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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냄새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냄새’라는 단어가 열다섯 번쯤 나온다. 1970년대 도시개발에서 소외된 빈곤층의 현실을 작가는 여러 가지 냄새로 묘사했다. 난장이 김불이씨 가족이 사는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무허가 판자촌인데, 부유한 이들의 ‘주택가’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있다. 김씨의 아들 영호는 두 동네를 냄새로 구별한다. 주택가 골목에선 고기 굽는 냄새가 나고, 판자촌 풀밭에서 곧잘 울음보가 터지는 여동생에게선 풀냄새가 났다. 여동생은 엄마에게 오빠의 행실을 고자...
입력:2019-06-04 04:05:01
[한마당-라동철] 대통령의 휘호석
대통령의 친필 휘호석이 설치된 공공시설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중요한 공공건축물이나 도로 등인데 그곳에 휘호를 남긴 것은 자신의 업적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게다. 휘호석을 가장 많이 남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문화예술의 전당’이란 휘호를 새긴 세종문화회관 기념석, 서울 독립문~홍제동 구간 도로확장을 기념해 설치한 ‘무악재’ 비석, 서울 은평구 구파발 통일로 입구에 있는 ‘통일로’ 비석 등의 글이 그의 친필이다. 정부서울청사 1층 로비 벽면을 장식한 휘호도 그의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
입력:2019-06-03 04:05:02
[한마당-배병우] 접대 외교의 달인, 아베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각국 정상 간에는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아첨과 환대, 호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 트럼프가 측근의 조언을 잘 듣지 않고 즉흥적이며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변덕과 분노가 자국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요국 지도자의 첫째 책무가 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26~29일 트럼프의 3박4일 일본 방문은 그 경쟁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당할 자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앞으...
입력:2019-06-01 04:10:01
[한마당-신종수] 다시 보는 이웅열 퇴임사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 코오롱원앤온리타워 다목적홀. 매주 열리는 코오롱 임직원 행사에서 이웅열 회장이 검은색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오늘 제 옷차림이 색다르죠”라고 말문을 연 뒤 A4 용지에 써 온 내용을 읽었다. 전격 사퇴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별도의 퇴임식도 없었다. 새로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63세에 사퇴한 그에게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는 퇴임사 문구는 한동안 회자됐다. 다만 외아...
입력:2019-05-31 04:10:01
[한마당-이흥우] 리플리 증후군 소환한 칸영화제
1960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는 오늘의 알랭 들롱을 있게 한 명작이다. 이 해 크게 히트한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작 연작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이다. 알랭 들롱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리플리 역을 맡았다. 대개 주인공 하면 착한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리플리는 악인이다. 그것도 아주 악질적인. 고아로 자란 20대 중반의 리플리는 절도와 남 흉내 내는 게 특기다. 양심의 가책은 남의 얘기다. 그는 신분 상승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밥 먹듯하고 살인도 주저...
입력:2019-05-30 04:10:01
[한마당-전정희] 그해 문화융성과 봉준호
“문화란 일단 중지했다가도 하루아침에 부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문학이건 예술이건 전쟁의 도구가 되지 않으면 아낌없이 박멸해야 합니다.” 이태준의 소설 ‘해방전후’에 묘사된 서울 문인궐기대회에서 일제 총독부 관리가 한 말이다. ‘해방전후’는 이태준이 겪은 그 시대 사회상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파쇼국가의 문화 행정의 야만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해방전후’ 주인공 작가 현은 문인궐기대회 단상에 올라 유창한 일본말로 저속한 관리와 군인의 비위를 맞추는 조선 문인들의 현실...
입력:2019-05-29 04:05:01
[한마당-김명호] 한국 정치의 기술적 부채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기술적 부채(technical debt)라는 표현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과정에서 지금 당장 해두지 않아도 되거나, 당장은 편리한 해법이라는 이유로, 당장은 안 해도 별 차이가 없는 작업들을 지칭하는데 이후 파생된 결과가 부채로 되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나중에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선 작업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가고,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금융 부채처럼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지금 대충 일을 처리해 놓으면 이자가 불어나듯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은유적 ...
입력:2019-05-28 04:10:01
[한마당-염성덕] 을지프리덤가디언의 ‘쓸쓸한 퇴장’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훈련을 대체하는 한국 단독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이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을지태극연습은 정부의 국가위기 대응 훈련인 을지연습과 한국군의 전시대비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을 통합한 민·관·군 훈련이다. 첫 훈련에 4000개 부처와 기관, 48만여명이 참여한다.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의 UFG는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의 포커스렌즈(FL)가 UFG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 ...
입력:2019-05-27 04:10:01
[한마당-태원준] 누들링, 요거팅, 에깅… 밀크셰이킹
보편적 시위법은 피케팅(picketing)이다. 주장이 적힌 피켓을 대중 앞에 들어 보인다. 1인 시위는 대표적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이 방법이 안 통할 때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을 공격하거나 분신 같은 자해를 통해 말하기도 한다. 피켓과 폭력 사이에 절묘한 중간지대가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것은 음식이다.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는 음식은 모욕을 주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 누들링(noodling) 에깅(egging) 요거팅(yogurting) 크림파잉(cream pieing) 같은 말이 생겨났다. 러시아 관용어 “내 귀에 국수를 걸지 말라”는 속임수를 쓰지 말라는 뜻이다. 20...
입력:2019-05-25 04:05:01
[한마당-신종수] 대통령 필사의 문장론
마감 시간에 쫓겨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은 퇴고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퇴고는커녕 원고지에 써서 팩스로 보낼 시간조차 없을 때는 전화로 기사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수첩에 적힌 메모만 보고 원고지 여러 장 분량의 기사를 부르는 선배 기자들의 내공은 후배 기자들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뢰한 필사였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퇴고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에서 초고를 쓰는 데 하루가 걸렸다면 고치는 데는 최소한 사나흘 동안 공을 들인다고 했다. 좋은 글은 ...
입력:2019-05-24 04:10:01
[한마당-이흥우] 미·중 커피전쟁
중국의 토종 커피 브랜드 루킨 커피가 지난 17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주당 17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한 루킨 커피 주가는 장중 50%까지 급등했다 20% 오른 선에서 장을 마쳤다. 루킨 커피의 잠재력이 월가에서 확인된 셈이다. 중국 커피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커피시장은 지난해 569억 위안(약 9조8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1.1%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00억 위안 규모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중국 커피시장을 최근까지 미국의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장악해왔다. 스타벅스의 시장점유율(지난...
입력:2019-05-23 04:05:02
[한마당-김명호] 동갑내기 노무현과 부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영진 전 의원은 1946년생 개띠 동갑들이다. 노무현은 김영진을 첫 농림부 장관으로 기용할 만큼 동갑내기를 챙겼다. 한 사람은 상고를, 한 사람은 농고를 나왔다. 2003년 5월, 노무현은 느닷없이 농림부 장관을 공식수행원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농림부가 생긴 이래 대통령 방미 공식수행원이 된 건 처음이었다. 대통령의 각별한 배려였다. 독실한 개신교 장로로 국가조찬기도회장인 김영진은 당황했으나 양국우호관계 증진에 도울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도를 했다. “반미면 어떠냐”며 전시작전권 환수...
입력:2019-05-22 04:10:01
[한마당-태원준] ‘여경 무용론’의 지질함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업주들이 상납금을 받아갔던 비리 경찰 10명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남 클럽과의 유착 혐의로 경찰 8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대전지법이 지난주 실형을 선고한 현직 경찰은 성매매, 단속정보 유출, 마약사범 비호 등 8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렇게 최근 불거진 경찰 비리 사건의 등장인물은 100% 남성이었다. 남성 경찰 중 비리로 처벌된 이들의 비율은 여성 경찰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비리를 척결하려면 남성 경찰을 뽑지 말아야 한다.” 취객 대처 문제로 온라인에서 불거진 ‘여경 무용론’은 이런 ‘...
입력:2019-05-21 04:10:01
[한마당-이흥우] 탈북 사업가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2009년 2914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입국한 탈북자는 220여명에 지나지 않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1000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입국 탈북자는 3만2705명(잠정·통일부 자료)에 이른다. 이들이 북한과 환경이 전혀 다른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란 녹록지 않다. 일하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일자리 기회가 적고, 취직을 하더라도 저임금을 감수해야 한다. 남북하나재단의 ‘2018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임금은 남한 노...
입력:2019-05-20 04:05:01
[한마당-신종수] 아이들 스마트폰으로 중독시키는 사회
전철 안은 중학생들로 붐볐다. 스승의 날 수업 대신 한강공원으로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간다고 했다. 다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보고 있다. 만화나 영상, 카톡, 게임 등이 대부분이다. 친구들끼리 대화를 하면서도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타고 있던 칸에서 책이나 다른 것을 보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 비율이 매년 증가해 전체의 1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초등(4학년)·중등(1학년)·고등(1학년) 청소년 128만65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20만6102명(16.0%)이 인터...
입력:2019-05-18 04:10:01
[한마당-염성덕] 해연 탐험
국방부를 출입하던 1990년대 장보고함을 탔다. 해군이 93년 6월 전력화한 장보고함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길이 56m, 너비 6.2m, 높이 5.5m인 한국 최초의 잠수함이었다. 민간인으로서는 이색 체험이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잠수함보다 작았지만 북한 잠수함보다는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고 했다. 경남 창원 진해구 주변의 근해를 잠항하며 잠망경을 통해 바깥 세상을 관찰하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그때 장보고함 승조원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깊이 잠수하면 잠수함에서 ‘기기긱’ 하는 소리가 납니다. 잠수함이 엄청난 수압과 싸우면...
입력:2019-05-17 04:10:01
[한마당-김용백] 내년도 최저임금
2020년 최저임금 심의·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 임금 수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동결’ ‘물가상승률 수준’ ‘한 자릿수’ 등으로 갈린다. 결정 주체인 노·사·정 각자가 나름의 셈이 있어 예단하긴 쉽지 않다. 올해 심의·결정 과정에서는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분명해졌다. 첫째, 결정 체계가 종전과 같아 새로운 체계에 따른 운영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없어졌다. 최저임금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l...
입력:2019-05-16 04:10:02
[한마당-배병우] 文 정부에 없는 세 가지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부터 ‘문재인정부에 없는 세 가지’라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정부 핵심들의 생각과 이에 바탕을 둔 정책에 효율성(생산성), 미래, 글로벌(국제 감각)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갈수록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얘기의 세부 사항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3무(無)’를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주 저작권자’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문 정부의 이러한 특성을 간파했다는 것은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이 없다는 것은 뚜렷한 이념 편향...
입력:2019-05-14 04:05:02
[한마당-김명호] 미국의 새롭고 거친 억제력
중국이 1839년 아편전쟁 이후 힘의 열세를 처참하게 느낀 건 1995~96년 대만 미사일 위기 때다. 당시 미국은 핵항공모함 2척을 대만해협에 보냈다. 80대 이상의 함재기와 핵잠수함, 각종 전투함을 거느리는 핵항모전단의 화력은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과 맞먹는다. 중국 지도부와 해군은 치욕적이지만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후 중국은 대양해군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2016년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을 돌파했다고 선언했고, 2030년까지 제2도련(요코스카∼괌∼인도네시아)까지 해·공군력이 가겠다는 게 목표다. 태평양 서쪽 반쪽에서 미국을 격퇴하...
입력:2019-05-13 04:10:01
[한마당-이흥우] 그림의 떡, 일등석
여객기 좌석만큼 자본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으로 등급을 매긴 좌석 구분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각 공간은 철저히 분리되고 서비스는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다. 일등석 요금은 대략 비즈니스석의 두 배, 이코노미석의 네 배쯤이다. 요금이 비싸다 보니 일등석은 여객기 전체 좌석의 3%에 불과하다. 기종과 항공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등석 좌석수는 10석 안팎이다. 소형 기종엔 일등석이 없다. 일등석을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 연예인 등이라고 한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 ...
입력:2019-05-11 04:10:01
[한마당-염성덕] 허술한 전자발찌 관리
범죄자의 재범률은 일반인보다 높다고 한다. 성범죄자는 다른 범죄자보다 재범률이 높은 편이다. 성범죄는 강절도와 달리 피해자의 인생을 망친다는 점에서 폐해가 말할 수 없이 크다.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감시 수단이 전자발찌다.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잭 러브 판사가 1984년 실용적인 전자발찌를 고안한 뒤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러브 판사는 만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위치추적장치가 전자발찌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예리한 관객들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입력:2019-05-10 04:10:01
[한마당-신종수] 운동하면 공부도 잘되는데
야간자습을 하던 고3 때 집까지 뛰어가서 저녁을 먹고 오곤 했다. 꽤 거리가 멀고 비포장 도로에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야간자습 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한 번도 쉬지 않고 집까지 뛰어갔다. 그러면 땀에 흠뻑 젖곤 했다. 매일 저녁마다 집에 갔다 오는 것이 번거롭고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것이 엄청난 축복이었다. 뛰고 나면 왠지 스트레스가 풀리고 공부가 잘되곤 했는데, 야간자습이 끝나고 귀가 시간이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운동이 뇌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입력:2019-05-09 04:05:02
[한마당-김명호] 한가로움을 얻다
어느 글을 읽다 ‘미로득한방시한(未老得閑方是閑)’이란 구절과 만났다. 다산 정약용의 산문을 인용한 글이었는데, ‘아직 늙지 않았을 때 얻는 한가로움이 진짜 한가로움’이란 뜻이다. 늙으면 한가로워지는데 이건 진정한 한가로움이 아니다. 그건 할 일이 없어져서 그런 거다. 그러니 아직 늙지 않았을 때, 젊고 바쁠 때 한가로움을 얻는 것(得閑)이 진짜 한가로움이란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는 내면의 여유를 가진 상태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단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거나,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어...
입력:2019-05-08 04:05:01
[한마당-태원준] 1000만 영화의 공식?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합류하면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4편이 됐다. 2003년 ‘실미도’가 테이프를 끊은 뒤 16년이 흘렀으니 1년에 1.5편꼴로 대박이 났다. 해마다 1000만 영화가 나왔던 것은 아니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은 한 편도 없었던 반면 2014년에는 네 편(겨울왕국·인터스텔라·명량·국제시장)이나 배출됐다. 전자의 두 시기는 공교롭게 경제위기 상황과 겹치는데, 세월호 참사로 침체됐던 해에 최다 1000만 영화가 나온 걸 보면 사회경제 요인과 대박 흥행의 상관관계는 크...
입력:2019-05-07 04:10:01
[한마당-김용백] 공기 속 플라스틱
신록과 햇빛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5월 나들이철이다. 미세먼지 상태가 좋지 않아도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선 다양한 행사에는 인파가 넘친다. 쓰레기 문제와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미세먼지와 함께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동식물을 거쳐 인체에 유입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공기의 질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해졌다. 공기 속에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미세플...
입력:2019-05-06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