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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바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김용택의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중

시인 김용택은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들을 각각 추린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전 5권)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저 시는 백석의 작품을 갈무리한 책에 담겨 있다. 시를 읽으면 백석 시 특유의 그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김용택은 저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런 감상평을 적어놓았다. “백석 시 치고, 그냥, 조금은 그런, 연애시 같다. 한용운이나 김소월 같은, 커다란 우리 시인들의 이런 연시를 보면, 어? 이런 시인들도 이런 연애시를 쓰셨네, 하며 나는 마음이 놓여, 괜히 실실 좋아한다. 연애란, 이렇게 남이 봐서 쑥스러운, 그리고 다 아는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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