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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5) 직장 내 싸움 소식 사장 귀에… 해고될까 전전긍긍

이종락 목사(왼쪽 세 번째)가 1986년 한 기도원에서 시각장애인 바디매오 역을 맡아 성극을 하고 있다.


하루는 직장 후배가 노골적으로 일을 게을리해 일을 제대로 하라고 훈계했다. 그가 비아냥대며 말을 듣지 않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나보다 덩치가 컸던 후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했다. 큰 싸움으로 번지면서 내 눈과 입술이 찢어지고 코피가 났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동료들은 그제야 싸움을 말렸지만, 이 소식이 사장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찢어진 상처로 아픈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일로 직장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밤을 꼬박 새웠다.

이튿날 아침 사장이 나를 사장실로 불렀다. ‘문제가 많은 과거에도 불구하고 나를 채용했는데 사고를 쳤으니 분명 해고하겠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부들부들 떨며 식은땀까지 흘렸다. 사장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며 제발 해고하지 말아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한숨을 쉬며 별말이 없던 사장의 모습에서 불길함을 느꼈다. 그때 사장의 한마디가 떨어졌다. “이종락씨.” ‘이 분위기면 짐 싸라고 하겠구나. 나는 이렇게 해고되는 걸까.’ 하지만 사장이 이어서 한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뜻밖이었다. “이종락씨는 예수 안 믿으면 안 되겠어. 예수 안 믿으면 큰일 낼 사람이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고가 아니라 예수를 믿으라고. 이게 벌 맞나.’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사장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싸움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사장은 그저 예수 믿고 교회에 다닐 것을 내게 제안했다.

이 제안이 명령처럼 느껴졌지만, ‘해고가 아니라 단지 예수를 믿어보라는 제안이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보다 더한 벌을 준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할 마음이었다. 교회에 다니겠다고 바로 약속했다. 사장은 내 손을 잡고 영접 기도를 했다.

“주님께서 사랑하는 아들 이종락씨의 길을 인도해 주시옵소서. 나라와 사회에서도 하나님의 큰 일꾼이 되게 하옵소서.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

아멘도 모르는 내가, 사장의 두 손을 잡고 눈을 감은 채 함께 기도했다. 아니, 사장의 기도를 들었다. 가슴이 뭉클했고 큰 감동이 밀려왔다.

기도를 마친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사장실에서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로 돌아왔다. 후배와 전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일상으로 돌아갔다.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은혜이고 축복이었다.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나님께 잊힌 아들로 남아 있지 않게 됐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다른 길을 준비하시고 계셨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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