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And 건강] 산만하고 충동적 성향 없는데… 설마 우리 아이가 ADHD?

주의력결핍형의 ADHD는 재미없고 반복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어려워하고 참여하더라도 딴짓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증상을 간과하기 쉽다. 얌전히 책상에 앉아 집중하는 듯해도 사실은 ‘조용한 ADHD’일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초등학교 입학 시기와 맞물리는 10대 이하서 발병이 77% 차지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몰라
새학기 증후군 오인 가능성 높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영(가명)이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그간 사고를 치거나 부산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등교 후부터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고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아 원만한 학업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마는 아이가 오랜만에 등교해 적응이 어려운 것쯤으로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조용한 ADHD’에 해당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알고보니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기만 할 뿐 멍하게 있거나 낙서를 하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학교에 가게 되면서 비로소 이런 증상이 발견된 것이다.

흔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고 하면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영이처럼 얌전하고 한없이 조용한 모습의 ADHD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간과하기 쉽다. ADHD는 뇌의 전두엽을 비롯한 신경 발달문제로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대부분 초교 입학 시기 발견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ADHD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만1362명으로 2015년(5만106명)보다 42.4%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10대가 46.4%, 9세 이하 30.6%, 20대 14.9%, 30대 5.3% 순이었다. 10대 이하가 대부분(77.0%)을 차지했지만 어릴 때 병을 발견해 치료받지 않은 경우 20, 30대 등 ‘성인 ADHD’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간사인 이나현 건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는 전두엽의 성숙이 늦거나 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발병하는 정신질환임에도 많은 부모들이 ADHD 증상과 정상적인 활동 모습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설마 내 아이는 아니겠지’ 혹은 ‘치료까지 받을 필요는 없겠지’라고 스스로 판단해 그냥 지나치곤 한다”면서 “그러다가 초등학교 입학하거나 학년이 바뀌는 때를 계기로 아이의 ADHD 증상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학교는 아이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회생활에 처음 노출되는 곳이기에 평소의 활동적인 모습과 구별되는 ADHD 증상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 2016년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ADHD 진료 아동 700명을 분석한 결과 최초 진단 나이는 평균 8.5세로 초등학교 입학 시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부모는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ADHD 증상, 특히 ‘주의력결핍형’의 증상을 아이의 성격 또는 성장 과정의 일부로 가볍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또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아서 그 정도가 줄어들거나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의력결핍 유형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조용한 ADHD’ 타입이 생각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보통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여자 아이들의 경우 남아들에 비해 나이 들어서 뒤늦게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ADHD 유병률은 남아가 여아보다 2~3배가량 높지만 ‘조용한 ADHD’는 여아에게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용한 ADHD 아동은 재미있는 놀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은 오래 집중을 유지하지만 재미없고 반복적이거나 싫어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낀다. 일단 활동을 시작했더라도 작은 소리에 쉽게 산만해지고 다른 얘기나 행동 때문에 중단하곤 한다. 간단한 과제를 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항상 하는 일인데도 까먹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한다. 또 태도가 좋아 보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지 않는다. 부모나 선생님에게 반항을 하거나 지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따르지 못한다. 예를 들면 학교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낙서를 하는 등 딴짓을 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다.

개인 기질, 상황 탓 넘기기 십상

집중력이 뛰어나 보여도 ‘조용한 ADHD’일 수 있다. 집중력보다 중요한 개념이 ‘주의 전환’인데, 이는 하나에 집중하다가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ADHD 아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 번 빠지면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가령 책읽기를 좋아하면 그걸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조차 계속 책을 읽으려고만 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나 위대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어릴 적 이런 성향을 보여 정신의학계에선 ‘조용한 ADHD’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주의력결핍 타입의 경우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을 보이지 않아 ADHD로 처음부터 의심하지 않거나 개인의 기질 혹은 상황 탓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진행돼 학업, 사회성 등의 문제가 심해지고 나서야 상태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조용한 ADHD는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워 부모나 선생님은 아동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게 되고, 이는 아이와의 관계 악화로 이어진다”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 업무 수행능력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본인 스스로 주변의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해 실패나 꾸지람을 반복해 겪게 되면 자존감 하락은 물론 우울, 불안장애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평소 얌전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조용한 ADHD일 수 있으므로 아이의 일상과 태도를 면밀히 관찰해 증상이 의심되면 늦지 않게 전문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ADHD는 1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한다. 단독 약물 혹은 다른 치료법과 함께 진행하며 전문의 진단 아래 진행되므로 약물 오남용 위험은 거의 없다. 한 번 복용하면 반나절 이상 혹은 하루 종일 효과가 지속되는 약물도 있기 때문에 약 성분, 약효 지속 기간, 아이의 생활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면 된다.

학령기 아이의 경우 보호자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 교수는 “ADHD 아이를 돌보는 교사는 규칙과 과제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고 행동에 따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상황에 따른 칭찬과 제재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자리 앉히기, 시청각 체험학습 활용하기, 게시판 활용해 일정 공유하기, 알림장 활용해 기록하고 확인하는 습관 들이기 등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새학기 증후군과 구분해야

아울러 ADHD의 전형적 증상인 ‘과잉행동 및 충동성’을 보이는 아이들은 최근 등교 개학에 따른 ‘새학기 증후군’으로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처럼 조직화된 생활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아이의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태도가 더욱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한 아이가 개학과 등교 등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순간 제어하지 못할 수 있다. 학교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라면 증상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아이가 교실에서 한자리에 가만 있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거나 친구·선생님과의 대화에 불쑥불쑥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할 일이 있음에도 부모의 말을 무시하는 등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과잉행동·충동성 타입의 ADHD일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ADHD 아동은 또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 마찰, 스트레스가 지속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조기에 파악해 치료하지 못하면 학교 부적응, 자퇴, 청소년 비행 등 장기적인 대인 관계 및 사회 부적응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