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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추락하는 중국 평판, 한국은 어떤가



중국은 어쩌다 평판을 잃었을까. 미국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매년 주요국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의 드라마틱한 추락을 볼 수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10개국 대상 조사에서 중국 비호감도는 2017년 평균 44.9%였다. 이후 2018년 48%, 2019년 51.4%로 상승한다. 2020년 폴란드와 헝가리를 제외한 8개국 조사에서는 71.1%까지 올랐다. 올해 11개국 조사에서는 64%가 나왔는데, 호감도가 올라서가 아니라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헝가리(52%)와 그리스(50%)가 다시 포함돼서다. 영국에서 중국 비호감도는 2017년 37%였고, 올해는 69%다. 스웨덴 국민 83%는 중국을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7년에 중국을 위협으로 여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미국에서 반중 감정을 확산시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공정무역 등 국제 규범을 중국이 망가뜨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문제도 불거졌다. 저소득·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부채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중국은 전랑외교라 불리는 강압적 대응으로 응수했지만, 곧 역효과를 불렀다. 그 사이 서방 동맹 국민에게 ‘영 못마땅한 나라’라는 인식만 굳어졌다.

중국 평판은 이제 새로운 역학을 만들어내고 있다. 표심 쫓는 정치인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쏟아내고, 안 좋은 이미지가 더 확산하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국민 82%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에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누가 더 중국에 강경한지 경쟁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기업의 중국 투자를 막는 조치가 추진되고, 중국이 미국 농지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물꼬를 튼 뒤 계속되고 있는 여야 정치인의 대만행 밑바탕에도 이런 심리가 녹아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이제 ‘내가 더 중국에 강한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싸움을 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의 히스테릭한 반응은 ‘중국 위협’을 무기화하려는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탄약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집권 보수당 수장이 된 리즈 트러스 총리 내정자가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 경쟁할 때도 둘은 누가 중국에 더 강경한 정치인인지를 놓고 충돌했다. 트러스는 ‘틱톡’ 같은 중국 기술 회사를 단속하고,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맹 확장을 공약했다. 수낙은 중국 자금 지원을 받는 공자학원 폐쇄 등을 내세웠다. 일본이나 호주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 어떤가.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최근 “사드 미사일 배치, 펠로시 의장의 대만·한국 방문, 칩4 반도체 구상 등의 이슈에서 (한국은) 중국이 화나지 않도록 조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중국 매파로 착각하지 마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에 대한 확신이 불과 석 달 만에 의구심으로 뒤바뀐 셈이다. 펠로시 의장 방한 때 보여준 외교적 선택은 한국 평판을 순식간에 ‘미·중 대결 역학에 끌려다니는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주변국이 한국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다시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평판 위에서 우리는 중국을 달래야 하고,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역차별 문제에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한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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