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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하나하나까지 한국의 맛 녹여… 우주 SF물 큰 첫걸음”

국내 최초의 우주 SF영화 ‘승리호’에서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장 선장 역의 배우 김태리. ‘아가씨’ ‘1987’ ‘리틀 포레스트’ 등 전작에서 탄탄한 연기를 펼친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변신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승리호’에서 장 선장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 넷플릭스 제공


김태리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에서 의뭉스러운 하녀 숙희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흥행작을 연달아 이끌며 단 5년 만에 충무로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늘 신선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그의 작품에는 기시감이 없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는 김태리의 변신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공상과학)영화로 인기몰이 중인 ‘승리호’에서 그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장 선장으로 러닝타임 내내 카리스마를 뿜는다. 앳된 얼굴로 올백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총을 들고 우주를 누비는 모습이 묘한 매력을 풍긴다. 15일 온라인에서 만난 김태리는 “선장 역을 강렬한 이미지의 배우가 맡았다면 되레 클리셰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전작의 모습과 상반되는 역할이어서 영화에 시너지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2092년 근미래 우주 배경 ‘승리호’는 승리호 선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둘러싼 위험한 거래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화려한 출연진과 시선을 끄는 카메오가 여럿 출연했다. 당초 지난해 기대작이었으나 코로나19로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영화는 공개 직후 세계 인기 영화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은다.

이채로운 우주와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는 할리우드 SF물에 뒤지지 않는 국내 VFX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듣는다. “3시 방향 (날라온다)”는 등의 감독 지휘에 맞춰 초록색 스튜디오에서 헬멧 등 무거운 장구를 메고 오로지 상상만으로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구현해낸 배우들의 공도 컸다.

김태리는 해외 관객을 매료시킨 이유를 영화가 품은 한국적 색채에서 찾았다. 김태리는 “서양 SF영화는 하얗고 차가운 톤과 진지한 분위기가 으레 떠오른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가족 얘기부터 케첩, 화투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한국의 맛이 녹아 있다. 한국 우주 SF물의 큰 첫걸음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관객을 중심으로 가족 서사에 관한 호불호는 갈린다. 딸을 잃은 조종사 태호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은 영화가 국내 콘텐츠가 답습해온 신파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디스토피아 배경의 영화가 건드리는 지점이 적지 않다. 김태리는 “환경을 훼손하는 인간이라는 전제가 현재의 우리와 많이 닮았다. 영화는 환경은 물론 자본주의와 계급 문제 등을 폭넓게 건드린다”고 했다.

털털한 매력으로 사랑받는 김태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많은 시간을 선배 배우들을 칭찬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1987’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 역의 유해진을 “놀라운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승리호’에 이은 김태리의 차기작 역시 한국형 SF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이다.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는 아닌듯하다. 어려운 도전을 앞둔 제작진이 믿음직한 배우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다. ‘승리호’의 최초라는 타이틀에 큰 부담감을 느꼈다는 김태리는 다시 처음을 되새길 때라고 했다. “‘리틀 포레스트’ ‘1987’ 모두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했어요. 시선의 부담을 버리고 해오던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앞으로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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