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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복점인 줄 알았는데 악성 흑색종… 작은 점 얕보다간 ‘큰코’











손톱의 까만선은 악성 흑색종의 징후일 수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자외선 과다 노출이 원인 악성흑색종 10년새 48% 늘어
멜라닌세포·반점서 발병點에 출혈·딱지 생기면 암 의심
손발바닥·손톱밑서 자주 발생 통증 등 자각증상 없어 주의를

직장인 이방주(65·인천)씨는 지난해 봄 왼쪽 발뒤꿈치에 전에 없던 까만 점이 하나 생긴 걸 발견했다. 새끼 손가락 끝 만한 크기(1㎝)였다. 가렵거나 아프지도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내에게 보여주면서 ‘발에 복점이 생겼다’며 웃어넘겼다.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고 7~8개월 뒤에는 가로 세로 각 5㎝까지 됐다. 어느 날 밤 숙직을 서다 뒤꿈치 부분에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껴 잠을 깼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점 부위가 움푹 파이고 헐어 있었다. 색은 검은색에 회색 청색이 섞인 듯 변해 있었다

주변 권유로 찾은 병원에서 그가 받은 진단은 뜻밖에도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 다행히 전이가 없는 1기에 해당돼 제거 수술을 받고 3개월에 한 번씩 추적관찰 중이다. 이씨는 “그 이후 발에 생긴 점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암인지 잘 확인하라고 주변에 얘기하고 다닌다”고 했다.

자외선 노출 많아 피부암 증가세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규 피부암 환자는 6345명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23만2255명)의 2.7% 정도를 차지해 호발암은 아니다.

피부암은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누적된 세포손상이 주된 원인이다. 이 때문에 바깥 활동을 즐기는 서구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왔다. 백인은 유색 인종에 비해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도 적다.

그런데 근래 한국인에게도 피부암 발생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피부암 환자는 2007년 3070명에서 2017년 6345명으로 10년 사이 배 이상 증가했다. 피부암 유형 중 예후가 나쁜 악성 흑색종은 같은 기간 약 48%(407명→604명), 기타 피부암(기저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등)도 2.15배(2663명→5741명) 늘었다.

캠핑과 등산 여행 골프 등 레저활동 인구가 늘면서 그만큼 자외선 노출 기회가 많아진 탓이 크다. 고령 인구의 증가, 피부암에 대한 일반인 인식이 높아져 조기진단이 늘고 있는 점도 피부암 증가에 한몫한다. 피부암은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한다.

최근엔 인공선탠과 피부암 발생의 상관성도 주목받고 있다. 인공선탠은 피부를 손상시키는 자외선을 인공적으로 쪼여 피부를 검게 그을리는 미용시술이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등 젊은층에서 피부암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인공선탠을 지목하고 예방교육에 나섰다.

국내에서 인공선탠에 의한 피부암 발생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인공태닝 샵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특히 30세 이전에 인공선탠 노출은 나중에 피부암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암은 통증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별로 없어 방치되기 십상이다. 서양인의 경우 자외선 노출이 많은 얼굴 부위 피부암이 많지만 한국인의 경우 앞서 이씨 사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손·발바닥, 손·발톱 밑, 발뒤꿈치 등에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창기엔 단순 점과 구분이 쉽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존에 있던 점에서부터 암이 발생 가능하기 때문에 변화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송기훈 국립암센터 피부과 전문의는 1일 “보통 점과 생김새가 다르거나 없던 점이 새로 생겨 시간이 지날수록 색깔이 짙어지고 짓무르고 헐고 크기가 커지거나 출혈·가피(딱지) 형성 같은 표면 상태의 변화를 보이거나 기존 점과 인접해 새로이 작은 점들이 생기는 경우 피부암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암은 조기 발견으로 치료가 빨리 이루어지면 예후가 좋을 뿐 아니라 대부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지않는다.

악성도 높은 흑색종, 매년 600여명 발생

피부암은 크게 기저세포암(50% 안팎), 편평상피세포암(20~30%), 악성 흑색종(10%)으로 나뉜다. 2017년 한국인 신규 발생 피부암 가운데 기저세포암(3406명), 편평상피세포암(1853명), 악성 흑색종(604명) 순으로 많았다.

기저세포암은 피부 최하층인 기저층이나 모낭(털이 나는 곳)을 구성하는 세포가 악성화한 것이다. 주변으로 침범하지만 전이는 드물다. 흔한 초기 증상은 약간 볼록하게 나온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작은 혹이다. 점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나 가려움 등 증상은 없다. 편평상피세포암은 표피의 각질형성세포에서 유래한 악성 종양이다. 보통 작고 단단한 결절(돌출된 병변)로 시작한다. 사마귀 모양,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대개 만졌을 때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은 햇빛 노출이 많은 얼굴, 특히 코나 눈·입술 주변에 흔히 발생한다. 서수홍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의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기저세포암 보다는 편평상피세포암과 더 큰 연관성을 갖는다”고 했다.

악성 흑색종은 검은 색깔을 가진 멜라닌세포나 모반세포(반점)에서 발생한다. 역시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며 평범한 검은 반점으로 보인다. 흑색종 중에 드물게 색소를 함유하지 않는 ‘멜라닌결핍흑색종’이 있는데, 다른 암이나 양성 피부 종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송 전문의는 “서양에서는 자외선 손상에 의한 ‘표재확산흑색종’(암이 옆으로 퍼짐)이 가장 많지만 우리나라는 손·발이나 손·발톱에 생기는 ‘말단(혹은 선단)흑색종’이 70~80%를 차지한다. 인종 간, 유전적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 점과 악성 흑색종을 스스로 구별하는 방법으로 ‘ABCDE 규칙’을 활용할 수 있다. A(Asymmetry)는 점 모양이 비대칭, B(Borders)는 점 경계부가 불규칙하고 구불구불함, C(Color)는 다양한 색깔(검은색 회색 청색 등)이 한 점에 섞여 있음, D(Diameter)는 점의 지름이 6㎜ 이상으로 커짐, E(Evolution)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의 모양이 변함을 뜻한다.

특히 손·발톱 아래 흑갈색 색소가 짙어지거나 다양한 색조가 나타나고 손·발톱을 벗어나 주변 피부로 진행되면 악성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정밀 조직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손·발톱에 까만선이 생기는 경우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송 전문의는 “까만선은 손·발톱의 반달 부위에서 생긴 점에서 색소가 내려와 생기는데, 크기가 3㎜ 이상이거나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되거나 반달 부위에 인접한 피부에도 점이 있으면 흑색종을 의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점인 ‘선천성 모반’은 크기가 클수록 치명적인 악성 흑색종으로 변할 수 있다. 크기가 20㎝ 이상, 몸의 2~5% 이상을 덮고 있을 때, 한번의 수술로 제거할 수 없거나 제거되더라도 흉터가 크게 남는 ‘거대 선천성모반’인 경우 흑색종으로 진행될 확률이 6~12% 정도 된다. 크기가 작은 선천성 모반이라도 ABCDE 규칙과 부합하면 흑색종의 강력한 사인이므로 전문의 검사가 필요하다.

송 전문의는 “기존 점이나 새로 나타난 점이 수 주 또는 수 개월에 걸쳐 서서히 ABCDE규칙에 부합하는 변화를 보인다면 악성 흑색종을 의심할 수 있다. 반면 변화가 수 일 만에 급작스럽게 생기거나 오히려 수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변화한다면 흑색종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은 암이 발생 부위에 머무르는 단계(국한)일 경우 모즈 수술 한번으로 거의 완치 가능하다. 모즈 수술은 현미경을 사용해 정상 피부는 가능한 보존하고 암세포만 발견되지 않을때까지 절제해 내는 방법이다. 이들 암의 국한 단계 5년 생존율은 92~100%에 달한다. 반면 악성 흑색종은 암이 피부 깊이 침범할수록, 궤양이 있을수록, 감시림프절(암세포가 제일 먼저 퍼지는 일종의 정거장)에 전이가 있는 경우 예후가 나쁘다. 국한 단계 암일 지라도 79.8%, 암이 림프절이나 주변 조직까지 퍼진 국소 단계에선 54.2%의 5년 생존율을 보인다. 암이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진 원격 전이 단계에선 11.3%로 뚝 떨어진다.

서 교수는 “악성 흑색종은 진단 시기를 놓쳐 오랜시간 방치하면 주요 장기로 전이가 잘 돼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암으로, 일찍 발견해 치료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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