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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물질은 공동체가 전제될 때 성숙하게 쓰인다

게티이미지




“투자 수익을 노동으로 번 돈으로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흔히들 가난한 실직자를 비생산자로 여기지만, 사실 비생산자는 임금으로 볼 수 없는 잉여자본과 투자 수익으로 살아가는 자도 포함한다.” “정당한 세금을 회피하고 축소하려는 행위는 엄연히 공익을 해치는 짓이다.” “끝없는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노화를 막으려는 불멸의 환상은 죽음 앞에서 독립된 자아를 유지하려는 무익한 시도다.”

구약성경 해석의 권위자로 불리는 월터 브루그만의 이 말들은 요즘 현대인의 상식을 뒤엎는다. 투자를 노동보다 우위에 두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세금이나 죽음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세금과 노화를 인류의 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잖은 요즘이다.

세계적 성경신학자가 쓴 이 책에는 기독교인을 위한 ‘현실성 없는 현실적 조언’이 가득하다. 요즘 실정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성경을 근거로 기독교인이 일상에 적용해야 할 실천수칙을 정직하게 안내한다. 원제 ‘저항으로서의 물질성(Materiality as Resistance)’이 책 주제를 더 간명히 표현한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질에 관해 기독교인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며, 물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세상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논한다.

저자가 다루는 물질성은 돈과 음식, 몸과 시간, 장소 등 5가지다. 가장 먼저 돈부터 논의를 시작한 건 “대부분 사람이 돈의 영적인 영향력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간 개신교는 돈에 관해선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가 한 말인 “최대한 벌어서 최대한 주고, 최대한 저축하라”를 금과옥조로 삼아왔다. 저자는 이 문구를 삶에 적용하기 위해선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 것을 주문한다. 기술 발전 등으로 끝없이 축적이 가능한 현대 사회에선 ‘최대한’이 아닌 ‘얼마나 많이 벌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벌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부를 축적하는 행위 자체에 중독될 소지도 다분하다.

저자는 부에 중독되는 현상의 근원엔 ‘개인화된 부’가 있음을 지적하며 “공동체라는 배경 속에서 소득을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최대한 주고, 저축하는 개념 역시 공동체 개념에서 접근한다. 저축은 “이웃과 온 피조세계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돈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며 주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을 끊임없이 받는 인간이 그분의 후함에 감사하며 기꺼이 베푸는 것”으로 설명한다. 돈을 벌고 저축하며 주는 모든 행위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요소”로 보기에 가능한 시각이다.

먹는 행위 또한 성숙한 신앙생활을 가늠하는 지표다. 저자는 시편 104편 등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음식은 창조주가 생산한 것이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므로, 우리의 욕구에 따라 분배돼선 안 되며, 배려 없는 방탕으로 소비돼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기독교인의 자기 관리 핵심을 ‘하나님께 우리 몸을 제물로 드리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참신하다. 저자는 올바른 식습관과 적정한 운동 등 책임감 있는 자기 관리와 자기희생적인 성 관념을 갖출 뿐 아니라 이웃의 안녕을 지키고 불의한 현실에 관심을 가질 때 육체적 성숙이 완성된다고 본다.

저자가 다룬 5가지 물질성을 성경에 비춰 적용해 보면 곧 ‘공의 정의 은총 긍휼 진실’을 실천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저자는 말한다. “성숙한 물질성은 이웃을 외면하는 오늘의 세상에서 참으로 시급한 복음의 명령이다. 이 명령을 따른다면 교회는 이웃을 약탈하는 모든 일에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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