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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요코하마 참사’… 한국 축구, 숙적 일본에 무너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스타디움에서 25일 열린 80번째 한·일전에서 0대 3으로 완패한 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보다 더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이 숙적 일본에게 원정 영패를 당했다. 10년 전 당한 ‘삿포로 참사’를 연상케 하는 무기력한 패배다.

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여 0대 3으로 졌다. 핵심전력이 대부분 빠진 상황을 감안해도 경기력에서 철저하게 밀린 경기였다.

손흥민과 황의조, 황희찬 등 최전방 주전 공격수들을 소집 못한 벤투 감독은 전반 성인대표팀에 데뷔한 이강인을 전방에 세워 ‘제로톱(공격수 자리에서 뛰는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다. 1선과 2선을 오가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하는 위치다. 그러나 이강인은 좀처럼 후방에서 공을 공급받지 못했다. 전반 상대가 슈팅 9개를 날린 반면 대표팀은 나상호가 개인 전방압박으로 만들어낸 1개가 전부였다.

대표팀은 전반 일본 특유의 세밀한 패스를 의식해 간격을 좁힌 채 내려앉았으나 오히려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수비를 보호하고 공을 연결해줘야 할 중앙 미드필더 짝 원두재와 정우영이 상대에 압도당했다. 전반 16분에는 상대 풀백 야마네 미키에게 기습 선제골을 허용했다. 10분 뒤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가마다 다이치에게 역습 상황에서 추가골을 내줬다.

후반 들어 대표팀은 수비를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 대신 측면 공격수인 1999년생 정우영을, 나상호 대신 전문 공격수 이정협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드필더 정우영의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이동준이 차례로 슛을 시도하며 기세를 높였다. 후반 20분에는 홍철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시도한 프리킥이 수비를 맞고 골문을 살짝 비켜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대표팀은 후반 막판 추가골까지 내줬다. 후반 35분 아사노 타쿠마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줬다가 교체투입된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으로 한숨 돌린 대표팀은 불과 3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에게 골을 허용했다. 지역방어 수비가 상대를 완벽하게 놓치며 집중력에 허점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대표팀은 이후에도 이동준이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을 시도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표팀이 일본에 당한 세 골 차 이상 패배는 80회에 이르는 한일전 중 이번이 3번째다. 1974년 도쿄에서 열린 제3회 한일정기전에서 1대 4로 패했고 10년 전인 2011년 8월 10일 삿포로에서 0대 3으로 졌다. 당시 패배는 축구팬들에게 ‘삿포로 참사’로 불려왔다.

벤투 감독은 경기 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유럽파 선수들이 제대로 소집됐다면 결과가 나았겠느냐는 질문에 “여기 있는 선수들에게도 해서는 안될, 공평하지 않은 말이다. 패배의 책임은 저만이 지겠다”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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