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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의’ 빠진 개정안, 동성결합·동성결혼의 법적 근거 될 수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가족관계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우려를 담은 전단. 건강가정기본법개정안반대전국단체네트워크 제공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들이 여러 차례 행해졌으며, 현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정춘숙 의원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이 개정안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은 모두 37개 조항으로 구성된 법률인데 개정안은 법의 명칭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고 법의 목적, 기본이념과 더불어 30여개가 넘는 조항들을 변경하고자 하면서도 ‘전부’ 개정안이 아니라 ‘일부’ 개정안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는 전부 개정안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만약 공청회를 거치게 되면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이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법은 ‘건강가정’의 개념을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 ‘건강가정’이란 개념을 없애고 이를 ‘가족’으로 대체하면서 해당 법에 있는 ‘가족’의 정의규정을 아예 삭제했다. 이 경우 가족의 개념은 가족관계에 관한 기본법인 민법을 따르게 되는데, 민법은 제779조에서 혼인·혈연·입양에 의해 그 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만 가족의 범주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개정안이 가족의 정의규정을 삭제한 것은 민법의 가족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민법과 건강가족기본법의 가족개념은 거의 같음), 현 여성가족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밝혔듯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수용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일단 개정안에서 가족의 정의규정을 삭제한 다음에 향후 대통령령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가족의 개념에 사실혼이나 비혼 동거 나아가 동성혼 등의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포함해 그런 형태의 가족에게도 법적인 보호를 하고자 하는 의도를 짐작케 한다.

개정안의 더 큰 문제점은 개정안이 동성결합이나 동성결혼의 합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 자체에는 동성 간의 결합과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직접적인 명문의 근거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나 전체적인 개정의 방향과 몇몇 조항은 해석에 따라서는 동성결합과 동성결혼의 법적인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하며, 기본이념으로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즉 이를 바탕으로 동성결합과 동성혼도 다양한 가족의 한 형태이므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향후 대통령령이나 법률개정을 통해 이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또 정 의원의 개정안은 기존 건강가정기본법에 있는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대부분 ‘평등’으로 대체해 양성의 결합에 의한 가정의 형태뿐만 아니라 동성 간의 결합과 동성결혼의 인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남녀 간의 혼인 이외에 동성 간의 혼인에 의한 결합을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규정을 둘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젯거리가 된다. 형식상으로는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으면 어떤 내용의 법률이든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지만 가족관계에 관한 개별법의 제정이나 개정은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근간이 되는 법인 민법과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민법의 여러 규정을 종합해 보면 혼인은 남녀의 결합에 의해서만 성립되며 이것이 가족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사회단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법률은 상위법인 헌법에 근거해야 하고 헌법에 어긋나서는 안 되는데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해 남녀의 결합으로 혼인이 성립함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국가에 이를 보장할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는 규정을 헌법의 하위법인 개별 법률에 두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설령 국회의원 과반수 찬성을 받아 그런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지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시대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법률도 그 내용이 변할 수는 있지만 그런데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근본 가치들이 존재하는데 헌법엔 그런 근본 가치들이 선언돼 있다. 그러므로 입법도 그 한계 내에서만 재량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개정안의 내용은 가족관계 기본법인 민법과 국가 최고법인 헌법 질서에 어긋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봉석 교수(홍익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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