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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교회가 작은 교회에게…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자”



매년 작은 교회에 달력 나눔을 해오고 있는 익산삼일교회가 기독교 디자인 업체 그리심의 후원으로 제작한 2021년 달력. 달력 하단에 나눔 받을 교회 이름이 들어간다. 그리심 제공


그리심 제공


한 농촌 목회자의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은 교회에 신년 달력을 무료로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이 200개가 넘게 달렸다. 공지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목표로 했던 153개 교회가 신청했다.

진영훈 익산삼일교회 목사는 6년째 작은 교회에 달력 나눔을 해오고 있다. 개혁 교회 생일이나 다름없는 종교개혁 주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지킬까 고민하다 생각한 게 달력 나눔이었다. 진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종교개혁 주일 헌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랐다”며 “10개 미자립 교회에 달력을 만들어 드린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왜 달력일까. 진 목사는 “개척교회에서 교회 이름으로 달력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정적 어려움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여기에 마음을 쓸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력 나눔과 별개로 진행하고 있는 ‘작은 교회 교패 나눔’ ‘송구영신 예배 말씀 카드 나눔’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작했다. 진 목사는 “교패의 경우 주문을 하려면 한 번에 100개를 해야 한다”며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진 목사가 심은 달력 나눔의 씨앗은 나눔 첫해부터 주변으로 가지를 쳤다. 진 목사 페이스북을 통해 달력 나눔을 알게 된 교회 10곳이 각각 다른 10개 교회를 섬기기로 한 것이다. 진 목사는 “전혀 예상 못했다”며 “저희는 10개 교회를 섬겼지만, 결과적으로 100개 교회를 섬긴 셈이 됐다.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들 교회는 이듬해에도 달력 나눔에 동참했다.

달력 나눔 후 진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 개척 9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 이름으로 된 달력을 갖게 됐다는 곳도 있었다. 인증샷을 남긴 분도 있었다.

매년 10개 교회씩 수를 늘리며 달력 나눔을 이어온 진 목사는 4년차부터 나눔 교회를 100개로 확장했다. 여기엔 염영식 장로의 도움이 컸다. 기독교 디자인 업체 ‘그리심’을 운영 중인 염 장로는 진 목사의 부탁에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둘은 취미가 십자가 모으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을 맺은 것도 같은 취미 때문이었다. 진 목사는 “염 장로님께 연말에 작업이 끝나고 남는 달력이 있는지 여쭸더니 있다고 하시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2000부(100개 교회 20부씩)만 달라고 했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달력 나눔 전에도 남는 달력을 선교지에 보내곤 했던 염 장로는 지난해에는 120개 교회, 올해는 153개 교회에 달력을 제공했다. 해마다 교회 수가 늘어나면 늘어난 교회 수만큼 인쇄 작업과 택배 작업이 늘지만 그럼에도 염 장로는 “제가 하는 일은 큰 일이 아니다”며 “나눌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평소 염 장로님은 나눔이 많은 분”이라며 “남양주 어느 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이 섬기는 교회가 아님에도 그 교회를 도와 회생 시켰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 역시 달력 나눔에 많은 분들이 물질로 동참했다. 필요 이상으로 채워져 후원을 그만 받겠다는 공지까지 올릴 정도였다. 진 목사는 “많은 분의 동참에 참 따뜻한 마음”이라며 “문 닫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다.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자”고 마음을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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