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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의 알뜻 말뜻] 묻지 말고 그냥 묻고 가자는 그 말
언어는 어디서부터 왔을까. 종종 곰곰 생각해본다. 단어의 유래, 생김새와 뜻, 문장에서의 쓰임, 유의어와 반의어 같은 것들을 뒤적이며 논다. 문장에 종속되기 이전 개별체로서의 단어들, 문장에 속한 뒤 사명과 의무를 부여받은 단어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언어를 여행하는 일은 신나고 재미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 이름씨가 있고 세상의 모든 행위에 움직씨가 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배운 그때는 얼마나 놀라웠을까. 말문이 터진 아이들이 끝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이유는 그 때문일 거다.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
입력:2020-02-22 04:05:01
[한마당]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방역 당국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미국 영국 일본 언론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성실하고 차분한 대응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 점퍼를 입고 매일같이 브리핑하는 화장기 없는 얼굴은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바빠서 염색을 못해서인지, 고생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한 달 전에 비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사진...
입력:2020-02-21 04:10:01
[살며 사랑하며] 크레파스 그림과 유화
교과서에서만 접하던 명화를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는, 그 엄청난 색감과 무게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학창시절 얄팍한 책으로는 못 보던 세상을 불혹이 넘어서야 알다니 안타깝던 차에, 동네 구경하듯 미술관에 놀러 온 그 나라의 어린 학생들이 마냥 부러워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 중에는 그림 그리기를 완강히 싫어하거나, 그리기도 전에 자기는 잘 못 그린다며 울상부터 짓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아이들은 과거 크레파스나 사인펜을 사용하는 시기에 그림 선을 벗어나거나 잘못 색칠을 하면 누군가로부터 지적받은 기억이 많거나, 본인 스스...
입력:2020-02-21 04:05:02
[한마당] 위기의 도쿄올림픽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다. 제18회 올림픽이 1964년 10월 도쿄에서 열렸다. 일본은 이보다 앞서 올림픽을 개최할 기회가 있었다. 1940년 제12회 올림픽 개최지가 도쿄였다. 그러나 일본이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자 개최지가 핀란드 헬싱키로 변경됐고 이마저도 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했다. 오는 여름 도쿄에서 제32회 올림픽이 열린다. 공식 명칭은 32회지만 실제로는 스물아홉 번째 올림픽이다. 제6회 베를린올림픽(1916년)과 제12회·제13회 런던올림픽(1944년)은 각각 1차대전과 2차대전으로 취소됐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도쿄...
입력:2020-02-20 04:10:01
[돋을새김] 오스카와 봉준호 팬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왼쪽) 감독과 한진원(오른쪽) 작가. 봉준호 감독이 객석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트로피를 지그시 내려다보던 거구의 사내가 갑자기 히죽, 웃더니 객석 쪽으로 돌아서며 킥킥댄다. 그 순간 세상에는 트로피와 자신 둘뿐이라는 듯. 이게 믿어져? 나는 안 믿어져, 무대 위에서 혼잣말이라도 하듯이. 봉준호 감독의 레전드 영상은 “봉준호가 트로피를 보듯 너를 바라볼 사람을 찾도록 해” “나도 언젠가 이런 사랑을 찾아야지” 같은 농담이 줄줄이 매달...
입력:2020-02-18 04:05:02
[살며 사랑하며] 인생의 황금기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가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두 가지 이야기만 주로 한다는 말을 들었다. 본인이 아픈 이야기와 부모님이 아프신 이야기라고 한다. 전혀 웃을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마흔 중반이 넘으면서 갱년기 증상과 함께 몸이 아파 병원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는 게 일상이 된 분도 주변에 많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는 하소연들도 이어진다. 몇 년 전부터 갱년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 시기를 힘들게 겪으셨던 분의 경험담을 듣고 나서부터였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고, 밤에 잠을 ...
입력:2020-02-19 04:10:01
[청사초롱] 부부싸움 잘하는 법
부부싸움은 결혼생활에 독일까?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면 부부싸움을 피하며 (겉으로만이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부부싸움을 안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0년 이상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어찌 갈등이 없겠는가.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결혼생활의 일부이고 현실이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결혼 전의 약속은 우리들의 아름다운 희망일 뿐이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가 있다면 그들이 성인군자일 확률보다는 한쪽이 참고 있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물 아래 백조의 쉼 없는 발놀림처...
입력:2020-02-19 04:05:01
[한마당] ROTC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는 대학생들에게 군사교육을 실시해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시키는 제도다. 모병제 국가에서 긴급하게 징병제로 전환할 때를 대비해 예비역(reserve)장교를 미리 뽑아두는 게 원래 취지다. 미국의 경우 훈련받은 인원 중 95%는 임관과 동시에 예비역으로 전역한다. 우리나라 ROTC는 1961년 6월 1일 창설됐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16개 대학에 육군 학도군사훈련단이 생긴 때다. 하지만 59년 한국해양대에 창설된 해군 제1001학생군사교육단이 실제론 최초다. 공군은 71년 항공대에 학군단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ROTC는 ...
입력:2020-02-19 04:05:02
[한마당] 국경을 초월한 메뚜기떼의 공습
역사상 최악의 농업해충은 로키산메뚜기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서부의 로키산맥 동쪽인 몬태나주, 콜로라도주, 네브래스카주 일대에 자주 나타났던 메뚜기 종류다. 1870년대에 농경지를 습격해 현재 가치로 6조원의 피해를 줬다고 한다. 최대 규모 무리가 12조5000억 마리에 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902년 멸종됐다. 우리나라도 메뚜기떼 급습을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8월 전남 해남의 농경지 25㏊가 수십억 마리 메뚜기떼로 쑥대밭이 됐다. 정체를 알고 보니 메뚜기과에 속하는 풀무치였다. 메뚜기가 대규모로 출몰하면 공포의 대상이다. 성경에선 황충으로 불리기...
입력:2020-02-18 04:10:01
[살며 사랑하며] 리메이크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기억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 카페에 흐르는 아이유의 리메이크 곡들 때문이었다. 십대, 이십대를 지나며 들었던 노래들이 감성이 풍부한 가수의 목소리로 귓가에 스며드니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놓고 음악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 있는 창가에도 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의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꿈을 꾸듯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
입력:2020-02-17 04:10:01
[한마당]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시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일본에서 건조된 12만t급 초호화 유람선이다. 영국과 미국 합작의 크루즈선사인 카니발 소속이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2004년 2월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제작했다. 총 길이 290m, 폭 37.5m, 높이 62.5m로 승무원 1100명과 승객 2670명이 탈 수 있다. 고급 식당, 바, 극장에 수영장과 나이트클럽까지 갖췄다. 원래 자매 크루즈선인 사파이어 프린세스와 나란히 나가사키에서 건조되다가 사파이어에서 화재가 나는 바람에 선박 인도 기일을 맞추려 막판에 이름이 바뀌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지난달 20일 일본 요코하마항을 떠나 ‘아시아 그...
입력:2020-02-17 04:10:01
[한반도포커스] 일본은 과연 선진국인가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6일 현재 53명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를 포함하면 408명으로 많아진다. 이 크루즈선 탑승자를 상대로 현재까지 진행된 검사에서 감염률은 3분의 1 이상이니 실제 감염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망자까지 나왔고,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지역사회 감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일본의 실패에 화가 난 미국은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 300여명을 데려가려 한다. 대만은 이미 일본을 경계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본은 1월 16일 국내 감염자가 확인되고 한참 지난 2월 1일에야 후...
입력:2020-02-17 04:05:02
[한마당] 짜파구리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신라면이었다. 그 뒤를 진라면 짜파게티 육개장 너구리가 이었다. 3위 짜파게티와 5위 너구리는 보통 라면보다 면이 굵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같이 끓여도 이질감이 적어서 짜파구리 조리법을 낳았다. 유래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있다. PC통신 시절 나우누리에 레시피가 소개됐다고도 하고, 1990년대 병영에서 군인들이 시도했다는 얘기도 있다. 제조사 농심이 계획적으로 퍼뜨렸다는(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한꺼번에 팔 수 있으니까)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어 우스개 음모론에 가깝다. 군대 기원설은 나름 논리적인데, PX에 납품되는 짜...
입력:2020-02-15 04:05:02
[살며 사랑하며] 꽃 차
직접 만든 차를 선물 받았다. 고운 꽃을 조심스레 골라 긴 시간 정성으로 말렸을 시간과 마음이 느껴졌다. 추운 겨울, 유리병을 열고 꽃 한 송이를 조심스레 꺼내어 뜨끈한 물병에 넣고 기다린다. 햇빛과 바람에 살살 말려 있던 꽃이 다시 한 잎 한 잎 피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꽃이 다 피고 색이 우러나면, 또 다른 고마운 분께 선물 받은 도기잔에 차를 따른 뒤 눈으로, 향으로 한 모금씩 마시며 몸과 마음을 덥힌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였건만 감사한 일들과 분에 넘치는 사람들이 찻잔 위로 떠오른다.주변의 마음을 느끼는 순간은 드물고 비싼 선물 덕...
입력:2020-02-14 04:10:01
[한마당] 美 대선 블룸버그 대망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서 해고된 뒤 1981년 퇴직금으로 블룸버그L.P.를 세웠다. 이 회사는 금융 전용 단말기와 회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금융업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이후 통신사, 글로벌 TV네트워크, 라디오방송, 잡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거대 미디어그룹이 됐다. 대주주인 블룸버그는 세계 14위 부호로, 순자산이 580억 달러(약 68조6000억원)에 이른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뒤늦게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
입력:2020-02-14 04:10:01
[한마당] 블랙리스트 영화인들의 반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화예술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란 2014년 만들어진 청와대 보고서에는 ‘봉준호-민노당 당원’이라고 적혀 있다. 봉 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해서는 이렇게 기술돼 있다. ‘설국열차(2013년 작):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김. 괴물(2006년 작):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 살인의 추억(2003년 작):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주입.’ 봉 감독은 이명박정...
입력:2020-02-13 04:05:02
[한마당] 정치인 태영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2016년 8월 한국으로 왔다. 이후 행로는 여느 탈북자와 매우 다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고위층 탈북자들이 정부의 보호 아래 침묵하거나 대외 활동을 피한 것과 대조된다. 태 전 공사는 2018년 5월 말 국가정보원 산하 한 연구원의 자문위원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만나 내놓은 4·27 판문점선언 한 달 만이다. 판문점선언 직후 출간된 ‘3층 서기실의 암호’와 “북한은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5월 14일 국회 강연이 이직(離職)과 관련 있어 보인다. &...
입력:2020-02-12 04:10:01
[살며 사랑하며] 한국영화의 저력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는 장면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히 고전적으로 들리지만 내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영화광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달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집에서도 영화를 즐겨 본다. 처음 극장에 가본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서만 보내고 있던 내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좋은 곳에 데려가준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본 영화는 ‘슈퍼맨 2’였다. 하늘을 나는 망토를 걸친 슈퍼맨만큼이나 처...
입력:2020-02-12 04:05:02
[청사초롱] 곧음으로 원수를 갚는 일
지금은 가히 불신과 의심을 넘어 분노와 증오의 시대라 할 만하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신에게 해가 되면 분노하고 증오한다. 맹자가 이른 대로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의 칠정(七情)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리니, 분노와 증오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보아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노와 증오가 쌓이면 원수가 되고 그러면 복수를 해야 한다. 복수의 시대야말로 생지옥이다. 증오와 분노가 복수로 폭발하여 무차별적인 살상을 저지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지역과 당파가, 국제적으로 국가와 민족이 생각과 이해가 다르다고 서...
입력:2020-02-12 04:05:02
[이흥우 칼럼] 검찰정치
선택적 수사를 하고 담당 검사에 따라 기소 여부 달라질 수 있다 판단하니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 대선 적합도 2위 尹 총장, “정치할 생각 없다” 했으나 대호프로젝트’ 소문 무성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낱말, ‘검사스럽다’의 정의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혐의에 두 개의 공소장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매우 적확한 정의다. 정 교수 ...
입력:2020-02-12 04:05:02
[길 위에서] 우리의 소원
역사적인 날이었다. 미국 문화의 심장에서 또렷한 한국어가 들렸고, 한국 주인공들은 무대를 장악했다. 객석에 앉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은 더 말하라며 “업 업 업”을 외쳤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품격 자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2020 오스카의 최고, 최악의 순간’이란 기사에서 봉 감독을 ‘가장 마음 따뜻한 승자’(The Most Heartwarming Winner)로 칭하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한 존경의 표현을 높이 샀다. 한국 영화 101년, 미국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새로 쓴 봉 감독의 기생충 수상 소식은 신종 ...
입력:2020-02-12 00:05:01
[한마당] 아카데미 울린 ‘부재의 기억’
“119 상황실입니다”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되는 거 같아요” “위치 말해주세요. 위치” “위치를 잘 모르겠어요” “배 이름 뭡니까” “세∼월∼호요.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2분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과 최초 신고자의 통화다. 영화는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긴박한 대화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황은 숨가쁘게 전개된다. 8시56분. “현재 계신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막 그러...
입력:2020-02-11 04:05:01
[돋을새김] 반가운 스타의 귀환
연초인 1월 3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C 밀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하 즐라탄·39)의 8년 만의 복귀를 공식 밝혔다. 즐라탄은 2010-2011시즌부터 두 시즌만 밀란에서 뛰었지만 85경기에서 56골을 터뜨리며 입단 첫 시즌에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스타다. 복귀 후 한 달여. 올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명문 밀란은 즐라탄의 영입 후 톱 10에 오르며 상위권 진입을 노크 중이다. 즐라탄은 이 기간 6경기 3골을 넣어 건재함을 입증했다. 왕의 귀환에 팬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 축구계는 ...
입력:2020-02-11 04:05:01
[한마당] 내부 고발자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와 비리 등을 외부에 폭로하는 사람을 내부 고발자라고 한다. 영어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다. 호루라기를 불어 위험을 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내부 비리는 짬짜미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증언이 필요한 이유다. 내부 고발자 중에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의 불법행위를 들춰내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통해 공익 확대와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에 기여한 이들이 많다. 마크 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를 언론에 알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
입력:2020-02-10 04:05:02
[살며 사랑하며] 마스크
일주일에 한 번 작은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수업이 진행되었던 지난 수요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날 수강생들은 지난주 과제였던 ‘물건을 소재로 삼아 쓴 짧은 글’을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두 명의 수강생이 ‘마스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써왔다. 그들의 글에서 마스크는 공포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고 아직 잊지 못한 연인의 흔적이기도 했다. 나는 마스크를 보면 한 친구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
입력:2020-02-10 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