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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매듭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습관인데 볕이 내리쬐는 나는 무엇을 위해 눈을 감고 있었던 걸까요? 낯선 풍경을 익숙하다고 느꼈던 나는 길을 잃습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구름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창문에 비친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당신보다 나는 먼저 도착합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당신에게 나는 돌아와 있습니다 오은경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 중 같은 장소지만 다른 것은 당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하늘을 달라지게 만드는 구름의 변화, 어제는 보이지 않던 풍선 역시 불확실함을 더한다.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낯선 풍경이라는 말은 시적 화자가 불확실한 이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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