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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2030의 ‘영끌’



요즘 ‘영끌’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경우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하는 소위 ‘동학개미’들의 투자 등에서 주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20, 30대 영끌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2030세대’ 영끌이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들어)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고 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으로, 실제로 2030세대의 집값 상승 기대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40세 미만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131이다. 이는 한은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시대 2030세대는 여러 가지로 시련을 겪는 세대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할 시기에 부동산 불안으로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그러잖아도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가 1년 만에 약 43만개 늘었지만 2030세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 영끌은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평범하게 노력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도 얻을 수 있는 게 만만치 않다는 서글픈 시류를 반영하고 있다.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팔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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