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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 위기에도 교회와 국가 상호협력”… 500년 전 종교개혁가에게 지혜를 묻다



종교개혁가들은 500년 전 흑사병 대유행 속에서도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상호 협력적으로 바라봤다. 교회가 이웃의 생명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예배 등 종교의 고유한 권리를 지켜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의 한국교회도 국가와 관계를 정립하는 데 종교개혁가들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복음주의권 신학 교수와 의료인, 목회자 등 46인은 최근 ‘교회통찰: 코로나·뉴노멀·언택트 시대 교회로 살아가기’(사진)란 제목의 461쪽짜리 책을 냈다. 편집을 주관한 안명준 평택대 교수는 5일 “코로나19 위기의 시대를 맞아 성경의 가르침에서 시작해 고난의 시기를 통과한 종교개혁자에게서 교회와 국가 관계에 대한 지혜를 찾는다”면서 “한국교회의 변화를 위해 목회 교육 선교 이단 의학 자연과학 등 각 분야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편집위원으로 이상규 고신대 명예교수, 노영상 전 호남신대 총장, 이승구 합동신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단대책 분야로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 의료선교에 대해선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과 박준범 새숨병원장이 글을 기고했다.

우병훈 고신대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의 교회와 국가관’을 살폈다. 마르틴 루터, 훌드리히 츠빙글리, 장 칼뱅의 국가관을 살핀 우 교수는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우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은 국가를 하나님께서 만드신 선한 기관으로 보고, 국가는 시민생활을 보호하고 정의와 평화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가르쳤다”면서 “특히 국가는 종교생활을 보호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이 공개적으로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우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교회는 국가의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하고, 국가는 교회의 예배를 보호해 줘야 한다”면서 “국가와 교회의 상호 협력과 상호 존중의 지혜”를 강조했다. 이승구 교수도 ‘정교분리와 교회의 자유’란 글에서 “종교시설 집회 제한 명령과 같은 표현은 때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시행에 앞서 행정부와 교회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전염병 속 칼뱅의 전례에 따라 한국교회가 말씀 중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기부정을 통해 이웃사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를 돌보고 다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통찰이 담긴 글을 모았다”면서 “초교파로 모인 필자들과 함께 다음 달 발표회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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