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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홍인혜] 바다는 나로 하여금
얼마 전 제주도에서 바다 수영을 했다. 제주에 살며 프리다이빙을 하는 친구와 함께였다. 우리는 스노클 장비를 착용하고 해변에서 꽤 먼바다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바다는 육지보다 한 계절이 더디다더니 9월의 바다는 온화했다. 해수의 뭉근한 온기가 나의 몸을 감싸 근육마다 깃든 긴장을 풀어지게 했다. 그제야 바닷속이 제대로 보였다. 물고기들이 현무암 틈바구니에서 우르르 헤엄쳐 나오고 있었다. 친구는 새로운 물고기가 지나갈 때마다 저것은 학꽁치, 저것은 전갱이, 저것은 줄돔 하고 친절히 일러줬다. 횟집 메뉴판에서나 보던 이름들을 줄줄 읊는 그는 마치 떠다...
입력:2019-09-20 04:05:01
[신종수 칼럼]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조국 장관 부인 사법처리 경우 사태 매듭 짓는 계기될 수 있어 대통령으로서 야당 아닌 국민 바라보고 대승적 결단해야 민주당 의견 듣고 임명 강행… 그에 따른 국민 상처 너무 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지난 8일 오후 4시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 회의에서 민주당은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적격 의견을 결정했다.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낙연 총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고위 당...
입력:2019-09-18 04:05:01
[한마당-염성덕] 문 대통령의 블랙홀
‘조국 블랙코미디’가 일단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마에 방점을 찍은 여론을 무시하고 결국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이 정권의 독기이자 오기로 비쳐질 뿐이다. 개혁의 ‘개’자를 거론하기 민망할 만큼 의혹에 휩싸인 조국이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그의 가족과 친인척, 주변 인사들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처벌 수위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조국 딸의 최종 학력은 유무죄 여부에 따라 고졸·대졸·대학원 재학인지 판가름 난다. ‘후보자’ 옹호...
입력:2019-09-11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기억 저 너머의 일
얼마 전 큰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있었던 일이다. 아이는 십 년 전 자신이 초등학생 때 일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밤,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농구를 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아이는 내게 “이런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농구를 하다니 대단해요”라고 말을 건넸다. 나는 그 말에 “저렇게 해도 농구선수는 될 수 없을 거야”라고 답했다고 했다.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 일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
입력:2019-09-11 04:05:01
[길 위에서] 악마는 어디에…
캐나다 그것도 서부 밴쿠버 인근의 소도시에서 겨우 1년을 지내다 왔다고 이렇니 저렇니 떠드는 건 민망한 일이다. 그래도 회사와 함께 공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녀왔으니 1년간 공부하고 정리한 바를 간단하게라도 독자들과 나눠야 할 것 같다. 내가 적을 둔 곳은 트리니티웨스턴대학교의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이었다. 연수 주제는 종교와 과학의 대화, 구체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공존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창조론을 신봉하느냐, 진화론을 믿느냐 두 입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게 상...
입력:2019-09-11 00:05:02
[한마당-태원준] 유시민과 금태섭… 그리고 대통령
“위조가 아닌 위임이다.” 딸의 동양대 표창에 대한 조국 법무부 장관 측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게 아니라 산하기관이 총장에게서 위임받아 전결로 수여했다는 것이다. 그 기관에는 조 장관 부인, 그러니까 수상자의 엄마가 있었다. 표창장에 2010년 12월부터라고 적힌 봉사기간이 위조의 근거로 제시되자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명백한 오기”라고 말했다. 부인이 교수로 부임한(2011년 9월) 이후에 딸이 봉사활동을 한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괜찮은 것인가? 엄마가 교수로 있는 대...
입력:2019-09-10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분식점 아줌마의 고충
자주 가는 분식점이 있다. 작은 체구의 아줌마는 혼자서 메뉴판에 있는 십여 가지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낸다. 맛도 좋지만 음식을 많이 담아주기 때문에 남는 것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게인데도 단골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9월 초, 그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 나는 아줌마에게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내려가시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줌마는 3년 전 추석날에 가게 문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독거노인…. 그녀의 고객은 저마다의 사정으...
입력:2019-09-09 04:05:02
[한마당-김의구] ‘구찌’ 그레이스
6일 싱가포르에서 95세로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는 짐바브웨의 독립투사 출신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로디지아를 1980년 흑인들의 독립국가 짐바브웨로 재건한 ‘국부’였다. 집권 초기 그는 인종 화합을 선언하고 빈곤층이던 흑인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체제를 개혁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무가베 통치의 끝은 경제 실정과 독재정치였다. 엄격한 환율과 물가 통제 정책을 펴다 기네스북 기록감인 초인플레이션을 자초해 경제를 파탄 냈다. 2008년엔 7개월간 물가상승률이 2억3000만%나 됐고, 100조짜리 짐바브웨달러 지폐를 발행해야 했다. 집권 연장을 위해 부정...
입력:2019-09-09 04:05:02
[김명호 칼럼] 조국 사태, 그래도 배운 건 있다
목적과 수단이 바뀐 조국 사태는 개혁의 본질과 386 정치권력의 개혁작업 수행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진보 내에도 기득권 유지 위해 이익동맹이 작동하고 있어… 진보 기득권도 깨는 게 진정한 진보의 목표 아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 달째 이 나라를 정서적 내전 상태로 몰아넣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국 사태를 대응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식과 전략이 정서적 내전을 강요한다고 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이냐 반대냐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난다. 무슨 주제로 시작하든 결국 조국과 부인과 딸의 ...
입력:2019-09-09 04:05:02
[한마당-태원준] 행복은 다시 성적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고교 2학년 은주는 전교 1등을 도맡아 했다. 부모의 기대 속에서 성적에 집착하다 우연히 꼴등 봉구와 가까워졌고, 풋풋한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했더니 7등으로 떨어졌다. 냉랭해진 부모의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전교 1등 중3 여학생의 투신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제목도 그의 유서에서 가져왔다. “난 1등 같은 건 싫은데,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기 싫은데… 엄마, 성적 때문에 친구를 미워해야 하는데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왜 ...
입력:2019-09-07 04:10:01
[빛과 소금-윤중식] 다산 정약용과 조국
동백꽃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 선운사에 ‘신비한 책’이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 책은 사찰 뒤편 깎아지른 절벽에 조형된 마애불 배꼽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책을 얻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돌았다. 1789년 어느 날 전라감사 이서구가 이 책을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배꼽에 손을 대자 갑자기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 바람에 책을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넣었다는 얘기가 퍼진 뒤로는 그 책을 빼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책 사건으로부터 1세기가 흐른 1890년대 조선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온갖 상소문이 범람하는 등 정...
입력:2019-09-07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저마다의 애도
빼꼼 열린 문틈 사이로 늦저녁의 온기가 따스하다. 낯설지만 평온한, 옹기종기 작은 마을. 할아버지는 두런두런 무슨 말을 하시다 발치의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슬쩍 웃으시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목이 메었다. 어린 시절 상당 기간 조부모의 손에서 성장한 나에게 집안의 제일 큰 어른은 언제나 할아버지였지만, 어느 새벽 예고 없이 걸려온 부고 전화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나는 내가 일상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년 지나 꾼 꿈 뒤에야, 나는 나의 애도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의 분석은 이론마다 다양...
입력:2019-09-06 04:10:02
[혜윰노트-마강래] 여성 베이비부머가 귀향을 꺼리는 이유
김찬호의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에 소개된 어느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고백이다. “시간은 많은데 놀 사람이 없어서 그냥 자기 또래의 사람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놀더라고요. 대학 동창, 입사 동기, 퇴사 동기, 초등학교 동창… 서로 밥 한 끼 합시다, 골프 칩시다 하다가도 6개월 지나면 시들해집니다. 사회적 관계망은 급격히 소멸하니까.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급격히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은퇴자의 상황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봤다. 나도 퇴임한 교수님들에...
입력:2019-09-06 04:10:02
[한마당-김의구] 기레기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이다. 기자들에게 매우 모욕적인 단어다. 2010년쯤 인터넷 댓글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자보다 기사에 대한 비판에 사용됐다. 한번 올린 기사의 제목만 살짝 바꿔 새 기사인 양 포장해 내보내는 어뷰징, 내용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낚시성 기사’ 등을 꾸짖던 용어다. 신문이나 방송사들이 포털사이트 조회 수 경쟁을 벌이던 때의 일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기레기란 조어의 쓰임이 폭증했다. ‘학생 전원 구조’ 같은 오보나 탑승인원 수가 계속...
입력:2019-09-06 04:10:02
[한마당-배병우] 하토야마의 입아(入亞) vs 아베의 친미
일본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일본인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8월 서울 옛 서대문형무소의 독립투사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일제의 강압 통치를 사죄해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그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경제 제재는 분명히 잘못된 조치”라며 아베 신조 총리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민주당 정부를 이끌었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54년간 일본을 통치해 온 자민당 독주 체제를 무너뜨린 주역이다. 그는 ...
입력:2019-09-05 04:10:01
[한마당-김명호] 1인극 청문회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함께 나누다, 공유하다 뜻의 라틴어 ‘communis’라고 한다. 의사소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community),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상식(common sense),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기독교 의식인 성찬식(communion)등이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원에서 짐작하듯 단순한 전달 행위가 아니라 공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배어 있다. 커뮤니케이션학 개론에서는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입력:2019-09-04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줄임말 문화
몇 해 전 친정 식구들이 휴일 오후에 다 같이 모였을 때의 일이다.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은 오빠가 급히 나갈 준비를 하며 말을 했다. “갑자기 문상할 일이 생겼어.” 그 말을 들은 고등학생 조카가 물었다. “문상? 문화상품권 말이야?” 지금은 이런 대화를 들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상황이 굉장히 낯설었다. 며칠 전 옆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내게 “엄마, 이제 영숙하러 갈게요”라고 말을 했다. “뭐? 영숙이가 뭐야?”라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숙’이라는 단어로 떠오르는 의미...
입력:2019-09-04 04:05:01
[한마당-김용백] 생활임금 인상도 2%선인가
내년도 공무원임금이 올해보다 2.8% 인상된다. 정부예산안에 2020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로 반영됐다. 공무원 보수위원회의 인상 권고안 2.8~3.3%의 최저 수준을 따른 것인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감안한 모양이다. 정부가 지난달 5일 확정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전년도보다 240원 오른 2.87% 인상률을 나타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이를 기준으로 민간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소속 노동자들의 내년도 임금이 속속 결정된다. 내년도 생활임금도 잇달아 결정되는 상황이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최저임금 및 공무원임금의 인상률을 고려해 2.8% 안팎...
입력:2019-09-03 04: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성큼 다가온 가을
집 밖으로 나가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때이다. 과일가게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진열되어 있고 하늘은 높고 푸르다. 내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매해 이맘때다. 그림처럼 펼쳐진 구름과 하늘의 모습에 감탄하며 카메라를 들어 올려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을 따라서 나도 하늘 사진을 찍었다. 8월의 마지막 날에는 탄천에 나갔다가 가을이 온 것을 더욱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고 매미 소리가 크게 들렸다. 땅에는 밤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밤송이를 몇 개 주워 주머니에 넣고 ...
입력:2019-09-02 04:10:01
[가리사니-정현수] 꿈꾸기도 벅찬 청년들
지난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인턴기자 후배로부터 메시지를 한 통을 받았다. 8주간의 인턴 기간이 끝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 않은 탓에 그 후배와 이야기를 나눠본 건 우연히 합석하게 된 술자리에서 딱 한 번이었다. 후배는 그 한 번의 만남을 잊지 않고, “그날 해준 이야기들이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하고 있었다. ‘참 기특한 후배구나’ 내심 흐뭇해하며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다음 대목에서 그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인턴십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며 “회사에 다른 선...
입력:2019-09-02 04:10:01
[한마당-신종수] 진영싸움
진영논리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생각이나 주장, 이념은 무조건 옳고, 다른 조직의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 논리를 말한다. 한마디로 아군은 무조건 옳고 적군은 무조건 그르다는 전쟁논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가 진영싸움이 돼 버렸다.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 후보자를 비판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 된다. 자유한국당이 대형 호재를 만난듯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열어 조 후보자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는 것도 진영싸움의 한 현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
입력:2019-09-02 04:10:01
[한반도포커스-신범철] 반미 망령에 대한 기우
해외 근무 중인 고위직 외교관의 메일을 받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정부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미국에 대해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미국이 이 문제를 풀려면 한국보다 일본을 더 압박해야 한다고 전해왔다. 외교를 잘 아는 분의 전언이고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실제 그랬으면 한다. 하지만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가 있다. 협정 종료 과정을 보자. 당초 정부의 입장은 ‘협정은 유지하되, 일본이 백색국가 지정 제외를 취소할 때까지 정보교류를 안 한다’는 조건부 ...
입력:2019-09-02 04:05:01
[뉴스룸에서-모규엽] 2009년의 기억
2009년 교육부를 출입할 때였다. 당시 정권이 바뀐 뒤라 매일매일 새 정책이 발표됐다. 교육감 직선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입학사정관제, 학업성취도평가 등 하루에도 몇 개씩 굵직한 정책이 쏟아졌다. 그래도 교육감 직선제나 학업성취도평가 등은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 입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자가 학력고사 세대인 탓도 있겠지만 너무도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수능부터 원점수와 표준점수에 학교마다 적용 기준이 들쭉날쭉했다. 대입 전형은 머리를 더 괴롭혔다. 특히 수시모집 중 일부는 아예 수능 점수를 반영하지도 않았다. 입학사정...
입력:2019-09-02 04:05:01
[김진홍 칼럼] ‘조국 사랑’은 해피엔딩일까
법무부 장관 부적격 여론에도 버티는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뢰 있어 장관 임명 강행하는 순간부터 ‘임기 3년차 저주’로 불리는 레임덕 시작되는 건 아닐까 이쯤 되면 사과하고 물러날 줄 알았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온갖 추문이 제기돼 내려오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더 꾸짖어 달라면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얼굴은 다소 초췌해지고 출근길의 형형색색 텀블러는 사라졌지만 마이웨이 행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고 ...
입력:2019-09-02 04:05:01
[편의점 풍경화] 저를 모르시나요
투둑투둑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어절씨구, 왔구나 왔어! 번개처럼 우산 진열대를 꺼내 놓는다. 오후 5시, 퇴근 무렵 내리는 소낙비는 편의점 점주들에게 하늘이 건네는 상여금이다. 우산을 사 가던 손님이 말한다. “좋으시겠습니다.” 웃으며 답한다. “손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저희는 1년에 한두 번 맞는 행운이지요.” 그런데 그 손님, 출입문을 나서다 말고 계속 나를 지켜보고 서 있다. 왜 그럴까. 역시 말실수를 한 건가. 아까 그 말이 불쾌했던 걸까. 마음이 불안해진다. 잠시 후 손님이 계산대로 다가와 조용히 묻는다. “혹시 ...
입력:2019-08-31 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