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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평균 나이 25세… ‘하나님의 계획’ 맡을 청년 선교사 키운다

수원하나침례교회 청년들이 2018년 10월 레바논 베카밸리 난민캠프를 방문해 현지 아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하나침례교회 제공


고성준 목사는 청년들이 하나님 계획 안에서 선교의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중·단기 선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우리 삶에는 데스티니(destiny·운명)가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하나침례교회 고성준 목사의 목회 철학은 ‘운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을 닫은 교회에서 고 목사를 만났을 때도 ‘운명’을 이야기했다. 2016년 펴낸 책도 ‘데스티니: 하나님의 계획’이었다.

고 목사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아야 하고 그게 바로 운명”이라며 “교회는 하나님 안에서 데스티니, 운명을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은 1980~94년 사이에 태어난 Y세대, 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 청년이 바라는 삶과도 맞아떨어졌다. Y와 Z세대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충성하던 기성 세대와 달리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와 재미’를 찾는다. 고 목사는 “하나님이 나를 위해 계획한 일을 한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냐”고 했다.

고 목사는 성도들에게 봉사와 비전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운명을 찾도록 돕는다. 그러자 청년들이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출석 성도 평균 나이 25세. 신혼 부부와 자녀, 청년이 많아 교회 성도 평균 나이를 낮췄다. 고 목사는 54세인데도 교회 안에서 고령자 그룹에 속한다.

고 목사가 운명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자신의 삶을 운명처럼 만나서다. 고 목사는 수학자였던 아버지의 길을 자연스럽게 따랐다. 그렇게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말을 더듬다 보니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는 건 학자뿐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공부를 꽤 잘했다”며 웃었다.

목표를 이뤘지만 행복은 잠시였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모태신앙임에도 주일에만 교회에 가는 ‘선데이 크리스천’이던 고 목사는 “하나님이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계시다면 날 만나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고 목사는 “두세 시간 펑펑 울고, 다음 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창조주가 계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청년에게 복음을 전하는 교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국비유학생으로 간 미국 UC버클리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새로운 비전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신앙 멘토들을 통해 선교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 전에 해결할 게 있었다. 국비유학생은 한국에 돌아와 3년간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경희대에서 계약직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을 때 미국 유학시절 인연을 맺은 선배 목사가 그를 찾았다. 선배 목사는 자신이 개척한 수원하나교회를 고 목사에게 맡아 달라고 했다. 하나님의 다음 계획이었다.

“기도했습니다. 사흘 째 되던 날 하나님이 ‘너의 데스티니는 선교지로 가는 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선교지로 가도록 준비시키고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20년 전인 2001년 3월, 첫 설교하던 날을 잊지 못해요. 부들부들 떨면서 올라갔는데 거짓말처럼 말 더듬던 게 고쳐졌어요.”

대전 침례신학대 목회대학원을 졸업한 고 목사는 수원하나교회를 섬기면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을 실현시키려고 힘쓰고 있다. 청년들에게 선교를 강요하지 않고 선교의 비전을 품도록 경험을 제공한다. ‘학생 중·단기 선교’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국내에서 2개월간 훈련을 받은 청년들은 자비로 선교 현장으로 떠났다. 선교지에서 할 일은 단순했다. 최소 1년간 그곳에 살며 현지 언어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게 전부였다. 규칙은 있었다. 낮에는 철저히 현지인들과 어울리도록 집에 있지 못하게 했다. 다만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팀별로 움직이도록 했다.

나머지는 선교팀 자율에 맡겼다. 교회는 선교팀이 현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개입하지 않았다. 현지 선교사도 선교팀의 안전을 위한 안내만 할 뿐 자신의 사역에 이들을 끌어들이지 않았다. 200여명이 중·단기 선교를 경험했고 청년들은 다양한 형태로 선교의 비전을 품었다.

교회 선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선교의 길을 걷게 된 김은주(32)씨는 “선교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대학생 때 2주간 단기선교를 다녀온 뒤 달라졌다”면서 "대학 졸업 후 2년간 중·단기 선교를 경험한 뒤 선교 비전을 확실해 세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중동의 한 국가에서 비즈니스 선교를 하고 있다. 현지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국제 NGO에 취직하거나 선교비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선교에 나선 청년도 많다.

고 목사는 선교와 함께 평신도 중심의 소그룹 형태로 교회를 운영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고 목사는 “교회 운영에 소그룹 모임을 기계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다”며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발적으로 돌아가도록 평신도 리더를 세우고, 교회는 평신도 모임을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 됐을 때도 교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지켜야 할 게 있다. 복음의 본질이다. 고 목사는 “시대가 바뀌면서 복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예배와 기도, 말씀 등 복음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성도가 어디에 있건 하루 최소 1시간 기도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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