26일과 27일 양측 지역을 오가며 상호 점검하고 비무장이 충실하게 이행됐음을 확인했다. JSA가 비무장화된 것은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1953년 10월 설정 ...
입력:2018-10-31 04:05:01
[한마당-태원준] 안전한 이별
A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고 결심한 건 집착 때문이었다. 감시하듯 불쑥불쑥 학교에 찾아오고 수시로 휴대전화를 빼앗아 문자메시지를 검사했다. 저녁에 친구들과 어울리면 기어코 그 자리에 나타나 분위기를 망쳤다. 관계를 정리하려 연락을 끊었더니 집에까지 와서 고함 치며 행패를 부렸다. 할 수 없이 만남에 응하던 A씨는 이별의 방법을 바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남자친구 회사에 불쑥 찾아가 그와 대화하는 여직원에게 시비를 걸었다. 회식 자리에 쫓아가 2차까지 따라다녔다. 사흘에 한 번씩 결혼 얘기를 꺼내며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캐물었다. 만날 때마다 ...
입력:2018-10-30 04:05:01
[한마당-서윤경] 얼굴
카툰 작가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인물은 되도록 간단하게 표현하자는 것인데, 보는 사람이 자신의 해석대로 대상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얼굴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2009년 1월 31일. 한 일간지 1면에 실린 사진이 바로 그랬다. 미소를 지으며 큰 개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사진 속 남성은 상대의 경계심마저 허물어 버릴 것만 같았다. 사진에 달린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신문은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은 3년여에 걸쳐 7명의 여성을 살해했고 2009년 8월 사형이 확정...
입력:2018-10-29 04:10:01
[한마당-태원준] 로보택시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로보택시(Robotaxi)가 손님을 태웠다. 로봇과 택시의 합성어는 자율주행차에 택시 서비스가 결합된 것을 말한다. 택시회사 히노마루교통은 도심의 오테마치∼롯폰기 구간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택시로 2주 동안 시험영업을 했다. 안전요원이 동승했지만, 택시를 부르고 잠겨 있는 문을 열고 요금을 지불하는 과정은 모두 승객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졌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맞춰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려 한다.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늘어날 택시 수요에 기사 없는 택시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미국 기업 뉴토...
입력:2018-10-27 04:05:01
[한마당-염성덕] K-9 자주포의 육지 나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함에 따라 한국군 작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군사합의서에는 남북이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연습을 중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북한과 군사합의서 문본을 교환하고 관보에 게재할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군사합의서를 이행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군사합의서가 헌법 60조 1항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으로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입력:2018-10-26 04:05:02
[한마당-이흥우] 독도살이
독도는 사람 살기에 부적합한 섬이다. 외딴곳에 위치한 데다 크기가 너무 작아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곳, 독도가 국제법상 섬이 아닌 암초로 분류되는 주된 이유다. 독도 경비와 수호를 위해 1개 소대 병력의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거주민이 아니다. 아무도 살지 않던 홀로섬, 독도를 주민이 거주하는 유인도로 탈바꿈시킨 이가 고 최종덕씨다. 울릉도 어민이었던 최씨는 1965년 3월 수산물 채취를 위해 독도에 들어갔다. 그는 81년 주민등록지를 아예 독도로 옮기고, 87년 9월 사망할 때까지 ...
입력:2018-10-25 04:05:01
[한마당-전정희] #돌맞는사마리아인
소설가 공지영이 배우 김부선과 경기도지사 이재명 간의 싸움에서 김씨를 옹호하고 나섰다가 여론의 응원과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 작가와 김씨의 통화 녹취 파일이 최근 유출됐다. 그러자 공 작가가 SNS를 통해 유출 경위를 설명했다. 자신이 통화 파일을 건넨 이에게 비밀 엄수 확약을 받았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그는 “광기 어린 공격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 악의들을 다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글 말미에 ‘#사마리아인, #돌맞는사마리아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해시태그...
입력:2018-10-24 04:10:01
[한마당-신종수] 의인
아침 식사를 하며 TV 뉴스를 보다가 눈물이 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새벽 3시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는 도중 손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어느 할머니를 보고 선뜻 다가간 열아홉 살 청년. CCTV 영상 속에 비친 이 청년은 수레를 밀면서도 고개를 돌려 할머니와 눈을 맞춰가며 대화를 나눴다. 이어 아나운서가 전하는 교통사고, 뇌사, 장기기증 등의 팩트들이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전해졌다. 제주한라대 1학년인 김선웅군은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인지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김군의 유품을 정리하면...
입력:2018-10-23 04:05:01
[한마당-김현길] 조 잭슨
조 잭슨은 타고난 타자였다.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문맹이었던 그는 야구에서 새 인생을 찾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13시즌 동안 3할5푼6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3위 기록이다. 타이 콥에 밀려 타격왕은 번번이 놓쳤지만 베이브 루스가 “그의 타격을 따라했다”고 할 정도로 명타자였다. 명예롭게 은퇴했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 7명과 함께 그라운드를 영원히 떠나야 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스캔들인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은 브...
입력:2018-10-22 04:10:01
[한마당-김용백] 1박2일
‘하루가 열흘 맞잡이’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등등의 속담은 하루가 때로는 길게 느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 동안 많은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지금은 교통·통신이 발달한 글로벌시대인 만큼 하루 24시간은 활용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됐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2년째 두 자릿수로 인상하고, 주52시간 근로제를 제도화했다. 아직 안정적인 효과를 내기엔 이르다. 하지만 소득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증진시킨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직장인들...
입력:2018-10-20 04:05:01
[한마당-김용백] 동물학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1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 사육가구도 지난해 전체 가구 중 28.1%가 됐다. 고령사회 1인 가구의 증가 속도와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다. 반려동물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올해 2조6510억원으로 39.6% 확대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분야도 식품, 미용, 훈련, 장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전문 제품과 서비스도 앞다퉈 출시된다. 애완동물(pet)은 개념이 진일보해 반려동물로 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합성어 펫펨(pet+family)족, 펫미(pet+me)족 등이 나온 지도 꽤 됐다. 동...
입력:2018-10-19 04:05:01
[한마당-배병우] 북한, 개방 없는 개혁
북한의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 의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로 이견이 없다. 실제 그는 2012년 집권 이후 꾸준히 시장친화적 노선을 시행해 왔다. 지난 4월 20일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발전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개방 방식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저명한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시장체제를 도입하는 등 개혁은 하되 대...
입력:2018-10-18 04:05:01
[한마당-태원준] 사립 vs. 공립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1970년대 서울의 공립 국민학교는 대개 오전반·오후반이 있었다. 학생은 많은데 교실이 부족해 절반은 오전에 수업하고 절반은 점심 먹고 등교했다. 한 반에 70명이 넘어 선생님이 학생 이름을 외우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그런 학급이 학년마다 15개는 됐다. 어려서 살던 동네의 사립 국민학교는 공립학교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 학년에 다섯 학급뿐이었고 한 학급에 50명이 넘지 않았다. 당시 아이들 눈에 부자의 기준은 이층집에 사는 거였는데 그 동네 이층집 아이들은 대부분 이 사립학교에 다녔다. 여유 있는 집은 교...
입력:2018-10-17 04:05:02
[한마당-김명호] 한 놈만 팬다
1999년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데뽀’로 나온 유오성은 패싸움을 할 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옆의 놈들이 아무리 나를 때려도 난 한 놈만 죽을 때까지 팬다. 그러면 나중엔 살려 달라고 한다.” 점잖게 표현하자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고 공포감을 활용한 것이다. 동네 양아치긴 하지만 그는 싸움 전략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이 분명하다. 혹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양아치일 수도 있겠다. 국제정치학 용어인 ‘미치광이 전략’은 한 놈만 팬다는 전략과 맥락이 비슷하다. 미친 척하...
입력:2018-10-16 04:10:01
[한마당-지호일] ‘심청전’의 뻔한 결말
아마도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소가 될 것이다.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웬 섣부른 예단이냐고? 혐의 유무는 나중 문제이다. 이번 수사가 시작부터 ‘청와대의 수사’로 흐르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는 비공개 예산정보를 내려받은 심 의원을 고발한 뒤 곧장 이를 공표했다. 여당은 호응해 심 의원을 비판하고, 청와대에서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논평이 나왔다. 당·정·청의 이런 일사불란함은 청와대 의중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검찰 수사 타이밍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심 의원실 압수수색은 사건 ...
입력:2018-10-15 04:05:02
[한마당-염성덕] 유령수술과 CCTV
유령수술 실태를 폭로한 SBS 고발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대리수술이라고도 불리는 유령수술은 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이 집도하는 수술을 말한다. 고발 프로에 등장하는 제보자들의 폭로 내용과 동영상을 보면서 공분을 느꼈다. 다른 의사가 대리수술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수술 보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아예 집도까지 한다는 폭로가 줄을 이었다. 영업사원이 주기적으로 수술을 주관하는 모습을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 5일간 9차례나 유령수술을 한 영업사원도 있었다. 환자를 마루타처럼 대하...
입력:2018-10-13 04:10:01
[한마당-라동철] 벵갈고양이
벵골(bengal)은 인도 동북부 서벵골주(州)와 방글라데시(동벵골)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원래 둘 다 인도에 속해 있었으나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1905년 인도를 분할하면서 분리했다. 힌두교도가 많은 서벵골은 인도에 남았고 이슬람교가 많은 동벵골은 파키스탄으로 넘겨졌으나 이후 독립전쟁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벵갈은 벵골의 영어식 발음인데 벵갈호랑이로 인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용어다. 인도호랑이로도 불리는 벵갈호랑이는 갈색에 검은 줄무늬 털이 있고 덩치가 크다. 주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대부분...
입력:2018-10-12 04:05:02
[한마당-신종수] 김정은의 교황 초청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첫 장은 <김일성,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내용은 이렇다. 소련이 붕괴되고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1년 김일성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으로 초청할 것을 당시 외무상 김영남(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지시했다.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 태 전 공사는 상무조의 일원이었다. 바티칸 교황청이 “북한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 달라&...
입력:2018-10-11 04:10:01
[한마당-전정희] 한국어 혁명, “아빠 밥 먹어”
한국어는 어렵다. 음성이나 문자에 담긴 사회관습적인 체계를 이해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공통적 얘기다. 높임말과 겸양어는 한국에 살면서 배우지 않는 이상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쓰기 어렵다. 밥을 진지로, 묻다를 여쭈다라는 경어로 써야 그 사회 일원으로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 말한다는 것은 관념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데 한국어는 그 관념 즉, 견해나 생각의 메시지를 전하는 본질에 충실한 도구로 쓰이기 어렵다. 높임말과 겸양어를 구사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
입력:2018-10-10 04:05:01
[한마당-신종수] 슬기로운 감방생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라던 대로 동부구치소에 재수감 돼서 화제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직후 다급하게 마이크를 잡고 비상시를 대비해 병원과 가까운 동부구치소로 가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동부구치소는 서울 가락동에 있던 성동구치소가 지난해 6월 문정동 법조타운 신축부지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이곳에 수감돼 있다. 전자개폐형 최신식 빌딩으로 수세식 화장실, 싱크대, TV 등을 갖추고 있다. 환자를 수용하는 병사동 복도는 여름에 에어컨이 ...
입력:2018-10-09 04:10:01
[한마당-임성수] 승자의 저주
“이런 승리를 또 거두었다간 우리가 망할 것이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 북부 에피루스의 왕 피로스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여러 번 승리했지만 자신들의 희생도 로마 못지않게 크자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흔히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르게 된 유래다. 경제학에선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개념도 있다. 승리를 위해 치른 과도한 비용이 거대한 재앙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말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직책 생략)의 연속 집권과 수감은 한국 정치판 ‘피로스의 승리&r...
입력:2018-10-08 04:05:01
[한마당-이흥우] 김정은 국회연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1963년 8월 28일.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20여만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행한 연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해 ‘우리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we are free at last)’로 마무리하는 이 연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절대적 진리를 일깨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진리가 50년 전 미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이 연설을 기폭제로 흑인 민권...
입력:2018-10-06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