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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지배해온 시대, 세상은 더 어두워졌다

체코의 화가 바크라프 브로지이크가 1891년 그린 코메니우스 초상화. 체코 프라하 코메니우스 교육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웨이크사이버신학원 제공




코메니우스는 세계를 개혁하기 위한 미완의 제언서를 남겼다. 사라질 뻔했던 제안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여러 국제협력기구를 통해 그 의미를 살렸다.

유엔과 세계교회협의회(WCC) 등에 코메니우스의 사상이 담겼다. 유네스코도 그중 하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운동경기에도 코메니우스가 제안한 범개혁론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1966년 국제코메니우스학회가 설립됐다. 독일과 체코 학자들이 코메니우스의 저서를 연구했는데 코메니우스 탄생 400주년이 되던 1992년 절정을 이뤘다. 체코 프라하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코메니우스를 기리는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코메니우스는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와 종종 비교되곤 했다. 철학적 인식론에서 코메니우스는 패자요, 데카르트는 승자로 이해됐다. 기독교에 뿌리를 내린 코메니우스의 신 중심 사고가 학계에서 배제된 가장 큰 이유였다. 데카르트는 떠오르는 태양이며 코메니우스는 지는 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코메니우스에 관한 연구들은 반전을 보여준다. 독일 뮌스터대의 교육신학자 스트롬이 92년 쓴 ‘범 지혜의 교육’이란 제목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그는 논문에서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사상이 지배한 이후 인간세계가 과연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됐는지 묻고 있다. 오늘날 신 형상을 더이상 확인할 수 없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코메니우스 시대보다 지금 시대가 더 어두운 세상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메니우스의 학문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결코 부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신 형상 교육과 관련해 코메니우스가 보여준 통찰은 기독교 교육학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그 또한 코메니우스가 남긴 미완성 대작인 ‘인간사 관계 개선에 대한 보편적인 제언서’를 높이 평가했다. 이 문서가 현대의 기술 만능주의적인 지배형태와 편협한 윤리, 법질서를 거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과 윤리, 정치를 진화론적 모델로 인식하는 것도 거절했다. 지성인과 정치인, 종교인들이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이 책에 담겨 있다고 했다. 오늘날 학교 교육의 과제는 코메니우스의 의도대로 바른 정신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런 교육이 전공 지식이나 직업교육, 실적을 높이기 위한 훈련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고도 역설했다.

스트롬 교수의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400년이 지난 지금 코메니우스의 인식론과 학문이 다시 필요해졌다. 그것은 신 중심적인 사고의 필요성과 범 지혜 교육을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간 전적으로 이성에 의존한 인간 중심적 사고는 인류를 무신론자로 만들어 버렸다. 인류의 미래는 인간 스스로 만든 삶의 법칙에 갇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만일 현대 학문의 방향이 코메니우스가 제시한 범 지혜 교육을 따라 신 중심적인 교육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파멸할 게 분명하다.

코메니우스는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거주할 때 유럽의 지성사회가 이성 중심 사고에 빠진 걸 간파했다. 데카르트적 사고에 사로잡힌 지성 사회를 향해 ‘철학의 암적 훼손 행위’라고 경고했다.

당시 지성사회는 코메니우스의 경고를 무시했다. 이성 중심 사고에 전적으로 매달려 버렸기 때문이다. 생각과 행동을 분리한 이들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양심의 비윤리성을 상식으로 여겼다.

교육신학자 몰렌하우어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교육 분야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메니우스가 던진 문제들은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 그가 전환하려던 문제를 우리가 다시 겪고 있다. 그것은 인간 삶과 인간성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분석적으로 해부해 놓은 내용에 더해 전체와 의미의 연관성만을 보여주려던 교육은 항상 더 큰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 그것은 데카르트적 사고에 의해 형성된 현대 문명에 기인한다.”

생각해보면 코메니우스 이래 400년간 발전한 현대산업사회는 이성 중심의 사고에 갇혀 버렸다. 현대는 성장과 생산, 소비라는 삼각구도에 철저히 지배받고 있다. 이를 기본으로 하는 산업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인성교육이 무너졌다. 생산에만 전력하는 인간을 양산했다. 그 안에서 경쟁만 하는 인간상을 지향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성 중심적 사고에 갇힌 폐쇄된 사회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코메니우스의 신 중심 사고와 범 지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코메니우스에게 한국교회가 배울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정일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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