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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앙과 현실정치 간격 좁힐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기독교계 지도자 1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계가 사회에 공헌해온 일들을 제시하며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와 관련해선 강한 비판도 했다. 이에 교계 지도자들은 “교회 예배자 중에 감염자가 많이 나와 죄송하다”고 밝혔고, 방역에 협조하겠다는 뜻도 확인했다.

그간 대다수 교회는 초유의 긴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방역수칙도 준수해 왔다. 8월 중순부터 전국 교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한 이후 교계는 사회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교회에서 나오는 반성과 사과, 비탄의 목소리는 이런 책임감의 소산이다.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교회가미안합니다’ 챌린지는 남을 탓하고 변명의 구실을 찾기보다 낮은 곳에서 회개하는 기독교 신앙과 부합한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나 ‘우리가 일상적 예배를 드리다가 성도들과 지역 주민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켜선 안 된다’는 감동이 왔다”면서 비탄의 기도를 바친다는 글을 썼다. 반성과 기도의 자세는 지금 교회에 필요하며, 나아가 교회는 공동체 곳곳에서 질병과 경제난, 생활고에 짓눌려 터져 나오는 탄식과 절규를 보듬어 안아야 한다. 전광훈씨와 관련해서도 개인의 문제, 다른 교단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의 정치에 경도된 비신앙적 행태와 방역에 대한 비상식적 인식을 미리 꾸짖고 제어하지 못했던 책임을 통감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사회가 교계 일각의 문제를 전체인 양 치부해 비난을 퍼붓는다고 억울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기독교란 큰 테두리를 공유했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간담회에서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 공동대표 회장은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앙과 현실 정치 사이엔 간극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양자가 터놓고 소통하는 일이다. 교계 지도자들이 예배를 하면서도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정부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교계와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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