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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위기의 출판사



출판사 ㅅ대표는 요즘 큰 시련기를 맞았다. 규모는 작지만 그런대로 잘 꾸려왔었는데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서도 문화 사업을 하는 출판인의 자긍심을 굳게 지켜왔다.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려고 10년 동안 가족같이 지내던 편집기자들도 눈물로 보내고 말았다. 부인을 사무실로 불러내 같이 일하고 있으나 일이 서툴러 어렵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아들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아버지 일을 도와주겠다고 하여 같이 일하고 있다. 이번에는 며느리에게 컴퓨터 편집을 맡기다 보니 그야말로 가족기업이 되고 말았다. 식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와서 사무실에서 해결한다. 원고를 읽기 위해서는 밝은 조명이 중요하지만 전기요금을 줄이려고 천장의 조명등도 꺼버렸다. 필요할 때는 책상 위의 개인용 조명등을 켜 원고 교정을 한다.

어른들이 모두 사무실에 매달리다 보니 집에 두고 온 손자들이 문제다. 큰 아이는 여섯 살, 동생이 네 살이라 한창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먼저 어른들이 사무실로 나가면 며느리가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사무실로 온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면 이번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중 누가 짬을 내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빨리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야겠으나 세계적인 위기이고 보니 우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시도해 보려고 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늘 하는 대로 개인위생을 지키며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올해 안으로 백신이 개발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외신도 있다. 위기를 잘 넘기면 반드시 행운은 찾아온다고 믿고 싶다. 오늘의 고충이 어찌 출판사뿐이겠는가. 모든 중소 자영업자들이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고 있다. 그들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의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모두 모두 파이팅.’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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