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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폭력이 계속되는 세 가지 뿌리는…





올해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란 낯선 바이러스와 함께 새해를 맞았다. ‘n번방’이란 신종 성범죄의 주범들이 검거된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와 n번방은 감염 경로가 광범위하고 규모를 가늠키 어려우며,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위험한 바이러스다.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면 어느 정도 통제되겠지만, 성범죄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은 이 질문 앞에 선 우리에게 때마침 도착한 반가운 책이다.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일레인 스토키가 쓴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부분에서 저자는 여성 폭력을 ‘세계적 유행병’으로 명명한다. 책 대부분을 할애해 성 감별 낙태와 영아 살해, 성기 훼손과 아동 결혼, 명예 살인과 가정 폭력, 성매매와 강간 사례를 소개하는데, 사례 배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 감별 낙태나 영아 살해, 명예 살인은 주로 이슬람 국가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진다. 폭력의 잔혹함에 치를 떨 수는 있지만 ‘우리 문제’로 연결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책 후반부의 가정 폭력, 성매매, 강간 등은 선진국에서도 발생하는 보편적 폭력이다. 저자는 여성 폭력 문제를 먼 나라 문제가 아닌 모두의 불의로 인식하고, 이를 철폐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사회생물학 등 여러 분석 틀을 소개하며 젠더 기반 폭력 근본 원인으로 ‘가부장제’를 지목한다. 가부장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를 누가 강화하고 유지하는지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임을 종교에서 찾는다.

왜 종교일까. 세 번째 부분에서 저자는 “여성 폭력을 용인하는 제도적 관습과 이념적 근거를 종교가 모두 마련해 줬다”고 한다. 성경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폭력을 당한 무수한 사례도 제시한다. 은혜로운 성경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텍스트’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공포의 텍스트를 덮을 것인가. 저자는 ‘다시 보기’를 권한다. 다시 보면 우리, 특히 남성 목회자가 성경을 얼마나 왜곡된 관점으로 해석해 왔는지 보인다. 이런 노력은 종교의 본성과 원래 우리가 창조된 모습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성범죄에 관해선 교회가 사회를 탓할 자격이 없다. 교회 성폭력은 쉽게 은폐된다. 남성 목회자 중심 체제가 가부장 구조를 강화하고 교권을 수호한다. 개혁적 그리스도인이라도 교회의 여성 폭력 앞에선 관찰자가 된다. 이제는 ‘관찰자 시점’에서 ‘당사자·협력자 시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알알이 박힌 잔혹한 사례를 건너기 힘들고, 원인에 관해서는 질문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폭넓은 사례, 권위 있는 근거, 정확한 진단에 이르기 위한 합리적 전개는 여성학자 정희진의 평가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교과서”로 불릴 만하다.

오수경 대표 (청어람AR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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