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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오렌지가 봄 과일 왕좌를 딸기에 내준 까닭
전통적으로 3∼4월에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은 오렌지다. 인도가 원산지인 오렌지는 3가지로 분류된다. 스페인 지명을 딴 발렌시아(Valencia), 색깔이 검붉어 붙여진 블러드(Blood), 꼭지 아래쪽이 배꼽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명명된 네이블(Navel) 오렌지가 그것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오렌지는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네이블이 대부분이다. 껍질이 얇고 씨가 없으며 당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원래 미국산 오렌지에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기존 양허세율인 50%를 적용하고, 3∼8월에는 30%를 적용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
입력:2018-04-14 05:05:03
[한마당-배병우] 문재인정부의 확증편향
시민운동가 출신 김기식 전 의원의 금융감독원장 임명은 문재인정부의 인력풀이 얼마나 협소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도덕성 논란은 제쳐놓더라도 그가 금감원장 직을 수행할 만큼 금융에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대부분 회의적이다. 문정부 인력풀의 한계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자기들과 성향과 이념이 같은 사람만 쓰겠다는 극심한 ‘사람 가리기’의 결과다. 박근혜정부처럼 악의적이고 조직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끼리만’ 하는 폐쇄성에서는 도긴개긴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남북 대화파들로만 ...
입력:2018-04-12 05:10:02
[한마당-김용백] 신용카드 희비
신용카드는 신용사회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1949년 미국 시카고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에 의해 탄생하며 신용사회의 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신세계백화점이 삼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게 처음이다. 개인 신용도를 상징하니 여러 신용카드가 꽂힌 지갑이 한때는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박봉에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은 부족한 생활자금을 융통하려고 고금리의 신용카드 대출에 기대곤 했다. 신용카드 몇 개로 번갈아 대출해 신용카드 빚 ‘돌려 막기’를 하다가 불행한 결과를 맞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각종 마일...
입력:2018-04-10 05:05:02
[한마당-우성규] 돈과 머니
돈은 순우리말이다. 조선 시대에도 돈이라고 불렀다. 그때 나온 어린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는 돈을 뜻하는 한자어를 ‘돈 전(錢)’이라고 표기했다. 쇠붙이(金)와 창(戈)의 결합이다. 돈은 돌고 돈다고 해서 돈으로 부른다는 게 다수설이다. 소수설은 고대 중국에서 썼던 칼 모양의 화폐인 도화(刀貨)가 세월이 흐르며 돈으로 와전되었다는 내용이다. 칼과 창이 연상되는 돈에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실제 무기를 돈으로 사용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주인공은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 즉 세조다. 세조는 1464년 전폐(箭...
입력:2018-04-09 05:05:02
[한마당-김영석] 사투리 사용권
지난해 8월이다. 한 기관장이 국회 상임위 답변 도중 “잠깐만예” “그게 말이지예”라고 했다. 위원장은 “사투리를 쓰니 이상하다. 사투리부터 고쳐라”고 지적했다. 한 취업포털 조사결과 취업준비생의 58.6%가 사투리 교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생활에 표준어가 도움이 된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TV와 영화에선 깡패나 잡부는 사투리를 쓰고, ‘실장님’은 표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투리는 이상하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품위 없는 말로 취급받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
입력:2018-04-07 05:05:02
[한마당-김명호] 문명의 충돌 시즌2
미국과 중국이 몇 차례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일 것 같더니만 양쪽에서 협상 얘기가 솔솔 나온다. 현 상황에 대해 상대방에 책임이 있다고 세게 비판하면서도 “대통령 자리에 최고의 협상가가 있다는 건 매우 행운이다”(미국 백악관 대변인),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이젠 협상과 협력의 시간”(중국 재정부 부부장)이라고 얘기한다. 싸울 무기와 전략들을 일부 내보이면서 다시 질서를 구축하자는 취지인데, 둘 다 이익을 잃지 않기 위한 출구전략은 늘 생각한다는 뜻이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상황을 ...
입력:2018-04-06 05:05:04
[한마당-이명희] 등산 금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애주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양주부터 막걸리, 혼합주까지 다양하게 즐겼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술을 멀리했다. 주량은 소주나 포도주 두 잔 정도. 조선시대 왕들 중 애주가로는 태종과 세조, 영조를 꼽는다. 숱한 변란과 당쟁을 겪으면서 술에 의지해 시름을 달래려 한 것일까. 영조 때는 신하들이 술을 경계하라고 간언도 했다. 영조는 “내가 목이 마를 때 간혹 오미자차를 마시는데 남들이 소주인 줄 의심을 한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세종은 술을 아주 싫어해 신하들이 술을 마시라고 강권하면 화를 냈다. 조선시대 큰 ...
입력:2018-04-05 05:05:03
[한마당-전정희] 그해 팽목항 동백꽃
버스 타고 광화문을 지나 여의도로 출근한다. 이순신 장군상 앞에는 여전히 4·16 세월호 참사 관련 광장 부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촛불 집회 이후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부스를 치울 수 없을 만큼 현안이 남아 있으려니 싶다. 지난겨울 혹한에 고생하는 이들이 늘 안쓰러웠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소시민 심정으로 이제 봄이 됐으니 그만 부스를 거뒀으면 한다. 1980년대 초였다. 당시 20대의 마음을 흔들었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의 주인공 영훈과 같이 방황하던 시절이었지 싶다. 슬픔이 지배하던 때였다. 늦겨울 나는 진도 팽목항 동백꽃 핀 절...
입력:2018-04-04 05:10:02
[한마당-천지우] 나치 올림픽, 푸틴 월드컵
1938년 제작된 ‘올림피아’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유튜브로 쉽게 찾아 공짜로 볼 수 있다. 전설적인 여성 감독 레니 리펜슈탈(1902∼2003)이 만든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다. 젊은(당시 47세) 아돌프 히틀러가 개막을 선언하고 많은 관중이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섬뜩하다. 군복 입은 사격 선수들이 사람 모양의 표적을 쏘는 장면도 충격적이다. 일본은 마라토너 손기정을 비롯해 많은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한국을 강점했던 일본의 국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놀...
입력:2018-04-02 05:05:03
[한마당-김준동] 만우절
내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많은 이들이 4월에 바보가 되는 날이라 해서 영어로는 ‘April Fools’ Day’로 불린다. 만우절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프랑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제일 유력하다. 중세 유럽은 부활절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는데 그 날짜가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해마다 들쑥날쑥했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프랑스의 왕 샤를 9세는 1564년 새해 첫날을 그해 부활절인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꾸었다. 하지만 당시 통신망이 좋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날짜에 맞춰 파티를 열고 신년 메시지를 보냈다. 반면 신년 날짜...
입력:2018-03-31 05:10:02
[한마당-김준동]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
“요즘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 어떨 때는 우리 애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니.”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하루는 다짜고짜 이런 말을 되뇌었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반 학생들 얘기를 꺼냈다. 사연은 이렇다. 현재 맡고 있는 5학년 반에 학생 19명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선천성 자폐아라는 것이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은 자폐 친구를 정성으로 보살펴 준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쉬는 시간에는 어울려 즐겁게 뛰어논다. 하교할 때는 같은 방향의 친구 2명이 함께하...
입력:2018-03-30 05:05:03
[한마당-라동철] 낙서 폭력
27일 한 조간신문을 들추다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이우환 작가의 조형물 작품이 낙서로 훼손된 모습을 담은 사진때문이었다. 작품의 적갈색 철판에는 아이돌들의 이름과 하트 모양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고 흙발자국이 찍혀 있다. 이우환은 한국 작가 중 국제적으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훼손된 작품은 2015년 전시될 당시 가격이 7억원을 넘었다. 그런 작품에 낙서를 한 무식함과 무모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모독이고 중대한 재물손괴이며 다른 관람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
입력:2018-03-29 05:05:03
[한마당-배병우] ‘정말 위험한’ 존 볼턴
한 인물의 공직 임명에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이렇게 하나같이 우려와 경악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 것이다. 주인공은 지난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턴(70)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24일자 뉴욕타임스(NYT) 사설 제목은 ‘그래, 볼턴은 정말 그렇게 위험해’였다. NYT는 “볼턴은 국제법이나 조약, 과거 미 행정부의 국제적 공약에 상관없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만큼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큰 사람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ld...
입력:2018-03-27 05:05:04
[한마당-이명희] 명품백의 용도
하나의 물건을 산 뒤 그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가운을 서재에 걸어놓고 난 뒤 초라해 보이는 서재 안의 다른 가구들을 모두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낡은 가운은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새 가운에 대해서는 지배를 당했다고 묘사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각없이 행해진다’고 했다. 가...
입력:2018-03-22 05:10:02
[한마당-전정희] 인생 길다
지난 10일 오후 충북 제천의병회관에선 근대 계몽사상가 탁사 최병헌 선생 탄생 16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충북 제천 출신 최병헌은 성리학에 밝은 한학자였다. 그는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현실에 동도서기(東道西器)로 대응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안목을 비판하고 동서양의 가치에 뿌리를 둔 대도대기(大道大器)의 문명개화를 주창했다. 그는 근대 계몽사상가이자 한국적 신학의 뿌리가 된 신학자로 서울 정동교회 2대 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제천시는 10여년 전부터 기념관 등을 지어 최병헌의 뜻을 기리고자 했다. 한데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갑오농민전쟁 ...
입력:2018-03-21 05:05:04
[한마당-김영석] 고르디우스의 매듭
기원전 800년 고르디우스는 왕가의 후손이면서도 가난한 농부였다. 어느 날 자신의 소달구지에 독수리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왕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실제 지금의 터키인 프리기아의 왕이 됐다. 새 도시 고르디온을 건설해 수도로 삼았다. 일등공신 소달구지를 신전에 바쳤다. 밧줄로 복잡한 매듭을 만들어 기둥에 묶었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신탁을 남겼다. 수많은 영웅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이는 없었다. 기원전 333년.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을 점령했다. 신탁을 전해들은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의 검으로 밧줄을 잘...
입력:2018-03-20 05:10:01
[한마당-고승욱] 창경궁의 작은 도서관
서울에 있는 궁궐은 썰렁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좀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경복궁 창덕궁 모두 몇 개의 문을 지나면 왕이 일했던 집무실 격인 건물이 나온다. 주위 비슷한 건물에서도 안내문을 읽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 잠긴 문 앞에는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어쩌다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봐도 빈방일 뿐이다. 건물 자체는 무척 아름답지만 스토리가 없다. 예를 들어 경복궁 강녕전은 왕이 잠을 자는 곳이다. 근정전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이라면 강녕전은 관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는 개인 공간이다. ...
입력:2018-03-17 05:10:01
[한마당-김태현] 패럴림픽의 가치
지난 9일 막을 올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영웅’이다.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승부는 큰 의미가 없다. 패럴림픽에 출전한 것 자체가 승리다.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았다.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신의현(38)과 서보라미(32)도 그런 경우다. 신의현은 26세이던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트럭을 몰고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그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교통사고 이후 실의에 ...
입력:2018-03-11 18:20:01
[한마당-김준동] 패럴림픽
패럴림픽(Paralympic)은 원래 하반신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Olympic’의 합성어였다. 런던 하계올림픽이 열린 1948년 군인 대상 운동회를 연 것이 시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척추 상해를 입은 퇴역 군인들이 주로 참여했다. 올림픽 개최 도시가 패럴림픽을 여는 관행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다. 올림픽이 끝난 후 바로 그 도시에서 대회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때부터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 전치사 ‘para’의 의미를 부여해 올림픽과 나란히 열리는 행사로 변하게 됐다. 패럴림픽...
입력:2018-03-08 17:55:01
[한마당-김명호] 통독의 외교력과 남북 정상회담
독일 통일은 50년 가까운 작업의 결과다. 2차대전 패전 후 콘라트 아데나워 정권은 유럽(특히 프랑스)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했다. 정상국가로 가기 위해서다. 아데나워의 서방 정책은 주효했고, 이를 위해 프랑스에 많은 경제적 양보를 했다. 1969년 뒤를 이은 빌리 브란트 정권은 동방정책을 편다. 브란트는 동독에 20개 사단 40여만명을 주둔시킨 소련이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 모든 외교 자산을 소련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헬싱키 프로세스가 탄생하고, 90년대 동유럽 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이어받은 헬무트 콜 총리...
입력:2018-03-07 17:50:02
[한마당-전정희] ‘보구여관’ 이대의료원
서울 이대목동병원이 지난해 12월 중순 감염관리 부실로 신생아 4명이 숨진 사실로 지금도 수사를 받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취소 문제까지 거론된다. 흔히 이대목동병원으로 불리는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은 일반 종합병원이 갖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늘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함께 했던 ‘민중병원’이었기 때문이다. 봉건적 폐습으로 여성이 의료혜택 받기가 쉽지 않았던 구한말 설립된 최초의 여성병원이었고 따라서 개원 자체가 한국 여성인권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대의료원은 1887년 미국 의료선교사들에 의해 서울 정동에...
입력:2018-03-06 18:30:01
[한마당-김영석] 석유부자 국가의 배고픈 국민
은행 앞에서 한 노인이 숨졌다. 연금을 받기 위해 밤을 새우며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가 받으려던 연금은 우리나라 돈으로1600원이었다. 지폐 1000여장으로 핸드백을 만드는 부부가 있다. 개당 10∼15달러 가격에 하루 20개 안팎을 판다. 이전에 이들 부부의 한 달 수입이 2.5달러였으니, 성공적인(?) 전업이다. 동물원에선 사료를 구하지 못해 다른 동물을 도살해 먹이로 준다. 지난해 국민 100명 중 75명의 체중이 평균 약 9㎏이나 빠졌다고 한다. ‘작은 베네치아’로 불리며 한때 남미 최대의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최근 풍경이다. 베네수엘라는 ...
입력:2018-03-07 14:21:06
[한마당-라동철] 윤이상의 귀향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유해가 지난 25일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왔다. 임시 안치된 유해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오는 3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언덕에 안장될 예정이다. ‘죽으면 통영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히고 싶다’던 바람이 뒤늦게나마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귀향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67년 동백림(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하다 특별 석방돼 69년 내쫒기듯 고국을 떠난 지 49년, 타계한 지 23년 만이다. 귀향길을 막은 건 친북 논란을 부른 전력이었다. 동백...
입력:2018-02-28 18:05:01
[한마당-이명희] 올림픽 수상 소감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손기정은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육체란 의지와 정신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불가능한 일을 한다”고 했다. 일제 식민지배 시절 일장기를 달고 출전해 우승했지만 그는 친구에게 보낸 엽서에서 슬프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후 일본에서 강제로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 우승 소감 테이프에는 “우리나라 일장기”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 등의 표현이 나오고 누군가 옆에서 “크게 하라”고 면박을 주는 소리가 들린다. 1986년 서울에서 열린 ...
입력:2018-03-07 14:21:07
[한마당-고승욱] 블랙 팬서의 자갈치 아지매
설 극장가의 승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블랙 팬서다. 연휴에만 246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14일 개봉했는데 19일 현재 누적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블랙 팬서의 무대는 아프리카다. 그런데 러닝타임 135분 중 부산 장면이 20여분이다. 자갈치 시장 아지매의 진한 사투리와 여주인공의 어색한 한국말이 재미를 더한다. 심야 자동차 추격 장면에 나오는 광안대교는 압권이다. 블랙 팬서의 고향 와칸다의 스카이라인은 해운대 마린시티 고층 빌딩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만들었다. 와칸다 곳곳에 숨은 부산의 랜드마크를 ...
입력:2018-02-19 17: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