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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책 속에 답 있다





영국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신앙이란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라 말했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삶의 자리를 충실하게 살려면 과거의 유산과 오늘의 삶을 연결해야 한다. 2021년이 시작되면서 막막하고 분주한 출발이 아닌 무언가 새로운 길을 찾고자 신앙 선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이 책은 1961~62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실린 글을 모은 책이다. ‘복음주의자의 불편한 양심’을 쓴 칼 헨리 전 미국 풀러신학교 교수가 편집을 담당했다.

당시는 현대 세속주의가 물밀듯 들어오던 시대였다. 책에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 복음주의자가 모여 ‘모든 논쟁이나 이론과 싸우는 전쟁’을 치르는 격전의 글이 실려있다. 신앙의 선배들은 교회의 어려움 앞에서 늘 신앙의 기본으로, 성경으로 돌아갔다.

케빈 벤후저 트리니티복음주의 신학대학원 교수가 서문에서 “미래 복음주의 신학을 위해 남긴 유산”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기본적인 신앙의 교리를 총망라한다. 성경론 신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등의 전 주제를 43명의 저자가 맡아 요약 정리했다.

책을 보며 1960년대 신앙 선배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 말씀에 확신을 갖고 선포했다는 걸 알았다. 현대 세속 사상을 무시하지 않고, 숭배하지도 않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성경 그 자체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은 짧은 지면 안에서 어려운 신학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단지 하나님의 말씀을 명확히 선포한다. 창조를 말할 때도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은 설명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성경은 어떻게 창조가 이뤄졌는지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성경은 삼위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셨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악의 문제를 다룰 때도 “성경은 악의 문제에 이론적인 답을 제시하려 한 적이 없다.… 마귀는 자기가 자유로운 줄 알지만, 그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고 하나님이 악의 고삐를 잡고 계신다”고 설명한다. 하나님 섭리와 예정 그 자체에 대해 신뢰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이 책이 출판되고 30년쯤 지난 후에 마크 놀 노트르담대 교수가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이란 책을 썼다. 이 책에서 놀 교수는 오늘날 복음주의가 지성을 버렸기에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체계를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방황하는 이스라엘에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길에 서서 보며 옛적 길 곧 선한 길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리고 행하라. 너희 심령이 평강을 얻으리라.”(렘 6:16)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이 시점에 우리가 돌아갈 곳이 어딘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책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해답은 아마도 옛길, 곧 그 선한 길에 있을지 모른다.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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