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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얼굴이 복음 전하는 게시판으로…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24시간 비대면 전도

현상웅 벧엘성서침례교회 목사가 15일 대형 복음광고가 걸린 교회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복음광고와 사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초등학교 앞 골목을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응시하게 된다. 시선이 향하는 곳엔 배우 엄정화와 가수 박지헌의 얼굴이 가로 17m 세로 7m 대형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미소를 머금은 두 사람의 얼굴 옆에 적힌 ‘괜찮아, 충분해’ ‘괜찮아, 다 알아’ 문구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한다. 현수막이 걸린 곳은 빌딩의 옥외광고판이 아니다. 빛바랜 붉은 벽돌 사이에 새겨진 흰색 십자가가 이 건물이 교회임을 알려준다.

“어느 날 광화문광장을 걷다가 교보빌딩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교회 앞을 지나는 이들에게 저렇게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복음광고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15일 만난 현상웅(46) 벧엘성서침례교회 목사는 교회 외벽에 5년째 복음광고를 걸게 된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현 목사는 선교적으로 많은 자원을 가진 교회가 아니지만, 신앙의 선배들이 물려 준 교회 공간을 지역과 시대의 필요에 맞게 활용하는 게 교회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7년 전, 설립 40년이 된 교회에 부임한 현 목사는 목회의 지향점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복음의전함(이사장 고정민)의 사역에 주목했다. 그는 “성도의 모임이 곧 교회이고 교회가 할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리는 것인데 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광고’가 주는 이미지는 상업주의의 전형과 같았다. 광고는 광고주가 매출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투입하는 전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복음광고는 현 목사에게 그런 편견을 깨뜨린 발견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은 이미지더군요. 그 이미지는 강단에서 전해지는 설교가 될 수도, 성도들의 삶이 될 수도 있고요. 복음광고를 접하고 나니 광고도 그런 이미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라는 그릇에 ‘하나님의 형상’을 이미지로 담아 복음을 전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날로 복음의전함에 연락해 복음광고를 요청했다. 처음엔 가로 2m 세로 3.5m 크기의 복음광고 포스터를 교회 입구에 부착했다. 교회 앞을 지나는 불특정 다수가 이미지를 보고 복음을 각인시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스터는 떼어졌다. 대신 가로 17m 세로 7m짜리 복음광고가 교회 외벽에 걸렸다. 현 목사가 광화문의 대형 현수막을 보고 영감을 받은 직후의 일이다.

현 목사는 “교회 외벽이 대형 복음광고로 채워지면서 교회 공간을 지역과 시대의 필요에 맞게 전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복음광고가 걸린 이후 발견한 새로운 풍경을 소개했다.

“교회 1층 공간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복음광고를 걸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과 걸음이 바뀌더군요. 전에는 앞만 보고 걷던 사람들이 지금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걷습니다. 걸음 속도도 바뀌었지요. 눈에 익은 연예인들의 사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느린 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아예 걸음을 멈추고 그 옆에 적힌 메시지를 곱씹는 사람도 보입니다.”

복음광고가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건 ‘복음과 위로’뿐만이 아니었다. 본질적으로 ‘이곳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각인시켰다.

“40년 역사를 훌쩍 넘기다 보니 ‘오래됐지만 잊혀가는 교회’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음광고가 걸리면서 동네에 ‘멋진 광고가 걸려있는 교회’로 소문이 났지요. 광고에 담긴 친근한 이미지의 연예인들, 마음을 다독이는 메시지가 교회를 찾는 심리적 문턱을 낮춰줬습니다.”

3년 전에는 특별한 복음광고가 걸렸다. 복음의전함에 요청해 성도들과 동네 주민들을 모델로 한 복음광고를 제작한 뒤 게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은 물론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주민들이 교회 앞을 지나며 아는 얼굴을 볼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처음엔 ‘복음광고’를 생소해 하던 성도들도 지금은 해마다 새로운 복음광고 이미지가 교회 외벽에 걸릴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복음의전함이 ‘6대주 광고선교 캠페인’ ‘대한민국을 전도하다 캠페인’을 펼칠 때도 성도들은 선교지에 힘을 보태듯 정성을 모아 후원했다. 최근 열린 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픔과 두려움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는 복음광고 ‘잇츠 오케이, 코리아’(It’s Okay, Korea)편을 걸기로 결정했다.

현 목사는 “성도 50여명에 불과한 작은 공동체지만, 섬김과 전도를 향한 열정만큼은 뜨거운 곳이 벧엘성서침례교회”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으로 이뤄지던 이웃섬김과 전도활동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24시간 거리를 향해 선포되는 복음광고판이 선교를 책임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부터 2개월간 진행되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많은 성도가 위축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교통수단인 버스와 택시에 복음광고가 많이 실려서 우리 사회가 교회에 대한 긍정과 희망의 이미지를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이 담긴 이미지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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