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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가르치지 말고 배우게 하라



“해마다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이 심각한 학력 미흡 상태로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프랑스 교육자인 셀린 알바레즈(37)가 소개하는 2007년 자국의 교육평가위원회 보고서다. 초등학교 졸업생 40%가 중학교 진학이 어려울 정도로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데, 알바레즈는 그 이유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학습 메커니즘을 외면하고” 있어서라고 판단한다.

“핸드 브레이크를 올린 상태에서 기어를 5단에 놓고 운전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핸드 브레이크를 내리면 운전자는 엔진의 힘과 승차감에 깜짝 놀라게 되리라.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꾸만 아이들의 뛰어난 학습 능력에 부적절한 방법들로 제동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알바레즈가 제시하는 처방전은 “자율 교육”이다. 그는 파리 근교 한 소도시의 공립 유치원에 부임해 벌인 실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간다.

그가 벌인 실험은 이 유치원 3~5세 아동 25명을 대상으로 3년(2011~2014년)간 이뤄졌다. 양육과 교육의 신화를 무너뜨리는 실험이었다. 그는 우선 유치원에서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을 없앴다. 교구들만 마련해놓았을 뿐 아이들은 등원하면 그날 하고 싶은 활동만 맘껏 하다가 귀가했다. 교구를 갖고 놀 수도, 친구들과 수다만 떨 수도 있었다. 학년 구분도 철폐했다. 3~5세 아동은 다함께 놀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의 90%가 막힘없이 책을 읽었고 연산 능력도 뛰어났다. 알바레즈는 “나는 가슴이 벅찼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아동의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에 근거해 학습 조건을 바꿔 주기만 해도 읽기, 쓰기, 숫자 세기는 재미있게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비인지’ 능력으로 분류되는 공조, 협동, 공감 능력은 일부러 계발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무르익는다. 사람에게는 이처럼 예상치도 못한 잠재력이 있다.”

‘아이의 뇌는 스스로 배운다’에는 이처럼 독특한 실험을 통해 길어 올린 교육학적 성과가 한가득 담겨 있다. 뇌과학 이론까지 곁들여서 인간이 얼마나 뭔가를 배우는 능력을 타고났는지를 들려준다. 아이들을 “가르치지 말고 배우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알바레즈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제 모습을 드러내게 하라. …한 아이가 참다운 ‘자기 존재’를, 자신의 보편적 인간성과 개인적 독보성을 꽃피우기 시작하는 모습은 아침놀을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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